(전회에 이어서)


같은 해에 그린 수잔 발라동(Suzanne Valadon)의 초상화인데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래의 선윤곽을 강하게 표출한 아래작품의 기법이 오히려 더 못한 느낌입니다. 르누아르 특유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인물상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린 느낌입니다.
수잔 발라동은 프랑스 예술가 모델이자 화가로, 프랑스 오트비엔(Haute-Vienne)의 베신쉬르가르탕프(Bessines-sur-Gartempe)에서 마리클레망틴 발라동(Marie-Clémentine Valadon)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습니다. 발라동은 우리에게 르누아르의 모델로만 알려져 있으나 1894년 Société Nationale des Beaux-Arts에 가입한 최초의 여성 화가였습니다. 여성 화가의 선구자였던 셈입니다. 그녀는 또한 화가 모리스 우트릴로(Maurice Utrillo)의 어머니였습니다.
그녀의 드로잉과 그림의 주제는 대부분 여성 누드, 여성 초상화, 정물화, 풍경화였습니다. 그녀는 아카데미에 다닌 적이 없었지만 전통에 얽매이지 않은 채로 40년 동안 화가로 일했습니다.

장 프레데릭 바지유(Jean Frédéric Bazille, 1841~1870)는 프랑스 인상파 화가였습니다. 프랑스 몽펠리에(Montpellier)에서 부유한 개신교 가문에서 태어났으며 외젠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의 작품을 보고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가족은 의학공부를 병행하는 조건으로 그림 공부를 허락했습니다.
바지유는 1859년 의학 공부를 시작했고, 1862년 학업을 위해 파리로 이사했습니다. 그곳에서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와 알프레드 시슬리를 만나 인상파 그림에 끌렸으며, 샤를 글레이르의 스튜디오(Charles Gleyre's studio)에서 수업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1864년 건강 검진에 떨어진 후에 전업 화가가 되었습니다. 절친으로는 클로드 모네, 알프레드 시슬리, 에두아르 마네가 있습니다. 바지유는 자신의 재산을 아낌없이 기부했고, 불우한 동료들에게 스튜디오 공간과 재료를 지원했습니다.
프레데릭 바지유는 보불전쟁이 발발하자 1870년 8월에 입대했습니다. 그해 11월 28일 보네라롤랑드 전투에 참가했는데, 장교가 부상을 입자 지휘를 맡아 독일군 진지에 대한 공격을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28세의 나이로 전장에서 사망했습니다.



이 작품은 르누아르가 라파엘로의 작품에 끌려 이태리 여행하던 중 폼페이의 벽화를 보고 감복을 받고 작품의 전환기를 맞이할 때 그려진 것입니다. 고전 벽화가 지닌 선명한 색조의 영향을 받아 사용한 색상의 종류가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산>이라는 작품은 갑자기 내리는 비에 사람들이 급하게 우산을 펼치고 있는 장면을 묘사하였습니다. 초여름 파리의 거리에서 우산이 없는 여인은 치마를 살짝잡아 올리고 걸음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앞에 있는 여자아이는 굴렁쇠를 놓칠까 봐 두 손으로 꼭 잡고 있으며,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아 몹시 붐비고 비가 와서 어두워 보일 수 있는 느낌을 둥근 우산 부분과 바구니, 아이들의 모자와 동그란 굴렁쇠를 그려 넣어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으로 전환시키고 있습니다. 노란 재킷을 입은 신사나 푸른 드레스를 차려입은 여인의 얼굴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비가 싫지않은 듯 어찌보면 반가운 표정이 보이는 듯합니다.
이 그림이 그려지기 전인 1850년대에 <우산혁명>이 일어난 시대적인 배경이 있습니다. 고대부터 19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우산은 귀족 여인들의 사치품이었습니다. 고래 수염이나 강철로 만든 우산이 당시에는 2kg이상이 되는 무거운 물건으로 가격이 비쌌다고 합니다. 그런데 1851년 홀랜드가 제작한 속이 빈 강철튜브로 제작된 우산이 런던 만국박람회에 출품되면서 경량화되고 가격이 기존대비 20%에 불과해져서 대량생산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르누아르는 이 그림을 1881년에 그리기 시작하여 1886년에 완성하였기 때문에 왼쪽과 오른쪽 그림의 스타일이 달라졌습니다. 오른쪽의 엄마와 아이는 벨라스케스와 라파엘로 등 거장들의 작품에 영향을 받기 전에 거친 붓질과 환한 빛의 효과가 나타나도록 르누아르 특유의 흐릿한 방식으로 그렸고, 왼쪽의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은 이탈리아 여행에서 본 거장들의 작품에 영향을 받아 명확하고 부드러운 선과 어두운 색채를 덧붙여 그린 것입니다.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보았을 때 르누아르가 왼쪽 여인의 의상 또한 레이스와 프릴로 장식된 드레스를 그렸다가 지금처럼 밋밋한 옷으로 수정한 게 드러났습니다. 즉, 작품 <우산>은 인상주의 화풍을 버리고 이태리 화가들과 앵글의 영향으로 고전적 스타일로 돌아가던 과도기적 시기에 그려진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우산>은 아일랜드의 유명 컬렉터 휴 레인이 구입했습니다. 그는 사후 자신의 컬렉션을 런던 테이트 갤러리에 기증하겠노라고 유언했다가 나중에 마음을 바꿔 고향인 더블린에 유증한다고 했는데, 수정 사항에 서명하기 전에 갑작스럽게 사망하게 됩니다. 1915년 독일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 뉴욕발 초호화 증기선 루지타니아호에 탑승하였던 탓입니다. 그후, 즉 휴 레인의 사후, 오랜 타협 끝에 이 그림은 영국 런던과 아일랜드 더블린 사이를 오고 가는 것으로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Young Girl Reading>은 르누아르의 작품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익숙하고 친근한 그림일 것입니다. 유럽의 뮤지엄에 가서 전시실에 들어가보면 한 방안에 대여섯에서 열개 정도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요, 르누아르의 작품이 걸려있는 전시실에 들어가면 그의 그림이 한 눈에 확 들어옵니다. 그냥요~.. 제가 둘째 딸과 프랑크푸르트 슈테델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멀리서 르누아르의 저 그림이 걸려있는 전시실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딸아이가 자석에 빨려들어가는 쇳가루처럼 그림액자 앞으로 달려가서 사진찍어달라는 포즈를 취하던 것이 떠오릅니다.
이 그림은 젊은 시절 르누아르의 화풍과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 대표작입니다. 슈테델 미술관 방문기에 저 그림을 처음 실물로 접하면서 느낀 감정을 장황하게 묘사하였던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여타 인상파 화가들이 햇빛 속에 펼쳐진 '대자연'을 주제로 삼았던 반면, 밝은 색조의 햇살이 여성 인물에 비춰질 때 어떤 아름다움을 생성해내는지 관찰한 르누아르의 작업결과를 저 작품에서 여실히 감상할 수 있습니다.










초상화 속 청년의 정체성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르누아르의 남동생인 유진(Eugene)이거나 절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은 르누아르 작품의 특징인 젊음, 자신감, 삶의 기쁨을 발산합니다. 음, 그것참.. 르누아르에게 같은 성씨의 친구가 있다는 얘긴 못들었는데.. 동생이 아닌가요?


세밀한 선터치가 매력적입니다.
여인의 마스크도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아니 백설공주 이야기인가?
사과장수가 등장했습니다.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네요.ㅋㅋ
이 그림은 르누아르의 아내 알린(Aline)에게 사과를 주는 젊은 시골 소녀를 묘사한 것이라고 합니다. 밀짚모자를 쓴 소년은 르누아르의 조카인 에드몬드(Edmond)일 수 있지만, 머리에 리본을 매고 있는 어린 소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책 읽는 여인>은 르누아르가 즐겨 그린 소재인 독서를 하는 여인의 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2021년 삼성가에서 국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 중에 포함되어 있으며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습니다. 멀지 않은 시기에 국내 미술관에 가서 르누아르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날이 도래할 것입니다.
화면에 작가 특유의 부드러운 붓 자국과 화사한 색채감이 잘 드러나고 있으며, 자연광의 색감을 눈에 보이는 대로 담아낸 것이 이 작품의 특징입니다. 밝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여인의 모습에서 '그림은 즐겁고 유쾌하고 아름다운 것이어야 한다'는 르누아르의 예술관을 되새김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The Reading>은 작품 <피아노 치는 소녀들>과 동일한 모델을 대상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하얀 얼굴, 붉은 뺨, 레이스로 장식된 귀여운 옷을 입은 순수한 표정의 두 소녀가 책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선한 시선으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 느낌을 살리기 위하여 화가는 유연한 색상을 선택하여 부드러운 터취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1891년 후반에서 1892년 초반에 르누아르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파리의 새로운 룩셈부르크 박물관을 위한 그림을 그려달라는 비공식적인 요청을 받았는데, 이 박물관은 현존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었습니다. 요청받은 르누아르는 피아노를 치는 두 소녀를 주제로 선택했습니다. 르누아르는 자신의 작품이 조사 받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프로젝트에 엄청난 주의를 기울여 5개의 캔버스 시리즈로 개발하고 다듬었습니다.
5개의 작품을 준비한 것에 대한 다른 해석도 있습니다.
화가가 불만스러워서 그림을 계속 수정했었다는 미술사의 내력을 알고 있는 바, 하나의 동일한 구성에 집중적으로 노력한 것에 대하여 박물관에 완벽한 작품을 제공하고자 하는 그의 열망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친구 클로드 모네가 동시에 작업중이던 "시리즈"(건초더미, 1891; 루앙 대성당, 1892) 작업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제가 볼 때는 이 즈음(1880년대 후반), 르누아르는 피아노치는 소녀 뿐 아니라 책읽는 소녀 등 2인 초상화를 반복하여 작업했는데 그 연장선상에 피아노 치는 소녀 시리즈를 기획한게 아닌가 여겨지네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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