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회에 이어서)
보트놀이를 하는 연인을 그린 작품입니다. 그림 속에서 머리에 꽃을 꽂고 손에 꽃을 들고 있는 여인은 르누아르의 애인이자 후일 아내가 되는 알린 샤리고(Aline Charigot)입니다. 1890년 르누아르가 49세 되던 해에 결혼식을 올리는데 사실 그 이전부터 이들은 동거에 들어갔고 결혼 당시 아들 피에르는 5살이었습니다. 그럼 저 그림을 그릴 당시에는 동거 중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1881년, 르누아르는 두 번에 걸친 식민지 알제리를 여행을 시도합니다. 목적은 50년 전 낭만주의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가 추구했던 눈부신 빛과 이국적인 주제를 오마주 하고자 했다고 할까요?
여행중 무슬림 여성들이 포즈를 취하는 것을 꺼려하자 르누아르는 알제리 거주 프랑스인 피에드누아르(Pieds-Noirs)를 모델로 고용하였습니다. 이때 모델에게 원주민 의상을 입히고 자신의 붓으로는 머리카락을 어둡게 표현했습니다. 화가들도 때로는 참 애를 많이 쓰는 직업군이네요...
1881년에 완성한 <두 자매>는 매력적인 두 소녀의 아름다움을 화려한 색조와 산뜻한 구도로 그려낸 르누아르의 명작 중 하나입니다. 음식점의 테라스를 배경으로 앉아 있는 두 소녀의 아름다운 자태를 세밀하게 잡아낸 이 작품에서 르누아르는 인물의 순간적인 포즈를 사진처럼 포착하여 신선하면서도 화려한 색채감으로 작품에 생명력을 부여하였습니다. 빨간색 모자와 짙은 남색 원피스가 얼굴을 밝게 돋보이게 하며, 머리의 꽃장식과 앞에 놓인 바구니에 담긴 색색의 실꾸르미는 보는 이의 눈을 더욱 끌어당깁니다. 배경의 잔잔한 잎사귀와 은은한 흰 꽃들은 봄의 정취를 잘 살려줍니다. 눈길을 살짝 약간 옆으로 주고 있는 언니의 표정은 사색에 잠긴 듯 청초한 듯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한편 동생의 눈동자는 푸른색으로 반짝이고 있는데 이는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순진함을 묘사한 듯이 보입니다.
르누아르는 파리 서부 교외 센 강변의 샤투(Chatou)마을에 자리 잡은 유명 레스토랑 메종 푸르네즈(Maison Fournaise)의 테라스에서 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테라스의 난간 너머 관목과 단풍나뭇잎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센 강이 보이고 있습니다. 1880 년부터 1881 년까지 <Two Sisters>를 작업하기 직전에 Renoir는 이 장소에서 또 다른 유명한 그림인 <Luncheon of the Boating Party>를 작업한 바 있습니다. 동시패션으로 위대한 명작이 탄생한 것이군요.
<바느질하는 마리 테레즈 뒤랑 뤼엘>의 모델이 된 소녀는 르누아르와 오랜 우정을 나눴던 화상 폴 뒤랑 뤼엘의 첫째 딸 마리 테레즈입니다. 르누아르는 마리 테레즈뿐 아니라 뒤랑 뤼엘 가족의 초상화를 여러 점 그렸습니다.
그림은 햇살을 받아 환하게 빛나는 자연 속에서, 살짝 입술을 벌린 채 바느질하느라 손 끝에 온통 신경을 모으고 있는 소녀의 표정을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아무런 걱정 없이 평온하고 온화한 삶의 한 조각을 직조하기 위하여 소녀의 얼굴과 주변 풍경에 찬란한 색채를 유감없이 사용한 듯합니다.
르누아르는 알제리를 방문했을 때 이 어린 소녀를 그렸습니다. 마드무아젤 플뢰리(Mademoiselle Fleury)는 프랑스인이지만, "알제리 의상"을 입고 모델로 선 것으로 보입니다. 그녀의 드레스와 배경은 북아프리카를 연상시키는 반면, 새를 든 젊은 여성이라는 주제는 18세기와 19세기 유럽 회화에서 인기 있던 것이었습니다.
이 작품의 모델인 Mademoiselle Demarsy(마드무아젤 드마르시)에 관해서는
거의 알려진 사실이 없는 듯합니다.
위 작품 <샤를과 조르주 뒤랑-뤼엘의 초상화>와 아래 <조셉 뒤랑-뤼엘>에서 뒤랑-뤼엘이라 불리는 두 사람은 같은 인물일까요? 그림으로 봐서는 비슷해 보이는데 철자가 틀리게 소개되어 있네요.
아.. 다른 인물입니다. 형제지간이네요. 선구적인 미술상인 폴 뒤랑-뤼엘(Paul Durand-Ruel)의 아들들입니다. 가장 큰 아들이 조셉이고 샤를과 조르주는 그의 동생입니다. 그의 세 아들은 아버지 폴을 따라서 미술 사업에 뛰어들었고 샤를은 후일 뒤랑-뤼엘 제국의 뉴욕 지사를 운영했다고 합니다. 파리의 미술상인인 Joseph Durand-Ruel은 Paul Durand-Ruel과 화가 Emil Lafon의 조카인 Marie-Eva Lafon의 아들이었습니다.
<Bougival(부기발)에서의 춤>은 1883년 그려진 작품으로 현재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로 자랑하는 이 작품은 Paul Durand Ruel이 의뢰 한 컬렉션 3 개 중 하나입니다. 파리 중심에서 약 15km 떨어진 프랑스 마을 부기발 (Bougival)은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 알프레드 시슬리 (Alfred Sisley), 베르테 모리소 (Berthe Morisot)를 비롯한 많은 인상파화가들이 그림을 그렸던 장소입니다.
그림은 카페를 찾는 사람들의 활기찬 장면에 둘러싸인 두 명의 댄서를 묘사하고 있는데, 아름다운 색의 대비를 추구하던 르누아르의 작업에 전환점이 된 작품입니다. 남자의 얼굴은 모자에 가려졌지만 사랑스러운 눈길로 여자를 바라보고 있고, 여자는 수줍은 듯 눈을 내리깔고 있습니다. 여자의 빨간색 모자와 남자의 노란색 모자가, 그리고 여자의 분홍빛 드레스와 남자의 청색 정장이 대비되고 있습니다. 춤추는 남녀의 백색과 짙은 청색의 대비는 여성의 빨간 두건을 중심으로 구분되고 있습니다.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배경인물들은 멋진 원근 대비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밝고 신선하고 풍요로운 색채를 사용하여 대기의 향기를 화폭전체에 넘쳐흐르게 표현하였습니다. Renoir는 대부분 파스텔 색상을 사용했지만 두 사람의 모자를 묘사하는 데는 좀 더 생생한 색조를 선택했습니다. 품에 안겨 춤을 추는 여인은 프랑스 화가였던 수잔 발라동(Suzanne Valadon)입니다.
<도시의 무도회>는 상류사회의 무도회 장면을 우아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1880년대 이후 르누아르 화풍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윤곽이 분명해지고 선이 많이 나타나며 매끈하게 물감처리를 한 것이 보입니다.
밝은 홀 한가운데에서 춤을 추는 한쌍의 남녀를 묘사하고 있는 그림에서 푸른 색이 감도는 대리석 기둥과 실내의 나무, 남자가 입은 검은 턱시도, 여성의 흰 드레스는 무도회의 차가운 기운을 드러냅니다. 남자는 하얀 장갑을 낀 채 강한 손으로 파트너의 허리를 감각적으로 붙잡고 있습니다. 춤추는 여성은 부유한 드레스 차림의 아름다운 인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전문가의 평가에 따르면, 손 위치를 보아서 여성은 춤을 아주 잘추는 사람이라고 하네요. 바로 르누아르가 가장 좋아하는 모델인 마리 클레멘타인 발라동 (Marie Clementine Valadon)입니다. 그녀는 후에 예명 수잔 발라동 (Suzanne Valadon)으로 유명한 화가가 되었습니다.
<도시의 무도회>와 <시골의 무도회>는 서로 짝을 이루는 댄싱화로 함께 언급됩니다. 실제로 르누아르가 그린 댄싱화는 <부기발에서 춤>을 포함하여 3개의 작품이 있습니다. 도시와 시골 무도회 그림에 등장하는 남성은 동일 인물로, 르누아르의 친구인 폴 로트입니다. 폴 로트는 1881년 르누아르와 함께 이탈리아를 여행한 사람입니다. 한편, <도시의 무도회>에서 춤을 추는 여성은 17세의 수잔 발라동이며, <시골의 무도회> 속의 여인은 훗날 르누아르의 부인이 되는 알린느 샤리고입니다.
르누아르는 두 그림을 통하여 당시의 도시-시골의 특성을 반영했습니다. <도시의 무도회>는 두 사람간의 절제된 거리감이, <시골의 무도회>는 역동적인 자세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도시를 그린 것이든 시골을 그린 것이든 공통적으로 낭만적인 프랑스인의 생활상을 잘 드러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골의 무도회>는 르누아르가 발라동을 모델로 <도시의 무도회>를 그린 직후에 제작했다고 전해집니다. 혹시 르누아르가 아내에게 바가지를 긁히고 나서 바로 이 작품을 그렸던 것일까요?
르누아르는 1881-82 년에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고 르네상스 예술에 깊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 여행 후 그는 인상주의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그림을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윤곽과 모델링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빛과 분위기를 포착하기 위해 야외에서 장면을 그려야 한다는 원칙을 포기했습니다.
<By the Seashore>는 화가의 스튜디오에서 그린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기에 묘사된 해변은 아마도 노르망디 해안의 디에프(Dieppe) 근처일 것입니다. 모델은 당시 여자 친구였던 Aline Charigot(알린느 샤리고)이며 르누아르는 그녀와 1890년에 결혼하게 됩니다. 그림에 묘사되어 있는 짙은 눈썹의 원호와 유쾌한 표정의 장밋빛 뺨을 가진 얼굴, 그리고 톡 쏘는듯한 코는 르누아르의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성인물의 인상입니다.
<머리를 땋는 소녀>가 그려졌을 때 모델인 수잔 발라동(Suzanne Valadon)은 17세였습니다.
르누아르의 나이는 43세였습니다.
위에 소개한 1884년에 제작된 그림 3점은 기존 작품과 분위기와 붓터치면에서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느껴지시나요?
Aline Charigot는 1879년경 르누아르를 만나 그의 모델이 되기 시작했을 때 파리의 몽마르트 지역에서 재봉사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1880년대의 여러 그림에 모델로 등장하는 동시에 르누아르의 애인이 됩니다.
이 작품은 르누아르가 Aline을 그린 첫 번째 초상화이기 때문에 기억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1885년 3월 아들 Pierre가 태어난 후에 그린 것인데 아마도 그해 여름 샹파뉴 남부 샤리고의 고향 마을인 Essoyes를 방문했을 때인 것 같습니다. 그림의 신선한 빛과 꽃으로 장식된 Aline의 밀짚모자는 시골을 암시하며, 재킷의 심플한 컷도 마찬가지입니다. 선과 윤곽을 선명하게 사용한 것은 르누아르가 자신감의 위기로 그림과 드로잉 기법의 개선을 모색했던 1880년대 중반에 나타난 특징입니다. 르누아르의 전매특허는 선을 그리지 않고 형태를 묘사하는 기법이지 않습니까? 배경을 해치거나 가깝고 평행한 붓놀림은 세잔에게 빚진 것이라 한다면, 생생한 색감과 알린의 뺨의 홍조는 르누아르의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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