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들의 나라-유럽

Edgar Degas(에드가 드가) / 3 - 경마장 풍경

hittite22 2025. 4. 8.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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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회에 이어서)

 

 

 

 

드가의 작품에 경마 그림이 등장하는 것은 1862년부터입니다.

1870년경에 이르러서 드가는 이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합니다. 19세기에 경마는 영국과 프랑스, 미국에서 특히 인기 있는 스포츠였습니다. 영국에서 발원한 산업혁명이 절대 빈곤이 몰아내고, 프랑스 시민혁명(대혁명)으로 신분제 질서가 무너지면서 가능해졌던 일입니다. 즉,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경마가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즐기는 스포츠로 저변을 확대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겠죠. 에드가 드가는 부자 집안에서 나온 화가였으니...

 

이처럼 사회변혁에 따라서 화가들도 스포츠 경기와 새로운 사회 현상을 동시에 접하는 기회를 얻었는데, 인상파 화가들 중에서는 에드가 드가와 에두아르 마네가 경마장에 접근합니다. 자신들의 그림 주제로 삼은 것입니다. 에드가 드가는 충분히 수긍할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기존에 천착해왔던 발레리나의 동작 묘사는 움직임에 대한 빠른 관찰과 묘사가 핵심인데 그런 요소는 경마장 풍경을 그리는데 '딱'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드가는 발레리나 그림에 더하여 경마그림을 움직임과 속도감 표현 기회로 삼았으며 그 결과는 다수의 작품들로 나타났습니다.

 

 

 

 

Jockeys at Epsom, 1861~1862,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At the Races. the Start, 1861~1862, oil on canvas [Fogg Museum(Harvard Art Museums), Cambridge, MA, US]
On the Racecourse, c.1860 - c.1862, Impressionism, oil on canvas [Knstmuseum Basel, Basel, Switzerland]
The Start of the Hunt, c.1863~1865, Impressionism, oil on canvas, 70 x 89 cm [Private Collection]
Scene from the Steeplechase - the Fallen Jockey, 1866,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이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기수가 말 다리 밑에서 잠들어 있는 걸로 착각했습니다.

'아니 저러다가 말다리에 짓눌리면 어떡할라고..'

 

그런데 알고 보니 작품명이 잠자는 기수가 아니라 <장애물 경주 장면: 쓰러진 기수>가 아닙니까. 

이 캔버스는 드가의 야심 찬 초기 작품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음..

'봉준호감독이 야심차게 출시한 <미키 17>처럼?'

'ㅋㅋㅋ <미키17>은 망했는데..'

 

1866년 파리 살롱에서 전시하기 위해 그린 이 그림은 젊은 시절 고전적 영감으로 매몰된 '역사화'에서 그의 미술인생 나머지를 끌고 갈 '현대 생활의 일상'으로 주제의 전환을 나타냈습니다. 새로 선택한 주제는 비교적 참신한 것이었습니다. 장애물 경주. 1830년대에 프랑스에 처음 소개된 장애물 경주는 위험하고 때로는 논란이 되는 크로스컨트리 장애물 경주였으며 1860년대 중반에 널리 인기를 얻었습니다. 드가는 말 농장과 경마장으로 유명한 노르망디의 메닐-위베르(Ménil-Hubert)에 있는 친구 발팽송(Valpinçon)의 영지를 방문할 때 경마경주를 목격하였을 것입니다.

드가는 이 주제를 선택할 때, 2년 전(1864년) 살롱에 전시된 에두아르 마네의 투우 에피소드 작품에서 자극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후 드가는 여러 개의 작업 아이디어를 준비했는데, 여기에는 작가의 남동생 아킬레(Achille)를 모델로 삼은 쓰러진 기수 그림도 포함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비평가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전시가 끝난 직후, 드가는 캔버스의 적어도 일부를 다시 작업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약 30년간 세 번에 걸쳐 재작업을 실시합니다. 그렇게 작품 변경에도 전혀 손대지 않은 것은 1893년에 사망한 쓰러진 기수 아킬레의 섬세하게 칠해진 얼굴입니다. 그리고 이 그림은 작가가 죽을 때까지 그의 스튜디오에 남게 됩니다.

 

The False Start, c.1869~1870, oil on panel, 33 x 26.2cm [Yale University Art Gallery, New Haven, CT, US]
Jockeys Before the Race, 1869~1872, Oil, essence, with touches of pastel on paper, 107 x 73 cm [Barber Institute of Fine Arts, England]
Before the Race, 1871~1872, Style : Impressionism.
A Carriage at the Races, 1872, Style : Impressionism, 36.5 x 55.9cm [Museum of Fine Arts (MFA), Boston, MA, US]

 

<경마장의 마차>는 경마장에 행차한 상류 사회 구성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경에는 마차가 작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마차에 탄 사람은 채찍을 든 남자와 양산을 쓴 여자인데 그들은 어린아이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이 그룹은 관중, 말, 기수가 함께하는 광활하고 열린 들판의 경주에 참석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늘의 창백하고 부드러운 톤은 먼 풍경과 잘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그림은 이벤트의 사회적 측면과 현대 생활의 단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여겨집니다.

 

The Parade (Racehorses in Front of the Stands), 1872, Style : Impressionism [Musée d'Orsay, Paris]

 

<경마들의 행진>은 경주를 시작하기 전 기수들의 흥분된 서성거림을 담은 작품입니다. 필드(중앙)는 비어있고 관중은 왼쪽에 쏠려 있는데 기수들의 시선으로 비춰지는 장면이라 얼굴 모습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반면, 주인공은 기수들이라기보다 필드를 서성거리는 경주마인 듯 착각마저 일어납니다. 오른쪽의 다크호스는 머리가 잘린 구도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을 통해 무엇이 느껴집니까? 걷거나 뛰는 말의 모습이 매우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이것은 드가의 관찰력이 뛰어났을뿐 아니라 말을 촬영한 사진을 그림 그리는 데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경기가 열리기 전, 기수와 말이 가지는 긴장 속의 느긋함이 섬세한 필치로 표현된 이 작품은 에드가 드가의 그림이 가지는 특징, 즉 독특한 구도와 자연스러운 생동감을 잘 보여주는 수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Race Horses(경마), c.1873, Pastel, 11 7/8 x 16 in. [Cleveland Museum of Art (United States)]

 

19세기 대표적인 풍속화가(이 표현도 괜찮습니다) 에드가 드가는 발레 무용수, 노동계급 여성, 경주마 등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유명했습니다. 경마에 대한 그의 관심은 1862년부터 시작되었는데 1885~88년에 완성된 <Race Horses>를 포함하여 수많은 작품을 제작하였습니다.

야외에서 작업하는 다른 인상파 화가들과 달리 드가는 자신의 인상파 그림을 모두 스튜디오에서 그렸고 배경에 맞게 말과 기수의 크기를 조작했습니다. 말에 대한 그의 사랑은 발레에 대한 애착과 일치하여 19세기 영국에서 수입된 인기 럭셔리 스포츠인 파리 롱샴 경마장에서 열리는 세련된 경마 행사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경주마>를 비롯한 그의 그림에서 전달되는 밝고 풍부한 느낌은 그의 노련한 관찰과 구도를 반영합니다.

 

Racehorses at Longchamp, 1874, oil on canvas, 34 x 41.9 cm Style: Impressionism

 

영국에서 수입된 사치 스포츠인 경마는 19세기 파리에서 유행을 누렸습니다. 1857년 도시의 서쪽 끝에 지어진 롱샴 경마장은 드가를 포함한 유행의 관중을 끌어들였는데, 드가는 말에 대한 사랑이 발레에 대한 애착과 맞먹었습니다. 1862년 드가는 롱샹 경마장의 기수들과 말타는 모습, 멋지게 차려입은 관중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이 작품은 경마가 끝나고 경마장 옆에서 기수와 말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장면을 담은 것으로 미국 박물관이 구매한 최초의 드가 그림이었습니다.

 

순간을 포착하여 유화 화폭에 담은 드가의 붓질은 경마장의 역동적인 장면들을 표현하는데 부족함이 없었고, 말의 빠른 움직임을 감각적으로 전달하는 데에도 성공하였습니다. 이러한 작업은 인물의 배치를 바꾸고 사진을 찍는 방식으로 단절과 원근법을 이용함으로써 마치 사진을 촬영한 듯한 순간적인 광경을 묘사한 것입니다. 이는 에드가 드가가 뛰어난 감각은 물론 화가로서의 우수한 기량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드가는 경마장을 그린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서 인간과 동물의 움직임이 연출해내는 독보적인 풍속화가의 지위에 오릅니다. 경마장 풍경화에서 드가는 그 매력을 거침없이 표출해 냅니다. 

 

The Riders, 1875~1876

 

<The Riders>는 말을 탄 개인들이 푸른 풍경을 가로지르는 행렬을 묘사한 작품입니다.

느슨한 붓놀림과 흙빛 색상 팔레트를 사용하여 장면을 신속하고 생동감 있게 표현하였는데 이는 인상파 기법을 잘 사용한 사례입니다. 부드러운 조명이 확산되도록 표현하여 거친 그림자가 생기지 않습니다. 이는 말의 움직임과 유동성을 살려내는데 기여합니다. 전체적으로 배경은 미니멀하고 스케치적으로 처리하는 대신 기수들은 다양한 수준의 세부 묘사를 수행하여 생동감을 살려냈습니다.

 

At the Races, 1877, oil on canvas, 66 x 81 cm [Musée d'Orsay]

 

에드가 드가는 친구 에두아르 마네와 함께 경마장에 찾아가서 말과 기수, 관중들을 관찰하였고 1860년대부터 1870년대 중반까지 경마장과 기수를 주제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습니다. 그의 그림에 특정 장소를 알아내는 어떤 장치도 표시하지 않은 것은 경마장 자체보다는 자신의 눈에 포착된 빛과 움직임(말의 동작)을 묘사하는데 치중했기 때문입니다.

 

Before the Race, 1882, Style : Impressionism, 26.5 x 34.9 cm [Clark Art Institute, Williamstown, MA, US]

 

이 그림의 말과 기수는 다양한 자세로 서 있는데 모두들 경주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자신의 화가경력 전반에 걸쳐 Degas는 정지 이미지에서 움직임을 제안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했습니다. 작품은 화가의 스튜디오에서 그려졌지만, 눈부신 붓놀림은 야외에서 그린 작품의 즉각성을 살려내는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수집상인 Sterling Clark은 의심할 여지없이 이 그림의 승마 주제에 매료되었을 것입니다.

 

The Jockeys #4, 1882, oil on canvas, 26.4 x 39.8 cm [Yale University Art Gallery]
The Riders, 1885, oil on canvas, 73 x 90.8 cm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Jockeys, c.1885~c.1900, pastel [Private Collection]

 

작품 <기수들>은 경마의 활기차고 역동적인 장면을 포착한 그림으로, 경주 전 또는 후에 준비나 휴식을 취하는 말에 탄 기수들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인물들은 느슨하고 표현력이 풍부한 획으로 그려졌는데, 이는 주제와 움직임을 포착하려는 인상파 스타일의 표현 기법에 해당됩니다. 배경의 하늘은 재빨리 스케치한 것으로 보이는데, 푸른색과 흰색을 가볍게 긋는 획으로 표현하여 덧없는 순간을 연상케 합니다.

 

Jockeys in the Rain, 1886, pastel, 47 x 63.5 cm [Burrell Collection, Glasgow, UK]

 

<빗속의 기수들>은 곧 비가 올 듯한 흐린 하늘 아래 말을 탄 기수들을 그렸습니다. 드가는 기수들의 유니폼과 말의 근육질의 색조를 가볍게 표현하여 부드럽지만 생생한 장면을 만들어냈습니다. 비는 배경과 합쳐지는 수직의 푸른 줄무늬를 통해 암시되고, 작품 속 풍경은 비오는 날의 특징인 축축함을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드가의 작품 중에서 말이 등장하는 그림들에 대해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준 그림입니다. 말하자면 발레 교습을 받거나 무대에서 춤을 추는 무희들의 동작과 다른 매력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에드가 드가는 동작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였고 사진기로 찍은 듯한 장면을 화폭으로 많이 담았던 화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록 말을 타본 적은 없지만 이 그림을 보니 마치 빗속에서 지인들과 함께 말을 타고 싱그러운 풀내음을 맡으며 질주하는 기분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아주 멋진 작품입니다.

 

Race Horses in a Landscape, 1894, Pastel, 47.9 x 62.9 cm [Thyssen-Bornemisza Museum]
At the Race-Before the Start, c.1885~c.1892, oil on canvas [Virginia Museum of Fine Arts, Richmond, VA, US]

 

<경주에서 - 시작 전>은 경마장에서 조용히 대기하는 순간을 포착한 작품입니다. 말과 기수가 만들어내는 수평선에 초점을 맞춰 경주에서 폭발할 에너지의 고요함을 묘사하였습니다. 기수들은 각자의 경주용 실크를 입고 있어, 장면에 생기를 불어넣는 색채가 빛을 내고 있습니다. 

 

Before the Race 5
Four Jockeys, c.1889, 127 x 167 cm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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