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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서촌

hittite22 2025. 2. 25.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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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촌

서촌이란?

 

서울에는 '촌'이라는 이름이 붙은 동네가 몇몇 개 있습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동네는 당연지사처럼 언급되는 <북촌>입니다. 그다음으로는? 아마도 <신촌>과 <서촌>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물론 해방촌도 있고 지금의 명륜동과 홍제동 역시 옛날에는 명륜촌, 홍제촌 이렇게 불렀다고 하는군요. 서울을 벗어나면 김포 쪽으로 <고촌>이라는 곳도 있습니다. 암튼, 당신은 서울 여행을 떠난다면 신촌과 서촌 두 동네 중에서 어느 쪽에 발길을 먼저 옮기겠습니까?

 

당근, 서촌이지요.

음.. 신촌 골에서 대학을 다니지 않은 탓인가요?

경복궁과 인왕산 사이 ‘서촌’은 조선 때 역관 등 전문직을 맡았던 중인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서촌은 대한민국 서울의 경복궁과 서울의 내사산 가운데 서쪽 산인 인왕산 사이에 있는 지역을 뜻한다.
조선 시대에는 흔히 '장의동'이나 '장동'으로 불렸다.
서촌은 창덕궁 남쪽의 교동이나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북촌과 함께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다.
조선 시대엔 왕족과 사대부, 중인들의 거주지로 유명했으며,
일제강점기 이후엔 문인과 예술인들이 많이 자리 잡았다.(위키백과)

 

해가 중천에 떠오른 어느 해 새해 첫날 저는 느지막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생뚱맞게 서촌으로 가고 싶어졌습니다. 새해 첫날인데 말이죠. 보통 사람들은 신태양을 보러 동해로, 동쪽으로, 달마처럼, 고래잡이 청년처럼 떠나갔다가 돌아오느라 고생인데, 그해 첫날 정월 1월 1일 저는 서쪽으로 가보고 싶었습니다. 마치 어느 허름하고 깨끗하지 못한 집안 소파 밑에서 기어 나와 방향을 잡지 못하여 우왕좌왕하는 바퀴벌레처럼 그렇게...

 

그것은 아마도 그 당시 즐겨 시청하던 알쓸신잡 2에서 출연한 잡박(잡학박사)들 탓이었습니다. 그들은 쓰잘데기 없이 모여 앉아 자기들이 다녀온 이 나라 안에 가보고 싶은 몇몇 곳에 대하여 '나의 머리는 잊어먹지 않고 기억하며 가보고 싶다'라고 노래를 불러대고 있었던 것입니다. 계절은 겨울이고, 날은 해가 중천을 타고 넘어가는 시점이라 첫날 아침 거리로 나선 저는 결국 마음만 가보고 싶은 걸로 끝나버릴 가능성도 없잖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똘끼가 발동하면 그냥 내달리게 되는데, 그렇게 안동도 가보고, 진도도 가보고, 서촌도 가보게 되는 손으로 꼽아 보는 여정 중 하나로 서촌이 낙점된 거겠지요.

 

하지만 만약 서촌에 가면 그곳에서 이상도 만나고, 윤동주도 만나고, 이중섭, 천경자도 만날 수 있으니 서울 안에서 정말 가볼 만한 곳의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느 잡박이 말했던가요? 아마 펜질 현준이 말한 거 같습니다. 폭이 좁아 연인과 데이트하며 걷기에 좋은 길이라고...

 

그 친구 건축공학 전공자인데 쓰잘데기 없는 소리 잘 늘어놓는 인물이었습니다. 연인, 애인 소리만 들어도 경끼를 일으키는 저는 차라리 홀가분하게 혼자 길 걸어보고 싶은 맴이 뱃고동 아래의 바닷물처럼 정신없이 출렁거렸습니다. 요즘엔 '혼여'가 유행이기도 하던데 그때만 해도 눈치 보이는 짓거리였으니까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딸과 함께 걷는 것도 괜찮겠지.'

'왜냐하면 딸은 나의 분신이고, 나의 유전자 상당 부분이 전달되어 있어 비록 성별은 달라도 찌릿찌릿한 전기가 오르는 일은 없을 테니까..'

뭐 그런 허무맹랑한 궁리질을 펼치다가 밑도 끝도 없이, 전말(顚末)을 알아볼 것도 없이

해가 떠오르는 동쪽이 아닌 서촌으로 가고 싶어졌습니다.

 

5분 전 삐딱이도 아닌데 왜 이렇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좋아할까요?

소로(좁은 골목길)를 좋아하고, 한적한 길 걷기를 좋아하고, 애인이나 연인과 팔짱 끼지 않은 채 사유하며 걷기를 좋아하니 어떡합니까. 솔로 인생에 최적화되어 살아가는 거죠..

 

서촌 주요관광지[출처 : 서울관광정보]
 

서촌 잠입기

 

서촌이란, 알고 보면 대딩시절 시위나 촛불집회 참석하러 자주 갔던 길목이나 언저리 안쪽에 자리 잡고 있는 동네였습니다. 그런데 나잇살 먹고 나서도 한참 동안 머릿속에 들어있는 게 없으니 눈뜬장님처럼 옆에 두고 가보지 못한 곳이 바로 서촌이었습니다.

 

한옥마을과 정겨운 가게들이 좁은 골목길 안에 언뜻언뜻 '나 여기 있오' 하며 튀어나오는 정겨운 동네인데 몰라봤단 말입니다. 지금은 얼마 남지 않은 한국적인 풍경을 맛볼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되어버렸습니다.

 

21세기 서촌에는 미술관도 있고, 여관도 보입니다.. 만약 당신에게 애인이 있으면 이곳저곳 정신없이 돌아다니다가 으슥한 집으로 들어가 같이 잠을 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찌감치 일어나 한적한 도심 속 골목길을 손잡고 걸어보는 것도 기분 짱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일렁거려 왔습니다. 밤새 몸을 섞으며 부대낀 여자와 상큼한 아침 공기 내음을 코로 맡으며 길 걷는 기분... 그런 즐거운 경험은 젊은 날의 추억이 되어버린 지 오래인데 말입니다. 그러네요, 추억처럼 아련합니다...

 

저의 서촌 탐방은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시작합니다.

자하문터널 방면으로 이어지는 자하문로를 중심으로 서쪽과 동쪽을 나눠서 돌아볼 것을 정하여 움직이면 더 편합니다.

 

사직동·체부동·옥인동·통인동·누상동·누하동·신교동이 자리한 서쪽은 역사 문화 탐방이나 먹거리 투어를 즐기기에 적당하고, 창성동·통의동·청운동·효자동이 있는 동쪽은 미술관과 갤러리가 많아 예술을 주제로 둘러보면 좋습니다. 그 길로 들어갑니다. 위 지도에서 보면, 경복궁역 2번 출구는 서쪽 지역을 둘러보는 출발점이 됩니다. 출구를 나서면 왼쪽으로 길게 이어진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가 나타납니다. 배화여자대학교 쪽으로 뻗은 이 거리는 오래전부터 드나들던 서촌덕후들 사이에서 금천교 시장, 적선 시장 혹은 체부동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니다. 지금은 시장의 기능이 거의 사라지고 밥집과 술집이 즐비해있거든요, 그래서 해질 무렵부터 늦은 밤까지 사람들로 붐빕니다. 심지어 짱개들도 우글거립니다.

 

이상의 집

이 집, 서울미래유산이군요..

 

처음 알현한 곳은 이상의 집. 이 집은 단층으로 된 매우 심플한 구조의 한옥인데 이상이 잠시 하숙했던 곳이던가? 암튼 그런 장소, 이상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입니다. 통유리창에는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는 안내 말씀과 왼쪽으로 밀면 문이 열린다는 신호 말씀이 적혀있습니다.

 

대오서점

 

현재 카페로 운영하는 '대오서점'은 1951년 개업한 서촌의 상징과도 같은 곳입니다. 그 옆에 자리한 중국음식점 '영화루'도 서촌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다는 유명한 곳인데 고풍스러운 외관을 잘 간직하고 있는 듯합니다. 계속 길을 따라 더 걸어가면 통인시장이 나옵니다.

 

통인시장

먹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한 통인시장(전통시장)에서 유명한 것은 도시락 카페인데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널리 알려진 서촌의 명물이라고 합니다. 현금을 내고 옛날 엽전으로 바꿔서 아무 상점이나 들어가 그걸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습니다. 대부분 서민들의 먹거리로, 떡볶이나 만두나 튀김 등등을 사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특별한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엽전으로 바꿔 먹는 게 뭐 대단한 즐거움이나 새로운 인상을 남기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듯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효자동 빵집

통인시장 서쪽 출입구 맞은편에서 인왕산 방향으로 난 옥인길을 따라 더 올라가면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 소품 가게가 많아 데이트 코스로 인기 있습니다. 삼거리인가 길목에 자리 잡은 효자동 빵집 앞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빵을 사 먹고 있습니다. 음, 이곳 빵집은 먹을 만합니다. 한 번 사 먹었는데 괜찮았습니다.

윤동주 하숙집 터

 

서촌에서는 윤동주의 흔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윤동주를 만날 수 있다고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습니다. 집터였다는 표식과 오래된 사진 말고는 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윤동주 하숙집 터를 지나 옥인길 끝까지 올라가면 인왕산 수성동 계곡을 만난다.

인왕산 수성동 계곡

 

겸재 정선이 그린 '장동팔경첩'에 등장하는 수성동 계곡은 2010년 옥인 시범 아파트를 철거하면서 발굴·복원했다고 전해집니다. 요즘 세상은 왼통 재개발 아파트 천지인데 옛날에도 서울 도심 곳곳에 널브러져 있던 판자촌이나 달동네 등등, 아마 그런 집들이 있던 곳을 재개발한 지역이 지금 수성동 계곡으로 남아 있는 듯합니다.

 

계곡 위는 인왕산 등산로와 연결되고

다시 윤동주 시인의 언덕, 창의문, 청운 문학도서관으로 이어집니다. 이 코스를 밟으려면 각오를 단단히 하고 올라가야 할 듯합니다. 계곡 위에서 윤동주 시인의 흔적을 만날 수 있을까나 모르겠네요. 윤동주 문학관이 있다는데 올라가 보지 않아서 그것까지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인왕산 자락길

인왕산 자락길

 

이 지도에서 좌측 끝쪽에 배화여대, 여고가 자리잡고 있으며(필운대 관람지), 우측 끝쪽에 청운문학도서관, 윤동주 문학관이 포진해 있습니다. 가운데 지점, 박노수 미술관을 지나 계속 올라가면 수성동 계곡이 나옵니다. 박노수 미술관에 도달하기 전에는 상촌재라 하는 단촐하지만 빈티지한 건물을 구경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수성동계곡의 기린교
 

‘인왕산 초소 책방’의 야경

수성동 계곡을 따라 오르면 인왕산 자락길과 만나고, 호젓한 산책로를 따라 20분 정도 오르면 인왕산 <더 숲 초소 책방>이 나옵니다. 청와대 방호를 위해 경찰 초소와 기지로 쓰던 ‘인왕 CP’를 시민 휴식 공간으로 고쳐 개방한 곳이라고 합니다. 1층은 책방겸 카페로, 2층은 다용도실이 있고 그곳에서 바깥으로 나가면 일대는 물론 남산까지 한 눈에 둘러볼 수 있는 인왕산 전망대가 나타납니다. 

청운문학도서관
 

'진경산수화 길'이라는 곳이 조성되어 있는데요, 이 길은 겸재 정선이 그림을 그렸던 현장과 ‘장동팔경첩’ 그림 속 장소를 상상하며 찾아가는 ‘테마 길’이라고 합니다.

 

정선의 <장동팔경첩> 중 ‘수성동’. 간송미술관 소장

 

정선의 작품 제목에 등장하는 ‘장동’, 이는 경복궁 서북쪽에 있는 현재의 서울 종로구 효자동, 궁정동 일대를 말합니다. 당시엔 한성부 북부 순화방 장동이었습니다.

화가 정선(1676~1759)의 <장동팔경첩>은 서촌 일대 명승지 8곳을 그린 화첩인데, 국립중앙박물관(1755년)과 간송미술관(1751)에 하나씩 두 본이 남아 있습니다. 이 화첩에서 정선이 살았던 17~18세기에 장동의 범위가 효자동과 궁정동 일대에서 서촌 전체로 확장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윤동주 문학관

 

위에 언급한 '진경산수화 길' 을 모두 걷지 않아도 됩니다. 윤동주 문학관에서 시작해 청운 문학도서관, 겸재 정선 집터, 수성동 계곡 등을 거치는 3km 코스 중 윤동주 문학관 시인의 언덕부터 한양도성 길을 따라 청운 문학도서관까지 내려오는 짧은 구간만 걸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풍광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당일 여행 코스>

경복궁역→이상의 집→대오서점→종로구립박노수미술관→옥인동 수성동계곡→통인시장→통의동 대림미술관 or 그라운드 시소→보안여관→경복궁→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경복궁역→이상의 집→대오서점→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옥인동 수성동 계곡→통인시장→통의동 대림미술관 or 그라운드 시소→보안여관→경복궁→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

둘째 날 / 인왕산 자락길→윤동주 시인의 언덕, 윤동주문학관→청운문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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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한옥마을 그냥 정리해 본 거.(^~)

 

이상의 집

효자베이커리-옥수수빵(콘브레드)과 양파소보로(어니언크림베이글)

통인시장-도시락엽전 인당 5000(기름 떡볶이-김임옥 할머니집)

윤동주 시인의 언덕/윤동주 문학관-서촌재-수성동계곡

청운문학도서관(무료)

박노수미술관-2000(좁고 볼 거 없음)

대오서점

음식점

옥인피자-누하의 숲-이마리-푼크툼-라 스위스-남도분식(떡볶이)-영화루(고추짬뽕-고추짜장)-토속촌삼계탕

 

코로나19 이전 중국 관광객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몰려들던 토속촌 삼계탕집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했는데, 어린 닭을 사용한 탓인지 육질이 매우 보드랍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이름이 났는지 모르지만 사방천지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단체로 몰려와서 시끌벅적하게 음식을 챙겨 먹고, 그 사이에 끼어서 눈치 보듯 한 그릇 비우고 나왔습니다. 김치도 맛있었는데 별도로 포장해서 구매를 원하는 손님들에게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찾는 사람이 많은 모양입니다. 아, 여행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도 이곳은 거의 다 알고 있는 눈치였습니다.

저는 처음 가보는 곳이었는데.. 

 

 

봄이 오면,

서촌 산책을 한번 더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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