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회에 이어서)
우리는 샤갈, 하면
순애보 사랑과 고향마을에 대한 짙은 향수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것은 샤갈이 지닌 여러가지 면목 중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샤갈에게 다가가려할 때 제일 먼저 고향마을 비텝스크와 그의 정착지 파리를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의 첫번째 부인 벨라와의 사랑에 대해 귀를 열어야 합니다. 물론, 그는 벨라 이외의 여인과 관계를 맺었고 재혼까지 합니다. 만약 벨라가 살아있었다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으리라는 믿음이 샤갈의 진정성있는 사랑을 인정하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샤갈은 전쟁과 서커스, 그리고 종교화에 깊은 천착을 하였던 화가였습니다. 살기도 오래 살아서 남긴 작품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러한 샤갈의 다양한 면을 이해하는 걸음마 단계로
우리는 샤갈이 지닌 향수와 고향마을에 대한 기억을 그가 남긴 작품을 통해 살펴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바이올린 연주자
<The Fiddler>는 러시아와 프랑스 예술의 조합을 보여주는 준 입체파 스타일의 작품입니다. 그림은 샤갈의 비테프스크 마을에 있는 바이올린 연주자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샤갈은 여러 장의 지붕 위 바이올리니스트 그림을 남겼습니다.
바이올린 연주자를 쳐다봅니다.
이 남자는 녹색인인데 파란 머리에 파란색 그늘의 수염을 가지고 있으며 한 발은 지붕에 딛고 다른 발은 녹색 원으로 묘사된 땅을 딛고 있습니다. 교회와 나무가 보이며 눈 위에는 사람 발자국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하늘에는 샤갈표 날아다니는 남자 한 사람이 있고, 지상에는 다리 숫자와 얼굴 수효가 불일치하는 젊은 남자들이 인형 같은 형상으로 서서 바이올리니스트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The Fiddler(바이올리니스트)>에서 샤갈이 지닌 고향마을에 대한 또 다른 향수를 상징적으로 그려낸 것일까요?
그에게 내재해 있던 문화적, 종교적 유산이 소박한 마을에서 춤추는 바이올리니스트의 모습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 해설에 따르면 샤갈의 어린 시절의 차바드 하시딤(Chabad Hasidim, 차바드는 정통 유대교 하시딕 왕조를 지칭함)은 음악과 춤을 통해 신과의 교제가 가능하다고 믿었고, 바이올린 연주자는 의식과 축제에서 중요한 존재였습니다.
또 다른 바이올린 연주자 그림들입니다. 제작된 시기는 비슷비슷한데 품질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종종 샤갈의 그림을 보면서 느끼는 점 하나는 색채에 쏟은 열정에 비하여 인체 비례에 대한 정확한 묘사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이 떠오릅니다. 사실, 인물묘사가 그림 그리는데 가장 어려운 일일 거라는 추측은 충분히 수긍가는 이야기입니다.
큐비즘의 영향을 받은 작품 <바이올리니스트, Fiddler>를 포함하여 여러편의 바이올린 연주가 그림에 비하여 이 작품은 감상하는데 눈을 편안하게 해 줍니다. 큐비즘의 영향이 엷어져가던 중기의 작품이기 때문이리라 여겨집니다. 시기적으로는 뒤에 그려진 작품인데 주인공인 바이올린 연주자의 모습은 젊은이가 등장하였습니다. 자신의 신혼시절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꽃다발도 푸른 하늘에 둥둥 떠다닙니다.
꿈속에 보는 고향
작품 <행진>은 1915년 러시아 연방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제작한 표현주의 스타일의 그림입니다.
생생하고 몽환적인 색상이 캔버스를 지배하고 있으며 주인공의 행동은 제목처럼 역동적입니다. 구성의 중심에 위치한 주인공 남자는 어두운 옷을 입고 뚜렷한 제스처로 행진하는 모습입니다. 그는 붉은 지붕을 가진 노란색 집을 지나가면서 다리를 높이 뻗고, 각진 팔과 펼쳐진 손으로 활기찬 기운을 뿜어냅니다. 그 남자 옆에는 크기가 비현실적으로 작은 여성인물이 행진하는 남자를 호기심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배경의 소용돌이치는 하늘은 당시 격동했던 러시아의 시대분위기를 묘산 것일까요?
농민 생활을 그린 작품입니다.
전경에서 파란색 작업복 재킷을 입고 러시아 챙이 달린 모자를 쓴 젊은 시골 남자가 자신의 사랑스러운 조랑말에게 사탕무를 먹이고 있습니다. 뒤에는 하늘의 곡선 파노라마가 있고, 말 대가리의 대각선방향으로 확장되는 면에 접하여 빨간색 러시아 통나무 집이 그려져 있습니다. 집 내부가 묘사되어 들여다볼 수 있는데, 매달린 램프 아래서 활기 넘치는 토론을 남자들 그룹이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둥근 수평선을 따라 신사와 마부가 우아한 의자를 앉은 채 지나가고, 탁 트인 들판에서 뛰어다니고 춤추는 부부도 보입니다.
그림에서 읽히는 농부(남자)의 삶은 사탕무 먹이는 것밖에 없고 나머지는 농민생활과 연관성이 있는 건지 불분명해입니다. 농민의 삶을 살아보지 않아서 공감 못하는 건지...
<The Watering Trough>는 여자 농부가 돼지 먹이려고 먹이통을 재배열하면서 몸을 앞으로 구부리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작품제목을 번역기로 돌리니 <물뿌리개>라고 찍힙니다. 그냥 돼지 먹이통이라는 게 더 어울리는 제목 같습니다.
그림의 전체 배경은 깃털 같은 멋진 나무의 절묘한 군청색으로 시작하여 간헐적인 보라색 빛을 통과하여 야행성의 프러시안 블루와 혼합되는 부드러운 짙은 파란색 통로입니다. 청록색의 약간의 악센트. 땅의 보라색은 시골 여인 의복의 음영 부분에서 다시 나타나고, 물마루의 갈색-보라색에서 더 강해지고, 동화 속 새의 섬세한 색상 악센트에서 다시 약해집니다. 그러나 저의 시선을 고정시킬 정도로 사로잡는 모습은 돼지 같지 않은 돼지 눈동자 묘사입니다.
저 돼지는 무엇을 경계하는 것인지...
작품 <나와 마을>의 소재는 <마을의 가을>이라는 작품에 다시 등장합니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환상적 환경에서 단순함의 특성을 의인화하는 전형적인 인물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그림에 영감을 준 것은 러시아에서의 소박한 삶이 아니라 샤갈이 자신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였습니다. 그 이미지란 바이올린 연주자인가요? 바이올린 연주모습을 보면, <나라는 가수>에 출연하는 가수 '헨리'가 오버랩됩니다.
해학적 테마는 샤갈의 전 작품에 걸쳐 화려한 축제 행렬을 묘사하는 동력원이 됩니다. 해학에 대한 샤갈의 유머와 기쁨은 결코 조잡하거나 공격적이거나 희화화되지 않습니다. 그는 자연과 생물의 재미있는 면에 대한 부드러움과 애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작품 <농장>을 들여다봅니다.
이 작품에서 샤갈의 해학적 주제는 목가적인 시골 풍경으로 드러납니다. 아마도 Vitebsk(비테프스크)의 뒤뜰에서 샤갈은 소의 선한 투덜거림, 염소의 울음소리, 수탉의 콕콕거리는 자태로부터 조화로운 자연 생태계를 이해하고 노래하고픈 듯합니다. 소박한 시골 생활의 추억은 그의 미술인생에서 되풀이되는 주제였습니다. 샤갈에게 동물은 자연의 순환적 운명과의 조화와 만족을 나타냅니다. 자연의 위대한 앙상블의 일부가 되는 것을 순진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고향 마을 비테프스크와 자연계 동물들(가축)이 하늘을 둥둥 떠다니며 공존하는 모습입니다.
샤갈이 고향을 그리워하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샤갈은 석판화에서도 색채의 마술사 특성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석판화도 이렇게 예쁘게 직조할 수 있는 건가요?
고향이 되어버린 파리
나이를 먹어가면서 샤갈은 고향마을 비프스테크를 그리워하며 그리던 형식을
파리생활을 묘사하는 그림에도 도입하는 모습입니다.
이젠 파리도 고향마을화 된 건가요?
파리에서 행복했던 날들을 추억하는 모습입니다.
나이를 먹은 샤갈의 뇌구조.
채색 석판화도 꾸준히 남겼습니다.
그물게 장수하면서 수많은 다작을 남긴 화가 샤갈입니다.
이 작품은 마르크 샤갈이 세상을 떠나기 3년 전에 그린 것으로 역시 비테프스크에 대한 추억 혹은 동경을 묘사한 것입니다.
비테프스크 상공의 Cow를 그린 1960년대 후반에서 1982년까지 동일한 주제 탐구가 이어졌던 것입니다. 이처럼 고향마을에 대한 그의 그리움은 평생 떠나지 않은 테마였습니다.
저는 이것을 그의 여성관과 대비시켜 보았습니다.
샤갈은 동시대의 유럽 미술가들이 자유 분방하고 나아가 방탕하기까지 한 화려한 이성편력을 보였던 것과 다른 삶을 살았습니다. 오직 한 여인, 아내만을 사랑하고 다른 데 한눈을 팔지 않았던 남자였습니다. 고향마을에 대한 그의 향수, 그의 심성은 이성에 대해 표출했던 태도와 일치되는 점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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