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회에 이어서)
어, 담배 피우는 청년 모습은 Bas의 작품에 처음 등장한 것 같은데요?
그런데 제 눈에는 테이블 위의 꽃병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 매끈하며 세련된 색상으로 빚어진 꽃병은 스위스 화가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에서나 만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보니 <아침 식사를 하는 보헤미안>이란 제목의 작품이군요. 아, 보헤미안이라 담배를 피우는 청년을 내세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청년, 어딘지 모르게 손님이 아니라 오너처럼 보입니다.
카운터 위에 분필로 쓴 메뉴 항목, 목공에 긁힌 표시와 이니셜과 같은 세부 사항이 쌓여서 중심인물을 파악할 수 있게 만드는데 이 작품에서는 아마도 직선적으로 수직상승하는 담배연기에 에너지를 몽땅 몰아넣은 듯합니다. 정말 특이하게 올라가는 담배연기가 그의 작품이 가지는 특성을 대변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니, 21세기에도 압생트를 마시는 젊은이가 있습니까?
돈 없고 가난했던 반 고흐니까 즐겨 마셨던 금지해야 할 술 정도로 인식되는 게 압생트인데..
바스에게 있어서 압생트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지는 모양입니다. 이번엔 압생트 술꾼이 연작으로 탄생했습니다.
압생트는 후기 인상파 시대에 화가들이 즐겨 마시곤 했던 타락의 상징이며, 정신을 어지럽히는 몹쓸 것이라 지금은 금지된 술일 텐데.. 물론 금지되기 전까지는 유럽땅에서 다양한 미술사조가 우후죽순처럼 들고일어나던 시대에 아방가르드 예술의 연료로서 기능하였겠지만.
암튼, Bas는 마네, 드가, 반 고흐처럼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의 모습과 그에 수반되는 도구들로 화려하고 몽환적인 작품을 창작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등장인물 중에서 실제 술 마시는 동작을 선보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요, 압생트는 마시면 안 되는 술이라니까..
청년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내면을 향해 시선을 던지고 있는 듯한 포즈를 잡고 있는데,
관객인 우리들이 단서를 찾으려 세부 사항을 훑어대고 있습니다.
'녹색 요정'이라는 별칭을 가진 압생트 술이라 그런 건지 Bas 역시 녹색을 작품 제작의 모티프로 삼은 듯합니다. 암튼, 압생트는 환각작용을 일으키기도 하는 위험 물질이니 Bas의 작품 세계와 잘 어울리는(?) 소재라 하겠습니다. 자주색 티의 청년 어깨에 앉은 앵무새는 유령인가요? 아니면 수정으로 만든 앵무새가 환각처럼 나타나 보이는 걸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작품을 바라보는 내가 압생트 술에 취해버린 걸까요?
실크 스크린으로 제작된 작품인데 여기서 실크 스크린은 그림 속 우산의 필수적인 투명성을 불러일으키는 데 효과적으로 쓰인 것처럼 보입니다. 청년이 서 있는 곳은 실내 식물원이 아니라 야외입니다. 당근, 우산을 썼지. 야외니까.
암튼, 푸른 수국과 열대 꽃이 만발한 정원으로 데려가는 이 작품은 빛, 반사, 그리고 끝없이 굴절된 참조사항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작품의 아름다움은 고전적인 바스 유머와 몰려오는 폭풍으로 인하여 더욱 증폭되는 느낌이 일어납니다.
우왓!
뱀파이어는 흰색 더블브레스트 재킷에 피 묻은 붉은 단추와 나비넥타이를 두른 패션으로 지금 막 파티 호른을 불어 제치려는 형국입니다. 배경으로 뱀파이어 뒤에 떠 있는 풍선들, 그 사이로 숫자 142가 보입니다.
아하~
142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이군요. 뱀파이어는 기꺼이 파티 호른을 불러주려는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뱀파이어에게 나이는 전혀 없고 그림의 역사에서 눈 깜짝할 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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