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회에 이어서)
from 케임브리지 대학시절의 경험

헤르난 바스는 2017년에 제작된 그림 9점은 자신이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생활하면서 접했던 대학 생활의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강에서 펀팅을 하거나 도시의 역사적인 건축물을 확장하는 모습을 담은 이 작품들은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몽환적인 느낌을 줍니다. 그들의 주제는 성적 성숙의 정점에 있으며, 알아볼 수 있으면서도 익명이며, 친밀하면서도 냉담합니다.

<자살 일요일(Taking on Water)>은 가라앉는 판지 뗏목을 타고 있는 젊은이들의 그룹을 보여줍니다. 이는 여름 시험의 끝을 축하하며 벌이는 악명 높은 술 취한 강 경주의 일부를 묘사한 것입니다.
헤르난 바스는 물 안팎에서 옷을 벗는 다양한 단계의 여러 인물을 묘사하면서 테오도르 제리코(Théodore Géricault)의 메두사의 뗏목(1818~19)을 가리키는 손짓을 합니다. 이 작품에서 황갈색 선이 그어진 소년들의 창백한 팔다리와 그들의 나른한 움직임은 창발적인 남성성의 취약성을 보여줍니다.

작품 <캠(Cam) 강의 Charon (Slain Swan), 2017>에는 캠브리지 학생들이 탄식의 다리(the Bridge of Sighs) 아래에서 펀팅을 하고 있는 장면이 그려져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연구차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머무른 적이 있는데, 대학 캠퍼스를 거닐면서 학생들의 보트 놀이하는 장면을 보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건 웬 뜬금포람?




그의 'Night Climbers(1930년대 후반에 도시의 교회와 기타 건물을 확장하는 게임을 만든 학생들의 그룹)' 시리즈는 케임브리지 건물의 야간 등반으로 추종자를 얻은 20세기 초 형제회를 나타냅니다. 스릴을 추구하는 이 동아리의 악명은 1937년 Chatto와 Windus가 Whipplesnaith라는 가명으로 쓴 책을 출판하면서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Bas는 그룹의 역사와 비밀 문화를 활용하면서도 도시적이고 강인하며 자신감 넘치는 현대의 주인공으로 묘사하였습니다.
Cambridge Nightclimbers(2017)에서는
티셔츠 차림의 소년들이 동성애적 친밀감을 표현하는 고딕 양식의 첨탑을 기어오르고 있습니다.

<Cambridge Nightclimber(View of Trinity)(2017)>에서 외로운 등반가가 팔 근육을 팽팽하게 유지한 채 멍하니 매달려 있습니다. 작품에서 도시는 진흙 투성이의 밤하늘을 배경으로 실루엣으로 표현되어 있고, 지그재그 모양의 지붕은 평평한 색상으로 렌더링 되며, 질감은 스텐실과 목판화로 전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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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le Camouflage’에서 헤르난 바스는 마치 그가 나의 여름을 함께 보낸 듯, 그 정서를 형상과 추상의 모호한 경계 위에 그려냈다. 진동하는 감각으로 어리둥절하다시피 한, 매년 찾아오지만 언제나 새로운 그 짙은 계절을 이보다 잘 포착한 작품이 있을까.
– 손엠마(리만머핀 서울 수석 디렉터)








헤르난 바스는 1966년 매타신 소사이어티(The Mattachine Society) 회원 3명이 게이 남성과 레즈비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의 면허를 취소한 주 주류국(State Liquor Authority)의 차별적 정책에 반대하여 연좌농성을 하던 "십인(Sip-In)"을 발견했습니다. Bas가 붙잡았던 사진은 당시 그리니치 빌리지 다이빙에서 활동가들이 동성애자라고 선언하자 맥주잔을 덮고 있는 바텐더의 모습을 담은 것이었습니다.

위 사진은 맨해튼의 Julius'(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게이 바 중 하나) 카운터에 앉아 있는 Mattachine Society(초기 "동성애자" 조직) 남성의 1966년 언론 사진입니다. 마티니 잔을 앞에 둔 신사는 이들(회원들과 바텐데)을 외면하려는듯 등 돌린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Bas는 사진을 기초로 그림을 그립니다. 뛰어난 화가답게 사진을 베끼기만 하지 않습니다. Bas는 우선 구도를 회전시키고 바텐더의 손을 하얀 장갑으로 바꾸어 유령처럼 잔 위를 맴돌게 합니다. 거절 동작을 취하는 하얀 장갑은 관람객의 시선을 끌어당길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Bas는 십인 회원의 잔 위에 손을 올려 서비스를 거부하는 바텐더를 완전히 지워버립니다. 이제 흰 장갑을 낀 손만 남겨 놓은 후, 다음 단계로 옆에 앉은 인물을 묘사합니다. 사진의 신사가 그림에서는 마티니 잔을 들고 있는 빨간색 옷차림의 금발 소년으로 대체됩니다. 소년은 액션을 취하는 모습입니다. 그는 세 명의 유언장의 잭이거나 "디스코 댄스, 오스카 와일드 독서, Streisand 티켓 보유, Dorothy의 친구"인 Clueless를 인용합니다. 이제, 실제 사진과 다른, 아니 사진보다 더욱 인상적인 그림이 탄생합니다.

그의 구피가 번식하여 연못보다 커지자, Bas의 18년 된 남자친구는 유출물을 담기 위해 야광 어항을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이 구매로 인해 Bas는 온라인에서 GloFish 애호가의 세계를 조사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고 특히 어둠 속에서 빛나는 물고기 아이디어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는 형광 티셔츠, 산세척 청바지, 투명한 플라스틱 바이저를 입고 레이브를 할 준비가 된 퀴어 애호가를 상상했습니다. "그냥 GloFish가 아닙니다."라고 Bas는 말합니다. "그에게는 삶의 방식입니다."
기본적으로 Bas는 야광 페인트를 사용했습니다. "레이브에서 몸에 뿌릴 것과 같은 것"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색채의 번쩍임은 소년의 구겨진 표정과 움푹 패인 자세를 날카롭게 부각시켰습니다.


여기 자신의 월척을 과시하는 소년이 등장합니다. 어린 시절 마이애미에서 자랐던 Hernan Bas는 "모든 시시한 해산물 식당"의 벽에 늘어선 싸구려 사진(월척 과시) 버전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타폰(Tarpon)을 들고 서 있는 이유를 잊어버린 듯 낙담해 보이는 소년의 얼굴을 등장시킨 이 작품에서는 너무 많은 것이 사라졌습니다. 한쪽 다리로 균형을 잡고 있는 갈매기는 해안가 모든 것들에 대하여 별 감흥이 없다는 듯 하품을 하고 있습니다. <#1>의 배경에는 끓어오르는 일식이 하늘에 박혀 있고, <#2>에는 월식으로 검게 가려진 달이 떠올랐습니다. 검게 가려진 달은 소년의 불안전한 미래를 암시합니다.
어느 날 밤, 헤르난 바스는 자신의 작업실 그늘에 매달려 박제된 귀상어(Hammerhead Shark)를 응시하다가 어둠 속의 귀상어가 그림의 재미있는 이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식은 펠리컨을 그리는 변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월식배경 아래에 등장하는 펠리컨은 엄밀히 말해 낮새입니다. 바스가 이 그림에서 표현하려는 것은 아마도 그가 플로리다 해안에서 지겹게 보아온 힘센 남자들의 월척 자랑하는 이미지를 비꼬고자 한 듯합니다.




헤르난 바스 작품에서 게이 내러티브를 읽을 때가 있는데 이는 커밍아웃을 한 성 정체성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세명의 군중>에서 두상을 바라보는 소년의 손짓은 미술사에서 여성적인 동작으로 사용된 제스처를 차용한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모호하면서도 관능적인 몸짓을 하고 있는 미소년을 감상합니다. 어떤가요?
'딱'입니다를 외치는 광고주가 떠오르네요.




작품 <Little Shop of Horrors의 저녁 식사 시간>에서는 우아함과 종말이 균형을 이룹니다.
여기서 소년의 녹색 장갑은 식충 식물 보육원 내부의 동물 시체를 들어 올리는 금속 사슬을 잡습니다.

비닐 봉지에 담긴 물고기를 목에 걸은 소년의 그림 속에서 물고기는 마치 수호천사 같은 존재로 보입니다. 온갖 위험과 악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부적처럼 작은 물고기는 소년을 감정적으로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년에서 청년 사이의 어느 지점을 지나고 있는 듯한 주인공의 표정은 쓸쓸하고 창백하며 지상 세계 그 너머를 응시하는 듯합니다.
호퍼의 작품에 등장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차용해 온 것일까요?
꼭 닮은 것은 아니지만 어딘지 연결점이 있어 보입니다.


작품 <Hot Seat(난방기구)>는 2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림 속에서 뱀은 천장에서 늘어진 채 소년의 목을 감는 위험스러운 장면의 주인공으로 묘사된 듯합니다. 수많은 파충류가 있는 테라리움(우리)이 배경으로 둘러쳐져 있는 방은 온통 붉은색의 주홍빛 색조로 덮여 있습니다. 뜨거운 램프와 그것에 어울리는 색상의 셔츠는 뭉크의 <지옥의 자화상(1903)>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헤르난 바스의 작품을 감상할 때에는 이처럼 지난 시대에 인류가 성취해 놓은 위대한 결과물을 연결 지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작품은 뭉크에게서 영감을 받은 듯합니다.

1979년 선로 근처에서 8mm 카메라로 영화를 촬영하던 6명의 아이가 끔찍한 일을 목격합니다. 그날 이후로 마을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의 공격을 받게되며, 카메라에 담긴 진실을 토대로 마을 소년과 소녀들이 알 수 없는 존재에 맞서는 모험을 결행합니다. 2011년에 개봉한 영화 <Super 8>의 줄거리입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Oscar) 수상자 출신의 마이클 지아키노(Michael Giacchino)가 영화의 음악감독을 맡았는데 주제곡 리스트 중 하나가 그림의 제목과 같은 'Creature Comforts'입니다. 헤르난 바스가 이 곡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제작했다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헤르난 바스가 미술사, 문학, 영화 등을 인용한 이야기를 자신의 스타일로 그려내는 화가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고전적이면서도 동시대적인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How Best to Suffer Swamp Life at Dusk>에서 소년은 탐욕스러운 모기를 막기 위해 우산을 덮는 유령 그물 아래를 피난처로 삼고 있습니다. 투명하면서도 탄력이 있는 베일에는 소년의 피를 삼키려는 벌레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소년은 야생 동물과의 결투를 대비하여 의도적으로 위태로운 자세를 취하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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