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들의 나라-아시아

이은새(leeeunsae) / 1 - 한국 MZ 세대 작가의 발칙한 그림 감상

hittite22 2025. 4. 2.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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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응시하는 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이은새

 

이은새는 누구인가?

 

 

이은새 작가를 소개하게 되어 기쁩니다.

사실은, 저도 그녀를 잘 모릅니다.

모르지만 현재까지 알아낸 것을 중심으로 포스팅합니다.

 

작가는 주변에서 마주하는 불합리한 사건, 사고와 그것에서 비롯한 경직된 순간들을 포착하는데 기발한 능력을 발휘하는 듯합니다. 그야말로 MZ세대의 화가답습니다. 그녀의 작품에는 인터넷이나 언론 매체, 일상생활에서 목격한 장면과 이에 대한 작가의 반항적 상상력이 결합되어 모습을 당황스럽게 표출시키고 있습니다. 구세대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MZ 세대에게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응시하는 눈>(2018)은 선명한 연두색으로 채운 배경 위에 두 개의 눈이 강렬하게 이글거리는 작품입니다. 눈 부위가 훼손된 정치인의 포스터를 소재로 삼았다고 합니다. 작품 속에서 인물의 두 눈은 자신감을 표현한 시선을 조롱한 상대를 향해서 다시 한 번 경고하듯 까맣게 타오르고 있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작품 <짐을 싣는 사람들> 앞에 포즈를 취한 작가 이은새

 

이은새라니?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하시죠?

 

그녀는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2010년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고 2014년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미술원 조형예술과 전문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이후 대안공간 루프(서울), 갤러리2(서울), 갤러리 조선(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럭(파주), 아마도예술공간(서울), 스페이스K(광주), 갤러리175(서울)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한 이력이 있으며 서울에 거주하며 작업 중인데 최근에는 스페인에 거주하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었고 2025.10-2026.4에는 삼성문화재단 후원으로 파리시테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활동한다고 하네요.

암튼, 저는 그녀의 작품을 구입하고 싶은데 기회가 생기지 않는군요.

 

 

발칙한 작품들 

 

돌던지는 사람#5, 2012, oil on canvas, 53 x 45.5 cm
Self Treat, 2013, oil on canvas, 30 x 30cm

 

그녀의 작품을 보니 '이거 추상화가인가?'라는 생각이 언뜻 들어옵니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에는 구상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제가 판단하기로는 추상 표현주의와 표현주의 중간 지점에 존재하는 유형을 추구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완전 추상화에 경도된 작가라면 아마 제가 쳐다보지 않았겠지요. 추상화 계통작품에 대해서라면 빌렘 드 쿠닝의 추상표현주의까지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인데 그보다 좀더 구상적 요소를 드러내보이고 있으니 이은새를 애정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The melting coffee, 2013, acrylic on canvas, 40.9 x 31.8cm
A Vomitory, 2013, oil on canvas, 53.0 x 45.5cm
눈 녹이는 사람들, 2013, acrylic on canvas, 53.0 x 45.5cm
Leopard’s Attack(표범의 습격), 2013, oil on canvas, 53 x 45.5cm
구멍 탐구 – 클라라의 방에서, 2013, acrylic on canvas, 260.6 x 162.2cm

 

작가의 상상력이 발칙하다 못해 전율스럽습니다. 제목에 따르면 저 방의 주인은 클라라이고 위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은 클라라임이 분명합니다. 그럼 저 세 사람 중에서 누가 클라라일까요? 뒤쪽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은 성별상으로 보아 클라라가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그럼 클라라는 둘 중의 하나입니다. 자신의 생식기를 드러내 놓은 여자이거나 그걸 벌려서 관찰하는 여자이거나...

 

커피 아이스크림, 2014, oil on canvas, 31.8 x 40.9cm
앙다문 손들, 2014, oil on canvas, 30 x 30cm
꼬리 잡는 개, 2014, oil on canvas, 22.1 x 16.1cm
현장의 도미회, 2014, oil on canvas, 90.9 x 72.7cm
전시 설치 전경, 개인전 <틈; 간섭; 목격자>, 갤러리 조선, 2015
무너지는 틈, 2014, oil on canvas, 162.2 x 130.3cm
막장 도착, 2014, oil on canvas, 162.2 x 130.3cm
더미 앞의 목격자들, 2014, oil on canvas, 130.3 x 130.3cm
침몰하는 땅 앞의 사람들, 2014, oil on canvas, 130.3 x 130.3cm
지붕 위의 목격자들, 2014, oil on canvas, 162.2 x 209.1cm
빠르게 환기, 2014, oil on canvas, 116.8 x 91.0cm
떨어지는 물 앞의 사람들, 2014, oil on canvas, 260.6 x 193.9cm
계속해서 미끄러지는 아이스크림, 2014, oil on canvas, 72.7 x 90.9cm
아이스크림을 자르려는 사람들, 2014, oil on canvas, 440 x 220cm

 

작품 속 아이스크림을 자르는 세 사람은 눈동자가 살아있습니다. 커피 & 디저트 카페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네요. 모두 똥그랗게 눈을 뜨고 있으며 아이스크림을 자르려는 손짓과 발짓이 장난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뒷편에 서 있는 사람은 얼굴 윤곽만 드러날 뿐입니다. 그리고 다시 그 뒷편에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은 아예 얼굴모습도 보이지 않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림이 살아있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 장치들입니다. 그런데 왜 나체로 아이스크림을 자르고 있는 걸까요?

 

탐구와 발표의 시간, 2014, oil on canvas, 390.9 x 193.9cm

 

작품 속 탐구하는 사람의 성별은 남자입니다. 그럼 탐구의 대상이 되어 구멍을 드러내는 사람의 성별은? 역시 남자입니다. 재미있는 설정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동성코드가 작용된 작품일까요? 그런 의도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다시 관찰하니 구멍을 내어놓은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좀 헷갈립니다. 암튼 구멍을 내어 놓은 사람의 눈빛에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있는 인물은 신체가 어둠에 가려져 있지만 여자가 틀림없습니다. 그녀는 뭐가 재미있는 지 상황을 즐기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Vaping, 2014, oil on canvas, 72.7 x 72.7cm
발화여자(The Burnng Girl), 2015
Crack; Interference; Witnesses(틈; 간섭; 목격자들), Seoul Art Space Seogyo, Seoul(서교예술실험센터, 서울), Feb 1 2015 - Feb 13 2015
길티-이미지-콜로니, 2016, oil on canvas, 259.1 x 193.9 cm
바이킹의 소녀들, 2016, oil on canvas, 162.1 x 130.3cm

 

작품 <바이킹의 소녀들>은 카메라 앞에서 망가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여성 아이돌을 화폭에 재현한 것입니다. 당시 바이킹을 탄 여성 아이돌그룹의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그 사건을 그림으로 그렸다고 합니다.

 

이른바 굴욕적인 장면을 드러내보이지 않으려고 '프로'답게 바이킹을 타면서도 무표정한 얼굴로 있는 여인의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저는 처음 이 작품을 보면서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젊은 여성들의  각기 다양한 감정을 잘 살려낸 실력과 함께 작가의 감수성이 재기발랄한 듯 번득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작품노트에는 전혀 다른 내막이 숨겨져 있었군요.

 

강제관람, 2016, oil on canvas, 53 x 45.5cm
겹쳐진 눈, 2016, oil on canvas, 130.3 x 130.3cm
ㅗㅗ, 2016, oil on canvas, 145.5 x 112.2㎝

 

한 소녀가 무릎을 꿇고 앉아 관객을 향하여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든 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제목은 <ㅗㅗ>.

흰 셔츠에 팬티 만 입은 여인이 욕설의 의미가 담긴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작품에 대해 말합니다. 
"화보 같은 곳에서 흔히 접하는 장면을 소재로 그렸어요. 모델이 흔히 취하는 자세로 사실은 성적인 의미도 내포하고 있어요. 모델이 어떤 시선을 위해 대상화된 모습에, 공격적인 손짓을 더해 그린 것이지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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