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회에 이어서)
그녀의 작품 속에는 담배 피우는 여성, 술 취한 여성, 토하는 여성 등이 등장합니다.
일반 대중들의 눈에 비치는 그녀들의 모습은 '괴물'들입니다.
그러나 그녀들은 자신을 사냥감으로 삼는 도시의 사냥꾼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괴물'이 된 것입니다. 마치 '헐크'처럼 분노의 에너지가 극을 치달으며 불을 뿜는듯합니다. 그런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며 이상스럽게도 '힐링' 또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단발 머리에 흰색 상의만 걸친 한 여성이 어정쩡한 자세로 앞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얼굴에 입과 코는 없지만 하얗게 빛나는 눈빛이 위협적입니다.
밤의 괴물들
"그림 속 인물들은 밤을 배경으로 활동한다. 젊은 여성들에게 밤은 두려운 시간이다. 술에 만취한 여성들은 어둠이 내려앉으면 활동을 시작하는 사냥꾼들의 타겟이 된다. 그들에게 술 취한 여성은 범죄의 대상, 성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존재, 마치 곧 문란해질 것 같은 존재로 보인다. 그들이 어둠을 틈타 사냥터로 들어서는 순간, <밤의 괴물들>은 매우 공격적이고 무서운, 그들이 사냥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그들을 바라본다. <밤의 괴물들>은 술에 취한 여자들을 비롯하여 다양한 상황에서 온몸으로 분노와 광기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들이다. 무방비 상태의 어두운 밤에 <밤의 괴물들>은 오히려 사냥꾼을 향해 끔찍한 반격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은새, 대안공간 루프 이선미 큐레이터와 대화 중에서
바닥에도 작품을 전시한 것인가요?
시도는 참신한데 저러다 작품 손상이라도 당하면 어쩔겨?
이은새는 2017년부터 시작한 ‘밤의 괴물들’ 연작을 통해 술에 취한 여성을 묘사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만취 여성들은 일반적인 여성의 이미지에서 한참이나 벗어나 있습니다. 어떤 여성은 그녀의 그림을 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하네요..
작품 <노상방뇨>를 보니, 으슥한 골목길에서 노상 방뇨 하는 여자에게 자동차 전조등 불빛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얀 바지 아래로 흐르는 오줌 줄기는 목격자의 방향으로 다가오며 점차 위협적인 핏빛으로 변해갑니다. 그와 함께 여자의 눈은 경고하듯 까맣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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