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회에 이어서)
옥승철(b.1988)이 그려내는 세계는 어딘가 애니메이션에서 본 듯한 얼굴, 그 자체입니다. 다른 작가들이 보통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 후 촬영해 컴퓨터 이미지 파일을 만든다면, 옥 작가는 이미지 파일을 먼저 제작한 뒤 그것을 보고 실물 작품을 그립니다. 원본이 캔버스로 존재하고 복제품이 컴퓨터 속으로 들어가는 보편적인 관행을 뒤집은 것입니다.
옥 작가는 또 만화에서 모티프를 얻어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 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오리지널리티(원작으로서의 독창성)와 복제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냅니다. 2022년 당시, 옥 작가의 작품은 인기가 치솟아 컬렉터들이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가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조각으로의 초대 2
옥승철(b. 1988)은 중앙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습니다. 최근 한국 미술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현대 미술가로 아트 컬렉터라면 누구나 소장하고 싶어 하는 작가라고 합니다.
오~ 그런가요?
저는 Kiaf Seoul 2022에서 처음으로 알게 된 아티스트입니다.
그는 1980~90년대에 방영된 일본 애니메이션 <독수리 오 형제>, <미래 영웅 아이언 리거>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1) 이미지 원본을 복제하고 2) 각 요소를 컴퓨터상에서 재조합한 후 3) 이 JPEG 파일을 투사한 캔버스에 손으로 정밀하게 그려 회화 작품을 완성하거나 4) 이를 토대로 조각을 제작하는 아티스트입니다.
이번 전시회에는 이런 방식으로 제작된 일러스트화와 조각 작품이 출품되었습니다.
경북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을 졸업한 김봉수 작가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 시리즈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습니다. 2019 Kiaf에 출품된 피노키오 시리즈 작품 한 점을 방탄소년단 뷔(V, 김태형)가 구매하여 뉴스를 탄 적도 있습니다. 그는 욕망을 위하여 거짓으로 일관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을 코가 길어진 상징적인 캐릭터로 표현해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오~ 정치권에 이런 캐릭터들이 많이 서식하던데...
2022년 현재, 한국 종합예술 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박성원(b.1966)은 유리 조형예술의 대가입니다. 조각과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한국 유리 조형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유리 얼굴에 나무 몸을 한 자화상 시리즈를 제작하기 시작했는데, 이 작품에서 나무는 유리의 부속물이나 유리를 받쳐주는 수준을 넘어서서 유리와 대등한 지위로 가지는 재료로 쓰였습니다. 이러한 이질적인 요소 중에서 나무는 조각의 물성이라면 유리는 소조의 물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통나무에서 ‘깎아내기’를 통해 형상을 갖추어 나가는 몸통의 조각 과정은, 붓고(Casting), 덧붙이는(blowing)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얼굴 부분의 조형과는 반대되는 성격을 가지면서 최종적으로는 하나로 통합 또는 연결된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입니다.
서구화가들 작품 3
스코틀랜드 태생 영국 작가 필립 콜버트(b.1979)는 랍스터를 자신의 예술적 페르소나로 내세운 특이한 아티스트입니다. 위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 역시 랍스터입니다.
이 작품은 일종의 팝 아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세인트앤드루스 대학교를 졸업한 콜베르는 리처드 해밀턴, 로이 리히텐슈타인, 제임스 로젠퀴스트와 같은 초기 팝 화가들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디지털 문화의 패턴을 탐구해왔으며, 이제는 분신이 되어버린 랍스터의 눈을 통하여 자신이 표현하려는 주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2022년 4월 그는 다양한 랍스터의 JPEG 7,777개로 구성된 The Lobstars라는 이름의 광범위한 NFT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결과는 확인해보지 못했습니다.
Anne Buckwalter(b.1987, Lancaster, PA)는 타일러 예술대학에서 BFA를 받았고 메인 예술대학에서 MFA를 받았습니다.여성의 정체성과 모순적인 요소의 공존을 장식적인 화면으로 표현해온 화가입니다.
그녀의 작품에 나타나는 장식적인 요소는 펜실베니아 네덜란드 유산의 민속 예술 전통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대체적으로 신비한 방과 모호한 공간에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물건을 배치하고 그 가운데 여성인물을 등장시켜 모호안 제스처를 취하는 장면을 묘사합니다.
작품 해설에 따르면 그녀의 그림은 여성의 신체, 친밀감, 성 역할에 대한 질문을 탐구하는 일련의 작업이라고 하네요.
Adam Neate(애덤 니트, b.1977)는 영국 화가이자 개념적 예술가로, 2008 년 Telegraph에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그의 전문분야는 재활용 골판지에 도시 예술을 그리는 것으로, 길거리에 누구나 수거할 수 있도록 수천 편의 작품을 남겼다고 합니다. 특이한 캐릭터이네요.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 타카시 무라카미는 도쿄 예술 대학에서 일본 전통 회화에 관하여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인물입니다. 망가(만화)와 애니메이션, 공상과학만화 등에서 나온 독특한 시각 이미지를 바탕으로 회화, 조각, 영화, 설치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를 대변하는 캐릭터는 Mr. DOB인데요, 이것은 일본 만화의 도라에몽과 미국 애니메이션의 미키 마우스를 혼합하여 만든 것입니다. 무라카미는 이를 통해 만화 캐릭터들이 회화의 중요한 아이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한국 현대화가들 작품 3
기미노(Gimino, 본명 김인호, b.1964)는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후,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분야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름을 딴 브랜드 '기미노(Gimino)'를 운영하고 있으며 액세서리, 디자인 문구 등을 제작, 판매하고 있습니다. 2009년 중국 북경 '798 space'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작가 활동을 하고 있으며 드로잉과 설치작업 등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성태진 작가(b.1973)는 추계예술대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판화전공한 후
팝아트 영역에 속하는 로봇태권 V작품 연작(2012)으로 유명한 판화가이자 팝아티스트입니다.
이 작품은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의 <The Fifer>를 패러디한 것으로 한편으로는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얼굴을 꽃으로 가린 부분 때문인데, 암튼 저로서는 이전의 다른 유명 화가의 작품이 오버랩되어 보이는 경우 흥미가 반감되고 식상함을 느끼는 편입니다. 퓨전은 오리지널 보다 더 못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계명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중국 중앙미술학원에서 수묵 인물화를 공부하였으며,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서기환 작가의 작업은 대부분 캔버스 대신 비단을 사용하여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선명한 채도를 구현해 내는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저의 성향상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분야인데, 저의 성향과 달리 서기환 작가의 초현실화는 호주, 싱가포르, 대만 등 해외 MZ 세대들에게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또한 뉴욕에서 출발한 세계 최고 온라인 미술 거래 플랫폼인 Artsy에서 많은 해외 컬렉터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허경애(b.1977)는 광주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성신여대에서 회화와 판화를 전공했으며,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세르지 국립 미술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Art de Paris-Cergy)와 파리 소르본 1대학(University Paris 1, Panthéon-Sorbonne)에서 순수미술을 수학했습니다. 20여 년째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한국의 차세대 여성 작가로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눈부시게 선명한 색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그녀의 작품제작은 물감을 한 겹씩 칠하고 말리는 과정을 수백 번 반복한 후 아크릴 물감이 돌처럼 굳으면 그것을 긁어냄으로써 완성됩니다. 판화를 전공한 덕분에 고안해낸 그녀만의 기법입니다.
이번 Kiaf Seoul 2022에 출품된 한국 화가들의 작품을 보니 각자 자기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창안해 내거나 자신만의 기법을 개발하여 스스로를 블루오션화하는 추세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허경애의 작품도 그런 자신만의 작품 가치를 개발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미술계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여겨졌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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