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전람회 후기

강남 코엑스-Kiaf Seoul 2022 (3) / 박서보에서 우국원까지

hittite22 2025. 3. 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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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회에 이어서)

 

 

 

Kiaf Seoul의 핵심작품들이 소개되는 순간입니다.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작가들의 작품이 다수 출품되어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고 있었습니다.

 

역시 시장통을 걷는다는 건

그것이 음식시장이든, 미술시장이든 관계없이 

똑같이 즐겁고 신나는 일인 것 같습니다.

 

 

 

박서보와 김창렬 작품

 

 

박서보, Ecriture No.20~22, 2022, Relief Print with Korean Hanji Paper, 133 x 103cm
박서보, Ecriture No.900719, Matiere판화, 58 x 45cm
박서보, Ecriture No.060801, 2006, mixed media with Korean hanji paper on canvas, 40 x 54cm
박서보, Ecriture No.060318, 2006, mixed media with Korean hanji paper on canvas, 40 x 54cm

 

일반인들에게는 '단색화의 거장'으로 알려진 박서보 화백의 Ecriture(에크리튀르, écriture, 묘법·描法) 시리즈입니다. 초기 앵포르멜(Informel) 영향을 받은 작품은 1970년대부터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게 바로 묘법 시리즈의 태동으로 연결됩니다. 불어로 ‘쓰기(writing)’라는 뜻을 가진 ‘écriture’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인 단순한 글쓰기 이상의 의미, 어떤 면에서는 철학적인 사유의 산물로 나아가는 확장성을 가지는 듯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오랫동안 변화없이 선긋고 색 입히는 반복된 작업을 추구하였기에

어떤 측면에서는 고여있는 물, 혹은 정체된 미술이라는 편견을 가지게 만드는 점,

그것이 아쉬웠습니다.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이 남긴 작품들이었습니다.

Kiaf Seoul 2022개최 당시만 해도 생존화가셨는데...

 

김창열, 물방울, 2000, 마포에 유채 모래, 193.9 x 130.3cm(120호)
김창열, Recurrence SB05035, 2005, india ink and oil on wood, 163 x 132cm

 

김창열은 물방울그림으로 유명한 화가입니다

박서보 화백과 마찬가지로 한 가지 작품만, 즉 물방울 그리기에만 전념(?)하고 있습니다.

 

역시 까칠한 개인적인 견해를 발설하자면, '매몰'된 느낌을 준다는 것입니다.

한국에는 이런 화가들이 너무 많습니다.

 

천편일률적으로 '사과' 그림만 그리는 화가,

메양 그 얼굴이 그 얼굴인 만화 캐릭터만 그리는 화가,

그리고 똑같은 캐릭터의 조각만 만들어서 잘팔리는 아티스트로 살아가는 이들 등등

왜 이렇게 창의적이지 못할까요?

 

아니죠, 일단 한 테마로 대가의 반열에 올랐으니

그냥 '창의적이지 못하다'라는 한마디로 뚱쳐버리는 건 너무 무례한 것 같고..

 

'지속적인 새로움의 추구가 결여되어 있다.'

이렇게 말을 바꾸어야 하겠군요.

 

제가, 새로움에 껌뻑하는 인간인지라 

해 보는 말입니다.

 

 

잠깐 쉬어감

 

권지안의 작품이 전시된 부스
권지안, Humming Letter #07, 2022, mixed media on canvas, 91 x 117cm[1200만원]
권지안, Humming Letter #05, 2022, mixed media on canvas, 130 x 163cm[2000만원][sold]

 

권지안(b.1984)은 잘 알려진 가수 솔비의 본명입니다.

즉 위의 작품은 솔비가 그린 것입니다.

배우 하정우도 미술품을 Kiaf Seoul에 출품한 실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2022년도에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고객과 작품 매매를 위해 상담하는 중일까요?
김진란, Return Ⅱ, 2020, sterile gauze and ash on paper, 50 x 70cm[810만원]
김진란, New Way, 2020, sterile gauze and ash on paper, 50 x 70cm[810만원]
김진란, WordaworthⅠ, 2018, sterile gauze and ash on paper, 50 x 70cm[1080만원]

 

김진란 화가는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데 특이한 것은 거즈(의료용 붕대)를 사용하여 숲이나 바다를 형상화해낸다는 것입니다. 위 숲을 구현한 작품들의 재료 역시 거즈였습니다. 오마이갓!

 

한상윤, 행복한 여행, 2022, acrylic on canvas, gold leaf, 91 x 73cm[900만원][sold]

 

한상윤 화가(b. 1984)는 한국애니메이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의 요토세이카 대학교에서 정치만화를 전공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대학원 재학시절 우연한 기회에 '만화와 미술 크로스 컬쳐'라는 전시를 통해 만화가가 아닌 아티스트 한상윤으로서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한상윤은 가장 한국적인 팝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는 돼지를 주인공으로 풍자적 이미지 작업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작품 <행복한 여행>에도 어김없이 돼지가 출연하고 있습니다.

 

김현수, 서 있는 숲, 2022, gouache on korean traditional paper, 130.3 x 193.9cm[sold]
강혜은, Line-Piece 2239, 2022, oil on panel, 112 x 162cm
Line-Piece 2239(detail)

 

강혜은 작가(b.1955)는 유화 물감에 손아귀 힘만으로 압력을 가해 굵고 가는 색의 선을 뽑아내 작품을 만들어 냅니다. 각각의 색에서 뽑아낸 색실을 겹치고 쌓아가면 작가 자신만의 풍경화가 완성됩니다. 물감에서 실을 뽑아내는 그녀의 독창적인 기법은 10년의 시행착오 끝에 완성한 것이라고 합니다.

 

반복해서 쌓은 색실들이 섞이며 독특한 색감과 입체적 질감을 나타내며, 색실 사이사이에는 공기를 품고 있어 푹신한 느낌까지 불러 일으킵니다. 그리하여 멀리서 보면 풍경이 보이고, 가까이서 보면 색선의 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위 사진 중에서 근접 촬영한 제일 밑의 것에서 색선의 질감을 느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고도의 집중력과 섬세함으로 완성된 강혜은 작가의 그림은 대만, 홍콩, 독일 등 해외 여러 아트페어에서 관심을 받은 바 있습니다.

 

 

우국원 작품 대량방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화가 우국원입니다.

Kiaf Seoul 2022에 다수의 우국원 작품들이 출품되어 있었습니다.

덕분에 눈호강하였는데요,

 

어쩌면 '2022년이 화가 우국원의 전성시대(정점)에 해당한 시기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습니다.

 

Woo Kukwon, Leader, 2022, mixed media on cotton paper, 82.7 x 100cm
Woo Kukwon, Leader, 2022, oil on canvas, 130 x 193cm
Woo Kukwon, Let them eat cake, 2022, mixed media on cotton paper, 101 x 80cm
Woo Kukwon, Let them eat cake, 2022, oil on canvas, 130 x 162cm
Woo Kukwon, Let them eat cake, 2022, mixed media on cotton paper, 101 x 80cm
Woo Kukwon, The Wall, 2022, oil on canvas, 194 x 130cm
Woo Kukwon, Narrow is the way, oil on canvas, 130 x 162cm
Woo Kukwon, Lord is my shepherd, 2022, mixed media on cotton paper, 101 x 80cm

 

우국원(b.1976)은 동양화가 우재경의 아들로 태어나 서양화를 전공하던 중 일본 유학을 떠나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졸업 후 그래픽 디자인으로 활동하던 그는 현재 한국 미술의 차세대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가 작품을 만들면 물이 마르기도 전에 팔려나간다는 말이 떠돌만큼 핫한 작가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국원 화가의 작품을 직접 감상하는 기회를 가진 것이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은 시리즈 형태로 그려진 것인데, 이 시리즈 작품이라는 것이 때론 비슷비슷한 형태의 반복으로 비춰져 오히려 작가의 명성에 먹칠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새로운 창작을 위한 끊임없는 정진이 우국원 화가의 미래를 밝혀 줄 것으로 판단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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