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전람회 후기

강남 코엑스-Frieze Seoul 2022 (1) / 호크니와 실레

hittite22 2025. 2. 2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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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Art Fair의 양대산맥

 

현재 세계 Art Fair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Art Basel과 21세기에 신규 진입한 Frieze,

2곳으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주요 특성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구분 Frieze Art Basel
창립연도 2003년, 런던 1970년, 스위스 바젤
운영방식 현대미술 박람회.
세계적인 갤러리들과 아티스트들이 참여
현대미술 박람회
스위스 바젤을 중심으로 시작
개최국 영국, 미국, 한국
Frieze London, New York, Seoul
스위스, 홍콩, 마이애미
특징 각 도시의 독특한 테마를 가진 미술 박람회
지역적 특성에 맞는 현대미술 트렌드를 반영

예술과 상업을 결합
예술적 깊이, 인문학적이고 철학적 깊이를 강조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 유지에 중점
대형 갤러리 참여.

세계 2대 Art Fair비교

 

Frieze Seoul은

새로운 미술시장으로 떠오르는 한국을 주목한 Frieze 주최 측에서 일본 대도시가 아닌 서울을 낙점하면서 성사되었습니다. 기존 Kiaf Seoul이 꾸준히 개최되어 오던 터에 Frieze Seoul까지 가세함으로써 이제 Seoul은 Hong Kong과 함께 아시아 미술시장의 강자로 부상하게 되었습니다. 

 

Frieze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현대미술 박람회로, 런던, 뉴욕, LA, 베를린 등에서 개최되어 왔으며, 서울은 아시아에서의 첫 번째 개최지로 선택되었습니다. Frieze Seoul은 초기 계약에 따라 매년 개최되는 박람회입니다. 2022년에 첫 번째로 개최된 이후, 2023, 2024년에 연속해서 개최되었습니다. 

계약은 일종의 스팟 계약으로 일정 기간 동안 박람회를 개최할 수 있으며, 몇 년 단위로 계약 기간이 갱신됩니다. 지금까지 Frieze Seoul의 계약은 연도별 갱신 형식으로 진행되어 오고 있습니다. 지역적인 수요와 경제적 요인에 따라 계약 조건이 변경될 수 있으므로 향후 지속적인 개최여부는 지켜보아야 할 듯합니다.

계약 갱신은 아래 항목을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1) 미술 시장의 반응과 성공적인 운영 여부
Frieze Seoul이 매년  큰 성과를 거두고, 미술 애호가들과 컬렉터들, 그리고 갤러리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계약 갱신의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2) 경제적 요소
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에는 참가 갤러리들, 스폰서, 미술 애호가들의 경제적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미술 시장과 한국 경제의 변동에 따라 계약 갱신 여부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개최도시의 문화적 입지
서울은 현재 국제적인 문화 중심지로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위상이 강화되면 이는 Frieze Seoul의 지속적인  개최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것입니다.

4) 지역적 수요와 경쟁 상황
Frieze Seoul이 아시아 지역에서의 미술 박람회로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다른 박람회들과의 경쟁은 물론 협력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만약 Frieze 주최축에서 다른 아시아 도시들과 협력하거나 혹은 다른 박람회가 서울에 도입되면, Frieze Seoul의 지속적인 개최 여부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Frieze Seoul 입문


2022년은 Frieze Seoul이 처음 개최된 해였습니다.

개최주체는 기존의 운영되어 오던 Kiaf Seoul과 연계하여 Frieze Seoul을 공동개최했습니다. 

 

2022년 9월 4일,

가늘게 내리는 빗속이라 접이식 우산을 들고 나섰습니다. 가을 초입에 접어들었으므로 반팔 흰색 와이셔츠에 얇은 감색 외투를 걸쳤습니다. 태풍 힌남노가 침노하기 시작했다는 뉴스도 있었고, 보나 마나 사진 찍을 분량이 엄청 많을 것이기 때문에 보조 배터리 2개, 충전기를 챙겨가므로 주머니 달린 외투가 필요했습니다. 일단, 입장할 때 사진 찍기가 편하도록 접이식 우산은 혁대에 끼워 달랑거리며 자유로워진 손으로 사진촬영을 할 수 있도록 조처하였습니다. 용의주도했나요?

아니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허당이었습니다.

어쨌든,

Seoul Art Fair가 개최되는 코엑스에 당도하여 먼저 Kiaf Art Seoul부터 섭렵하고

그 후, 3층에서 동시 개최 중인 Frieze Seoul을 공략하기로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3층 전시실을 나온 시각이 19시 40분임을 감안하면 약 7시간 동안 그림 구경에 몰두했습니다.

계속 전시장 안을 걸어 다닌 거죠.

 

7시간 걷기 실적을 보니

17,064걸음, 11.15km, 소모 칼로리 585kcal가 찍혀 있습니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호크니의 작품을 감상중인 관람객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은 영국의 유명화가 데이비드 호크니, 요즘 핫한 아티스트의 작품이 걸려있는 부스입니다. 아, 요즘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쭈욱~ 핫한 인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양반입니다. 생존 화가 중 가장 비싸게 팔리는 동성연애자 화가.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기에 심취했던 노인네..

 

위 작품은 2018년에 제작된 <거울에 묘사된 모임(Pictured Gathering with Mirror)>이라는 제목의 디지털 드로잉인데 가로길이가 무려 2.25m에 이릅니다. 대형작품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 이번에 전시된 몇몇 호크니의 작품 중에서 단연 돋보였던 저 작품은 구경하려는 사람들 줄이 끊이질 않아서 사진 찍는데 애먹었습니다. 사람들이 자리에서 빠지지 않아 전체 그림을 핸펀에 담는 게 무망 했습니다. 그래서 편법으로 토막토막 잘라서 찍었습니다.

 

비교적 전체 장면을 담은 사진입니다.

 

이 작품 속에 데이비드 호크니도 그려져 있는데 어디 있는지 보이십니까? 찾아보시면 있습니다. 저기 왼쪽 끝에요.. 거울에 비친 장면을 보시면 벽에 기댄 채 한 여성과 대화 나누는 배불뚝이 논네있죠? 그자가 바로 미술갑부(?) 데이비드 호크니입니다. 배불뚝이 아니랄까 봐 멜빵바지를 입었습니다. 

 

데이비드 호크니 [detail]
거울에 묘사된 모임 [detail-좌측]
거울에 묘사된 모임 [detail-중앙]
거울에 묘사된 모임 [detail-우측]


세 번에 걸쳐 작품 전체 면모를 담았습니다.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을 묘사한 작품은 심플하고 현대적인 실내 인테리어와 어우러져 모던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데이비드 호크니가 왜 대중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지 알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거울에 묘사된 모임, 2018, 디본드에 붙인 종이에 인쇄된 디지털 드로잉, 83 x 224cm

 

이날 저는 배터리가 방전되어 현장에서 전기 콘센트에 꼽은 채 15분간 충전한 후,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호크니 작품을 보러 갔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저녁 7시 30분 퇴실 무렵에 사람들이 빠지는 틈을 타서 호크니의 대작을 한 컷의 사진으로 찍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인간승리!라고까지 하긴 뭣하지만 암튼 뿌듯했습니다.

 

The Arrival of Spring in Woldgate, 18 January, 2011, iPad drawing, 140 x 105cm

 

iPad가 출시된 것이 2010년 1월 27일이고, 위 작품은 2011년 제작된 것이니 사실상 데이비드 호크니가 iPad로 그림 그리기를 시작한 것은 iPad출시 직후부터라고 보면 됩니다. 그러므로 코로나19가 동기부여를 해준 것은 아니고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호크니의 성향에 의하여 iPad작화가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호크니의 iPad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의 iPad화가 시도로서는 의미 있을지 모르지만 예술의 영역을 확장하는데 기여하는 바는 거의 없다

고 판단됩니다.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보다도 더 대중성을 얻지 못할 것 같습니다.

 

Bruno Mars, 2018, charcoal and crayon on canvas, 122 x 91.5cm
Jonathan Wilkinson, 2018, charcoal and crayon on canvas, 122 x 91.5cm

 

<Bruno>와 <Jonathan>은 호크니의 초상화 연작에 속하는 작품들로 영국 갤러리 Annely Juda Fine Art에서 Frieze Seoul에 출품, 전시한 것입니다.

 

모델로 등장하는 브루노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친구이자 모델 중 한 명입니다. 호크니의 작품에서 다소 개인적이고 친밀한 존재로, 예술가의 개인적인 삶을 반영하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한편 조나단은 호크니의 작품에서 감성적이고 깊이 있는 인물로 그려져 있습니다. 

 

에곤 실레의 시간..

 

에곤 실레의 작품을 보러 모여든 사람들

 

Frieze Seoul 2022에서 아마도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던 부스는 에곤 실레 작품관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의 작품을 선별(엄선은 아니고 소품 위주로..) 전시한 곳인데 일반인들이라면 '에곤 실레가 누구야' 하겠지만 미술애호가들이 모인 장소라 이곳 전시장 앞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했습니다. 대표작은 아니지만 비교적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에곤 실레의 면모의 일단을 살펴보는데 유용한 전시였습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어린 여성의 나신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여 어머니 고향마을인 체스키 크롬루프에서 쫓겨나기도 했던 실레, 하지만 그의 원초적 그림에 대해서 한국인들은 꽤나 많은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거의 열광적이라고 할까요? 아니, 순화된 표현으로 가장 핫플이었던 장소였습니다. 

 

Girl in Black Pinafore, Wrapped in Plaid blanket, 1910, Gouache, watercolor and charcoal [Private collection.]

 

우선, 옷을 벗기지 않은 소녀 그림을 먼저 보겠습니다. 에곤 실레의 작품을 만나기 위한 일종의 워밍업이라고 해두죠. <Girl in Black Pinafore> 작품 속 여성은 검은색 핀나포어를 입고 있으며, 체크무늬 담요로 몸을 감싼 모습입니다. 여기서  피나포어는 앞치마와 유사한 주름을 넣은 옷으로, 소매가 달리지 않은 옷을 뜻합니다. 모델은 Katharina Gschnitzer인데 다소 단조로운 표정과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Girl (The Virgin), 1917, Oil on canvas, 180.2 x 65 cm.

 

그의 아내를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데,

너무 노골적으로 표현해서 이런 작품을 인터넷에 올리면 <저품질> 당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많아서 설명카드는 찍지 못하고,

유화에서 연필 소묘까지 전시 중인 작품을 틈나는 대로 찍어왔습니다.

 

 

이 여인의 눈은 매우 작게 점을 하나 찍은 것처럼 그렸는데 에곤 실레가 남긴 몇 편의 레즈비언 그림을 보면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동일 인물을 모델로 그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레즈비언의 성생활에서 그녀가 담당한 역할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Man Bendind Down Deeply, 1914

 

현장에서 작품제목을 사진으로 찍어왔어야 했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작품사진만 찍은 다음에 인터넷으로 상세 내용을 검색하려 한 것이 실수였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도 대부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작품 사진으로 감상하고 세부사항은 시간이 흐른 뒤 보완하여 업뎃하는 수밖에 없을 듯싶습니다.

 

Blond Girl, Leaning Forward With Black Stockings, 1912, Oil On Canvas

 

예전에 고흐 특별전(여러 번 개최했기 땜에 어떤 건지 기억은 안 납니다.)을 한국에서 열면서 고흐 손녀(테오 반 고흐의 손녀)가 함께 방한해서 관련된 일을 했는데 그때 신문 인터뷰에서 그녀가 한 말이 기억납니다. 

"우리 할아버지 작품은 여타 화가들과 완전히 달라요. 특별한 데가 있어요." 

그 손녀의 말에 저는 백번 공감하였는데,

에곤 실레의 작품을 볼 때 같은 느낌, 인상을 받게 됩니다. 

 

특별한 데가 있는 작품, 그가 그린 드로잉조차도 빛이 나는 아티스트가 에곤 실레인데

Frieze Seoul이 처음 개최되던 해라서 그랬는지

2022년에 특별히 다수의 에곤 실레 작품을 가지고 와서 전시회를 빛내 주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에곤 실레 자화상, 1910
에곤 실레 부스 안의 인파
Semi Nude with Colored skirt and Raised Arms, 1911[우]

 

 

에곤 실레의 크로키 작품, Drwaing이 많이 소개되었는데요,

Drawing은 본그림을 그리기 위한 밑그림으로, 대부분의 화가들은 Drawing 자체를 작품으로 남긴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드물게 Drawing을 많이 남긴 화가는 Vincent Van Gogh입니다.

고흐는 그림 연습을 매우 많이, 그리고 열심히 한 화가로 저의 뇌리에 새겨져 있습니다. 저는 미술애호가 입문 시절, 그림 실력을 쌓는 과정으로서 다수의 Drawing 작을 남긴 고흐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그의 Drawing과 최종 작품을 비교하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처음 그린 Drawing과 동일하게 최종 작품이 제작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걸 보며 바둑의 초고수들이 자신이 두었던 돌의 위치를 순서대로 재현해 내는 과정, 이른바 복기를 두는 것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얀 캔버스의 어느 부분에 어떤 크기로 똑같이 재현해 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고도의 숙련된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저는 그것을 고흐의 작품에서 목격하였던 것이죠. 그러나 그건 아주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는 그림의 초고수였으니..

그리고 또 한 사람, Drawing을 마치 작품처럼 남긴 화가가 있으니 바로 Egon Schiele였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에곤 실레의 Drawing을 보면서 그것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선과 색채의 사용, 그리고 인물 포즈의 독창적임, 그에 덧붙여 Drawing만으로도 작품이 되는 것을 보여준 화가가 바로 에곤 실레였습니다.

 

Frieze Seoul 2022에 소개된 에곤 실레 부스,

그곳에서 사람들 틈새사이로 떠밀리디 시피 하며 사진을 핸펀에 담았습니다. 그러나 부스 안에서 떠밀림 당하였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보낸 짧은 순간은, 그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비엔나 레오폴트 뮤지엄에서 둘째 딸과 함께 하염없이 쳐다보며 감상에 젖었던 지나간 여행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려주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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