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전람회 후기

이태원 리만 머핀 갤러리 2025/05/21 - 헤르난 바스 전시회(2)

hittite22 2025. 5. 24. 07:01
728x90

 

 

 

 

 

Hernan Bas(b.1978)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은 대부분 미국 플로리다 지역을 배경으로 합니다. 아티스트로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플로리다는 어떤 곳인가요? 
플로리다 남부 도시 마이애미는 고향이자 제가 사는 곳입니다. 미국 라틴아메리카 문화의 중심지예요. 최근 마이애미는 예술의 도시로 불리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죠. 어린 시절 북부 플로리다로 이사해 한동안 살았는데, 기이하고 초자연적인 남부 고딕(southern gothic) 정서가 강한 곳입니다. 문화와 정서가 확연히 다른 두 지역에서 자란 제 개인적 배경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드러날 겁니다.

‘필요와 불필요 사이의 공간’이라는 전시 제목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아티스트로서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구분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필요와 불필요 그 자체보다는 그 사이의 모호한 지점에 끌리는 쪽입니다. 신작들의 소재가 된 마술이나 점술, 기묘한 장난감 같은 것 말이지요. 누군가에게 쓸모없는 것이라도 어떤 사람의 삶엔 없으면 안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가령 ‘반려동물 전문 점쟁이의 딜레마(The Pet Psychic’s Dilemma)’에 등장하는 반려동물 전문 점쟁이는 과학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직업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진심으로 위안을 줄 거예요. 그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작품으로 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세계 곳곳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매년 여러 차례 전시를 엽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나른하고 퇴폐적인 소년들과 달리 엄청나게 성실한 아티스트로 보입니다. 그렇게 꾸준히 작업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고등학생 시절 글짓기 선생님이 “어떤 글이든 매일 써라. 별로라도 괜찮다”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지금까지 제 신념이 됐어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주일 내내 스튜디오에 가서 작업합니다.

출처 : Noblesse 2025.5.16 작가와의 대담에서

 

Lehmann Maupin의 Hernan Bas 전시회 안내판

 

헤르난 바스 전시회 개요

 

전시회 명칭
The Space between needless and needful

전시회 일정 
2025.4.10~2025.5.31

전시작품 List
1. The hummingbird enthusiast(벌새애호가), 2024, acrylic on linen, 127.5 x 101.6 x 3.5cm
2. Round one(yo-yo world championships/요요 세계대회), 2025, acrylic on linen, 127.5 x 101.6 x 3.5 cm
3. The 6 toed cats' caretaker(6발 고양이의 관리인/Hemingway houses), 2024, acrylic on linen, 127.5 x 101.6 x 3.5cm
4. Holiday Spirits(홀리데이 스프릿), 2025, acrylic and water-based oil on linen, 127.5 x 101.6 x 3.5cm
5. Taking it on the chin(묵묵히 견디기), 2024, acrylic on linen, 127.5 x 101.6 x 3.5 cm
6. The pet psychic's dilemma(반려동물 전문 점쟁이의 딜레마), 2024, acrylic on linen, 127.5 x 101.6 x 3.5cm
7. Great expectations(위대한 유산), 2025, acrylic on linen, 213.5 x 183 x 4cm
8. A needless moment(불필요한 순간), 2024, acrylic and water-based oil on linen, 213.5 x 183 x 4cm
9. The space between needful and needless(필요와 불필요 사이의 공간), 2024, ink transfer, ink, and acrylic on paper, each part : 167.6 x 127cm
10. The novice(yo-yo)(초심자 (요요)), 2025, acrylic on linen, 51 x 40.5 x 3.8 cm
11. The understudy(Hamlet)(대역(햄릿)), 2025, acrylic and water-based oil on linen, 213.5 x 183 x 4cm
12. Rain, 2025, acrylic on paper, 188 x 115 x 6cm  

 

 

작품감상 PartⅡ

 

 

Great expectations(위대한 유산), 2025, acrylic on linen, 213.5 x 183 x 4cm

 

이 작품에는 왜 <위대한 유산>이라는 제목을 달았을까요?

바닷가 낚시터인듯한데 박제된 생선과 새를 내걸고 있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낚시군인가요?

 

전시회 관련 기사를 서핑하다가 이 작품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찾아봅니다.

박제된 물고기들을 배경으로 소년이 앉아있는 모습을 담은 작품 <위대한 유산>의 제목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 '위대한 유산'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은 고아 소년이 역경을 딛고 거부가 되는 줄거리를 담고 있는 소설입니다. 여기서 헤르난 바스가 주목한 것은 그런 역사적 이벤트가 아니라  "어부들에게 일종의 트로피라고 할 수 있는 물고기 박제를 만들기 위해 물고기를 죽여버리는 게 과연 필요한 행동인지, 무의미한 행동은 아닌지"하는 것이었습니다.

 

갈매기가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모습-바닷가 풍경입니다.
소년의 얼굴 [close up]
갈매기의 위용
위에 걸린 것은 등(조명)인가요?
박제된 물고기와 붉은색의 낚시대
낚싯대 - 도구를 이용해서 직선을 그은 것으로 보입니다.
세부사항

 

오른쪽 하부에 사선으로 처리된 회색줄은 전깃줄을 표현한 듯.

그런데 제일 마지막에 그려 넣었어야 했는지 순서가 바뀐 듯싶습니다. 회색줄이 띠처럼 파낸 것으로 보이는데 저의 눈에는 살짝 거슬리는 요소로 다가옵니다.

 

 

...............................

 

A needless moment(불필요한 순간), 2024, acrylic and water-based oil on linen, 213.5 x 183 x 4cm

 

이 작품은 이번 전시회의 테마를 형성하는 ‘쓸모없음’에 대한 탐구의 출발점이 된 것입니다. 청년이 서 있는 장소는 플로리다 북부의 모기가 가득한 울창한 늪지대입니다. 헤르난 바스가 트럼프자식의 근거지인 플로디아에서 활동하는 화가라는 사실은 알고 계시죠?

 

이곳 늪지대에서 촬영한 사진에서 영감을 받은 헤르반 바스 아자씨,

모기장 모자를 쓰고 상반신은 벌거벗은 채 늪을 헤매는 청년의 모습을 조망합니다. 그의 행위가 왜 부질없는지 탐구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헤르난 바스 작품을 감상하면 이런 쓰잘데기 없는 상황, 환경, 장면을 많이 다루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퀴어작가는 그러한 상황에 익숙해진 삶을 살아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암튼, 이 청년은 모기장 모자로 얼굴까지는 가렸지만 상체는 벌거 벗은 상태라서 모기들의 공격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형국입니다. '쓸모없음'에 대한 헤르난 바스의 통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은 쓸모없음이라기보다 얼굴이라는 보다 중요부위를 선택한 행위로 보는 게 옳겠습니다.

 

얼굴만 완벽하게 보호한 복장입니다.
얼굴은 싱싱하쥬?

 

위에서  '쓸모없음'에 대한 헤르난 바스의 통찰결과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쓸모없음'이라기보다 '얼굴'이라는 보다 중요부위를 '선택한 행위'로 보는 게 옳겠습니다.

 

얼굴 모기장

 

 

 

........................

 

 

The space between needful and needless(필요와 불필요 사이의 공간), 2024, ink transfer, ink, and acrylic on paper, each part : 167.6 x 127cm

 

2층에 전시되어 있는데요,

이 전시회 타이틀로 선정된 제목의 작품입니다.

<필요와 불필요 사이의 공간>은 두 개의 캔버스로 구성된 작품으로 마술사들의 쇼에서 볼 수 있는 신체 토막 내기 광경을 담고 있습니다. 바스는 “마술이야말로 불필요와 필요의 사이의 공간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합니다. '필요와 불필요 사이'에 대한 사색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의 전시회 주제에 입각한 감상방법을 추구하진 않았습니다. 그냥 작품을 보고 좋다 좋다를 연발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람들이 몰려들지 않아서(아마도 몰라서 안 오는 듯) 마치 서구유럽의 대형 갤러리 안에서 오롯이 작품을 대면하며 감상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초록눈동자입니다.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남성들의 눈동자는

세 가지 색, 파랑, 하늘 그리고 초록색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이층으로...

 

 

.................................

 

 

The novice(yo-yo)(초심자 (요요)), 2025, acrylic on linen, 51 x 40.5 x 3.8 cm
미국젊은이들이 노는 요요?
그게 아니면 헤르난 바스의 관심놀이겠죠..
이친구, 초심자라는데 표정이 여유느긋입니다.

 

대형작품 속에 끼어있는 소품이라, 이 작품은 일반인도 구입을 시도해 볼 만..

하지만 12점 대부분이 이미 팔렸다고 하네요.

모두 다 한국인들이 사갔을까요?

 

 

....................................

 

The understudy(Hamlet)(대역(햄릿)), 2025, acrylic and water-based oil on linen, 213.5 x 183 x 4cm
햄릿의 대역배우

 

대역배우가 대기하고 있는 장소는 연극의 백스테이지입니다.

'햄릿'을 연기할 순간이 당도하기를 기도하며 기다리는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햄릿의 복장을 차려입고 있습니다
대역 햄릿의 표정 [detail]
근심, 초조감?
해골도 소품인듯
백 스테이지의 풍경들

 

..................................

 

Rain, 2025, acrylic on paper, 188 x 115 x 6cm

 

이 작품 <Rail(비)>는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중요한 날 오색 종이를 뿌리는 것에 착안하여 오색종이가 날리는 광경을 비가 내리는 장면으로 치환시킨 것입니다. 비처럼 내리는 오색종이는 빌딩 위에서 사람이 직접 뿌리는 것이라는데 과연 이것이 필요한 일인가 묻는 작품으로 제작한 것이라 합니다.

 

흩날리는 오색종이

 

아이디어는 이해하겠는데 흩날리는 오색종이가 너무 많아서 비 내리는 풍경으로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작품 제목을 보고 나서야 겨우 수긍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저는 르네 마그리트가 그린 신사가 비처럼 내리는 작품을 떠올렸습니다. 비내리는 형상과 등치 시키는 데는 마그리트가 더 성공한 듯합니다.

 

우비를 뒤집어 쓴 인물

 

 

2025년 5월 31일까지 전시회가 열립니다.

무료입니다.

 

300x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