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전람회 후기

이태원 리만 머핀 갤러리 2025/05/21 - 헤르난 바스 전시회 (1)

hittite22 2025. 5. 2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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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역 2번 출구에서 7분 거리에 있는

리만 머핀 갤러리의 헤르난 바스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갤러리 개장 시간이 11시(전시회 테마가 바뀌어도 항상 11시!)라 조금 기다렸다 들어가야 했습니다.

무료관람입니다.

띵호와~

 

Lehmann Maupin의 Hernan Bas 전시회 안내판
Lehmann Maupin 갤러리 전경

 

헤르난 바스 전시회 개요

 

전시회 명칭
The Space between needless and needful

전시회 일정 
2025.4.10~2025.5.31

전시작품 List
1. The hummingbird enthusiast(벌새애호가), 2024, acrylic on linen, 127.5 x 101.6 x 3.5cm
2. Round one(yo-yo world championships/요요 세계대회), 2025, acrylic on linen, 127.5 x 101.6 x 3.5 cm
3. The 6 toed cats' caretaker(6발 고양이의 관리인/Hemingway houses), 2024, acrylic on linen, 127.5 x 101.6 x 3.5cm
4. Holiday Spirits(홀리데이 스프릿), 2025, acrylic and water-based oil on linen, 127.5 x 101.6 x 3.5cm
5. Taking it on the chin(묵묵히 견디기), 2024, acrylic on linen, 127.5 x 101.6 x 3.5 cm
6. The pet psychic's dilemma(반려동물 전문 점쟁이의 딜레마), 2024, acrylic on linen, 127.5 x 101.6 x 3.5cm
7. Great expectations(위대한 유산), 2025, acrylic on linen, 213.5 x 183 x 4cm
8. A needless moment(불필요한 순간), 2024, acrylic and water-based oil on linen, 213.5 x 183 x 4cm
9. The space between needful and needless(필요와 불필요 사이의 공간), 2024, ink transfer, ink, and acrylic on paper, each part : 167.6 x 127cm
10. The novice(yo-yo)(초심자 (요요)), 2025, acrylic on linen, 51 x 40.5 x 3.8 cm
11. The understudy(Hamlet)(대역(햄릿)), 2025, acrylic and water-based oil on linen, 213.5 x 183 x 4cm
12. Rain, 2025, acrylic on paper, 188 x 115 x 6cm  

 

 

작품감상은 2회에 걸쳐 소개하도록 합니다.

사진이 많아서 어쩔 수 없습니다.

 

작품감상 PartⅠ

 

The hummingbird enthusiast(벌새애호가), 2024, acrylic on linen, 127.5 x 101.6 x 3.5cm
벌새애호가 & 벌새 3마리 [detail]

 

헤르난 바스의 작품에서 가장 큰 특징이 무언지 아시나요?
거의 모든 작품의 주인공이 소년에서 청년으로 옮겨가는 젊은 남성이라는 사실입니다. 아마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남성인물화를 그린 화가이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이유가 있습니다. 헤르난 바스는 퀴어화가입니다. 즉, 동성(남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별종이라는 이야깁니다. 그래서 그는 남성을 그리고 남성을 그리고 또 남성을 그립니다. 그런데 그림이 매력적입니다. 남성에게서 매력을 느끼는 남자니까 젊은 남성을 그렇게 열심히 그려댈 수 있는 거겠죠. 억지로 그렇게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본인이 좋으니까 그렇게 그려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꽃과 벌새 2마리 [detail]

 

벌새 뒤에 중세 성화에 등장하는 후광이 비치는 것같습니다.

벌새가 열심히 날갯짓을 해대면 주변부의 공기가 끌려오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헤르난 바스는 그런 장면을 관찰한 적이 있었나 봅니다.  

 

꽃모자를 쓴 벌새 애호가

 

벌새 애호가는 꽃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일까요?

벌새를 불러들이는 장치라도 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벌새 유인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새들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새들에 속합니다. 북미와 남미에 319종이 살고 있으며 미국에는 15종이 발견되며 캔자스에는 루비목벌새가 정기적으로 나타납니다. 이 새들은 개울과 삼림 공원을 따라 야생 둥지에서 발견될 수 있으며 대부분의 숫자는 주의 동부 절반에 위치합니다. 그들은 때때로 그들의 외모와 행동을 거의 흉내내는 곤충으로 오인됩니다.

 

모이통은 일반적으로 꽃이 없는 경우 벌새를 유인하는 데 사용됩니다.

만약 꽃이 아직 피지 않은 시기라면 모이통을 사용하여 벌새를 유인할 수 있습니다.

 

작은 꽃밭으로 벌새를 유인할 때 백일초, 금잔화 및/또는 데이지와 같은 식물을 추가하면 효과가 있습니다. 꿀을 생산하는 꽃을 키우십시오. 벌새는 자라기 쉬운 많은 종에 매력을 느낍니다. 콜럼바인, 데이 릴리, 접시꽃, 푸시아, 폭스글로브, 비밤, 샐비어, 플록스, 블리딩 하트, 펜스템몬, 벌새 민트, 나비 덤불, 심지어 해바라기까지.. 그와같이 다양한 꽃을 피울수록, 더 많은 벌새를 끌어 들일 수 있습니다.

 

벌새 애호가가 입은 런닝..

 

벌새 애호가가 입은 러닝은 줄무늬 러닝입니다. 

줄무늬가 가지런하게 일률적으로 잘 그려져 있습니다. 어떻게 그렸을까 궁금해서 한참이나 가까이 들여다보았습니다. 마침내 내린 결론은 줄 하나하나를 그어서 그린 것이 아니라 아크릴을 도포하고 줄무늬를 형성하는 보조도구를 사용해서 줄을 만들어냈다고 보았습니다. 손으로 직접 선을 그어 저렇게 균일한 패턴을 그려낼 수 없습니다.

 

배경 작법 탐구
배경색칠은 초벌로 끝낸 듯합니다.

 

전시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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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nd one(yo-yo world championships/요요 세계대회), 2025, acrylic on linen, 127.5 x 101.6 x 3.5 cm
흑갈색머리와 연갈색머리의 1대1 요요대회

 

뒤에서 요요를 하고 있는 청년이 앞쪽의 청년을 훔쳐보는 듯한 인상입니다.

작품 제목을 본 후 이유를 알아차렸습니다.

두 사람은 1대 1 데스매치 중이고, 그래서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화폭에 담은 것입니다.

물론 순전히 개인적으로 추정해 본 이야기입니다.

 

사뭇 진지한 두 청년
열일하는 중인 요요
벌새애호가와 요요 세계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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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발고양이의 관리인이 보입니다.
The 6 toed cats' caretaker(6발 고양이의 관리인/Hemingway houses), 2024, acrylic on linen, 127.5 x 101.6 x 3.5cm

 

자, 이 청년이 6발 고양이의 관리인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네.. 맞습니다. T셔츠에 6개 발가락을 가진 고양이 발바닥 그림이 그려져 있는 걸 보고 알 수 있습니다.

그럼 고양이 발가락은 일반적으로 몇 개일까요?

AI에게 물어보니 고양이 앞발은 발가락이 5개, 뒷발은 발가락이 4개랍니다.

그리고 다지증(polydactyly)이 있는 고양이는 더 많은 발가락을 가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6발 고양이도 여기 해당되는 거군요. 이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랍니다. 오랜 돌연변이의 결과로 집고양이들은 다지증에 걸리기 쉬우며 여섯 개나 일곱 개의 발가락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6발 고양이와 관리인

 

그런데 6발 고양이 발바닥을 그린 T를 입고 관리인이라는 이름으로 일하는 청년 모습을 그린 걸 보면

아무래도 특별관리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고양이 관리인 인물 close up
검은 고양이

 

이 작품에는 스토리가 담겨 있습니다.

작품 속에 검은 고양이와 갈색 고양이 두 마리가 등장합니다. 이 고양이들은 작가 헤밍웨이가 키우던 반려동물의 후손이라고 합니다. 작품명에도 언급되어 있지 않나요? 헤밍웨이 하우스라고..

 

근데 왜 '헤밍웨이 하우스'가 나올까요?

헤르난 바스의 활동 근거지는 플로리다입니다. 플로리다는 헤밍웨이가 애정했던 쿠바로 들어가는 미국본토의 전초기지가 있는 주(state)입니다. 비록 플로리다가 오늘날에는 트럼프란 이름으로 도배되다시피 했지만 역사적으로는 헤밍웨이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동네입니다. 그곳에 헤밍웨이 하우스가 있고 그곳의 관리인의 임무를 맡은 청년이 이 작품의 주인공입니다. 청년은 발이 여섯개인 희귀 고양이를 돌보는 임무를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헤르난 바스가 이 젊은이에게 관심을 보인 것입니다.

 

육발 고양이 발바닥 [close up]

 

Close up하여 살펴보니 고양이 발바닥의 6개 발을 그린부위가 마치 추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색깔이 아름답군요.

 

관리인의 옷 상의 [detail]
관리인의 옷 상의[detail]

 

프로 화가라서 그런지 확대 또는 close up하여 살펴본 결과 붓질을 여러번 반복하면 복잡하고 어지러운 흔적을 남긴 게 전혀 없습니다. 색이나 선을 취하고 표현할 때 붓질이 주저한 흔적이 드러나면 그건 작품으로 빵점입니다.

 

다음 감상 대상 작품들이 전시중인 공간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조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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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iday Spirits(홀리데이 스프릿), 2025, acrylic and water-based oil on linen, 127.5 x 101.6 x 3.5cm

 

Holiday Spirits은 크리스마스/연말 분위기 혹은 그런 연휴기분을 말하는 크리스마스 용어입니다.

이 젊은 친구의 뒤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보이죠?

그런데 나 홀로 크리스마스라 그다지 즐겁거나 기분 째지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표정분석을 해야하는 타이밍입니다.

 

아, 분석도 때로는 미술작품 관람자의 몫이 되기도 합니다.

이 젊은이는 크리스마스트리는 잘 만들어 놨군요. 

그럼 그가 안고 있는 종이 박스 같은 건 뭘까요? 혹시 선물 받은 것일까요? 그런데 표정은 기쁜 티가 안 납니다. 뭔가 골똘히 생각하며 실마리를 찾거나 아이디어를 끄집어내려는 듯한 인상입니다.

 

청년이 들고 있는 종이상자에 인쇄된 글자가 있는데요.

"Ouija" 또는 "위자 보드(Ouija board)"는 사람들이 영혼과 소통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로, 종종 "스피리트 보드(spirit board)"라고도 불립니다. 이 도구는 심령술, 강신술, 혹은 오컬트(occult)와 관련된 활동에서 사용된다고 합니다.

 

뭘까? 이표정은?
잘 모르겠는데요?

 

사실, 헤르난 바스가 인물 표정을 묘사하는 측면에서는 세밀하고 내밀한 감정선을 끄집어내는 데 조금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힐링을 느끼게 하는 매력도도 약간 떨어지죠. 그림 잘 그리는 것과 별개로 위대한 화가 고흐나 모네나 뭉크의 작품에서 전해져 오는 깊은 감동을 이끌어내는 그 무엇은 찾기 어려워요.

아, 젠장. 제가 그림을 잘 읽어내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구요... 

 

표정해석에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 다른데로 관심을 돌려봅니다.

 

어디냐고요?

저 뒤에 보이는 트리 나뭇가지요. 역시 세밀한 줄무늬가 가지런하게 드러나있죠?

 

크리스마스 트리 [detail]

 

청년얼굴의 오른쪽 왼쪽 크리스마스트리를 다 살펴보았습니다.

섬세하게 그어진 줄이 사람 손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선이 아닙니다. 역시 붓이 아닌 줄무늬를 내는 도구를 이용하여 긁어낸 무늬입니다. 그림 그리는 게 사실 군데군데 여러 가지 도구가 장치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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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ing it on the chin(묵묵히 견디기), 2024, acrylic on linen, 127.5 x 101.6 x 3.5 cm

 

이 젊은이가 들어가 있는 상점은

"Test Your Love!"라는 선전문구가 쓰인 걸로 보아 간이 점집처럼 여겨집니다.

바로 뒤편에 있는 Kiss-o-meter란 뭘까요?

 

Kiss-o-meter나 한번 해볼까?

 

"Kiss-o-meter"는 재미와 오락을 위한 장치 또는 개념으로,

키스 실력을 측정하거나 로맨틱한 요소를 재미있게 평가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진지한 과학적 장비라기보다는 농담, 장난, 또는 파티용 아이템으로 사용됩니다.  오락실이나 박람회에서 볼 수 있는 기계인 경우, 사용자가 센서나 버튼에 입술을 대면 "Hot", "Passionate", "Cold Fish" 같은 점수를 주는 방식의 게임기입니다. 사용자가 가하는 압력이나 열을 측정하여 점수를 부과하는 방식입니다.

 

입술을 벌린게 그런 뉘앙스를 풍깁니다.
나잇살은 먹은 거 같은데.. 애들 게임기에 혹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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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도 묘한 직업인입니다.
The pet psychic's dilemma(반려동물 전문 점쟁이의 딜렘마), 2024, acrylic on linen, 127.5 x 101.6 x 3.5cm
반려동물 전문 점쟁이랍니다.

 

The Pet Psychic이란 동물의 감정과 생각을 읽는 능력을 지닌 심령술사라고 하던데..

그런데 이 반려동물 전문 점쟁이가 가진 딜레마란 뭘까요?

 

이 친구가 지금 딜렘마에 빠져있다는 건가요?
아, 젠장.. 표정이 안 읽혀집니다..
시선을 닭에게로 옮겨봅니다.
닭의 눈매가 요사스럽습니다.

 

아, 사람 마음도 못 읽는데 닭은 어떻게 소통해 냅니까?

동물이라 텔레파시를 쓸 수도 없꼬...

 

서양심령술사는 의복색상이나 치장이 그래도 세련되어 보입니다.
저 파란 빛이 나는 광물은 사람 마음을 미혹시키는데 쓰일거구...
이 놈아는 또 어떻게 사람을 미혹시킬까..

 

혹시 이놈아가 심령술사 말을 잘 안 따라주어서 심령술사(반려동물 전문 점쟁이)가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는 얘긴가요?

다 알 수 없는 얘기고 혼자 궁리질할 뿐입니다.

 

작품해설을 찾아보니

흰 암탉이 어느날부터 검은 알을 낳기 시작한 사건(?)이 일어나서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반려동물 전문 점쟁이를 불러들였다는 이야기(?), 아니면 신문기사(?)를 모티프로 작품제작을 하게되었다는군요.

 

인물뒤의 배경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럼 여기서 스토리의 대강은 파악했으니 이젠 헤르난 바스의 아크릴화 작법 탐구를 시작해 볼까요?

인물 뒤의 배경을 클로오즈 업해봅니다.

 

옷과 배경을 그리며 붓터치한 결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주홍색 T는 뭘로 그렸을까요?

 

결이 고르긴 하지만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 결을 만들어낸 것은 아닙니다. 일정한 폭이 아니라는데서 알 수 있죠. 그렇다고 사람 손으로 붓질을 해낸 것이라고 단정짓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도구를 사용하되 하나하나 줄을 그어내려오며 결을 이루는 상의를 그려낸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요..

 

그럼 배경은 어떻게 그린거죠?

 

가만히 살펴보니 사선무늬의 회색바탕은 작품을 그린 linen천의 표면질감처럼 보여집니다. 아니면 린넨 천 위에 초벌칠을 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 위에 아크릴 페인트로 배경을 그렸는데 그려놓은 후에 사각격자 무늬를 이루도록 떼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반듯한 직선으로 이루어진 부위는 자라든가 다른 도구를 대고 잘라낸 것처럼 보여집니다. 일부는 잘라내는 과정에서 직선을 유지하지 못하여 굴곡진 상태로 마감된 것같은데.. 어째 맞는 해석입니까?

 

배경 격자무늬 부위 close up

 

직선부분은 칼같은 도구로 잘라낸 것으로 추정되는데 칼집난 흔적은 찾을 수 없습니다.

암튼, 사람 손으로 직선을 그어내려가듯이 마무리한 것은 아닙니다.

그건 미션 임파서블입니다.

 

감상을 마친 작품들

 

헤르난 바스가 준비해 둔 작품 12점 가운데 6점의 감상을 마쳤습니다.

나머지 작품을 보러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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