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미술관 순례

서유럽 여행 - 쾰른 발라프-리하르츠 뮤지엄 (2) / 인상파 화가 작품감상

hittite22 2025. 1. 1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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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 이어서)

작품감상

 

 

 

 

모네의 수련 앞에서

 

"앗! 이건.."

딸이 좋아하는 인상주의 화가 모네의 수련 그림이 뜨왁~ 하니 걸려있는 게 아닌가. 부지불식간, 딸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물수제비처럼 번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어때요? 힐링이 되는 것 같지 않아요?"

딸이 히타이트에게 말한다.

 

다시 수련 앞 인증샷..

 

"모네의 수련 그림이 좋으니?"

"네. 힐링이 돼요."

"그럼 이번 여정의 마지막 단계에 파리 오랑주리 뮤지엄에 가게 되는데 그땐 거의 기절하겠구나."

"왜요?"

"수련 그림의 진면목은 바로 그곳에 전시되는 초대형 작품을 감상할 때 느낄 수 있다고 하거든.."

히타이트는 서유럽 미술관 순례여행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장면을 미리 스케치해보았다. 

 

Claude Monet(클로드 모네, 1840~1926)作, Water Lilies, 1915

 

그와같이 히타이트는 모네의 수련 작품 중에서 이것보다 더 멋진 작품을 잘 알고 있기에 호들갑 떨듯 좋아하는 표정을 짓지 못했다. 그러나 딸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흐뭇해졌다. 그래, 그림이란 이렇게 보며 아무 이유 없이 좋아하는 게 정답이지.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고 이념을 덧입히는 건 그닥이야.

 

점묘화 작품 감상에 진심인 딸의 뒷모습.

 

뭉크 그림을 보자 딸은 바로 포즈신공을 발휘한다.
Edvard Munch(에드바르 뭉크, 1863~1944)作, Four Girls on the Bridge, 1905

 

와우~ 뭉크 엉아의 그림을 이곳에서 보게 될 줄은... 이건 뜻밖의 행운이었다.

둘째가 먼저 알아보고 달려가서 포즈를 잡는다.

 

이 작품은 그의 대표작 <스크림>처럼 잔혹하지 않아서 좋았다. 감상하는데 한결 부드러웠고 그가 칠한 색상에서 마치 환상적인 삘을 묻어 나오는 듯하였다.

 

"하늘색과 엷은 분홍색, 그리고 검은 녹색이 연출해 내는 앙상블이 멋지네. 4명의 소녀 중 한 명만이 이쪽으로 향하고 있는 게 맞지?"

히타이트는 막연하게 두 명은 이쪽 두 명은 저쪽을 응시하는 것이려니 생각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맨 앞의 소녀만 몸을 이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뭔가 생각하는 포즈를 취하는 듯했다.

 

"그림의 중심색은 엷은 분홍인 거 같아요."

딸이 하는 말을 듣고 그런 것에 초점을 맞추니 다리와 소녀와 강 건너 집들이 모두 엷은 분홍으로 채색되어 있었다. 딸이 알려준 대로 분홍의 매력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Ferdinand Hodler(페르디난드 호들러, 1853~1918)作, Portrait of Giulia Leonardi, 1910

 

"이 작품의 모델은 야심이 만만한 여인 같아요."

"그렇게 보이니?"

 

작가 페르디난드 호들러 (Ferdinand Hodler)는 모델이 된 이탈리아 가수 줄리아 레오나르디 (Giulia Leonardi)를 제네바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고 한다. 그때 호들러는 줄리아의 절제된 아름다움과 지중해적인 기질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후부터 그는 줄리아를 모델로 고용하여 수많은 작업을 함께 했다.

 

이 초상화 속에는 그녀의 특징 - 야심만만함 - 이 잘 포착되어 있다. 한나의 눈에 비친 레오나르디는 강한 내면을 가진 여인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히타이트는 영화배우 산드라 블록을 좋아하는데 그녀 역시 강한 눈빛을 지닌 여인이었다. 이런 게 부녀지간에 존재하는 공통점이었나?

 

Gustave Caillebotte, Plain of Genevilliers(제네빌리에 평원), 1884

 

이곳에서 구스타프 카유보트의 풍경화도 볼 수 있었다.

히타이트는 발라프-리하르츠 뮤지엄이 중세미술작품으로 특화된 미술관으로 알고 왔는데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도 적지 않아서, 그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뜻밖의 수확이었다. 
 
 

Abraham Mignon(아브라함 미뇽, 1640~1679)作, Still Life with Fruit
작품명 수배 중

 

Auguste Renoir(1841~1919)作, Coco(Claude Renoir), 1908

 

르누아르 엉아는 조각도 했었다.

뭐, 다 아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르누아르는 조각작품도 예쁘장하게 만들었군. ㅎㅎㅎ

 

Vincent van Gogh, The Bridge at Arles, 1888 [Wikipedia]

 

"고흐 작품도 있어요."

딸이 히타이트에게 Tip을 준다. 한나도 히타이트가 고흐를 애정하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아마도 그랬겠지. 딸이 고딩 3년의 시절이던 어느날 히타이트가 충청도 소재 공장에서 일을 마치고 주말 서울로 복귀하여 PC작업한 편지를 건네준 적이 있었다. 그때 히타이트가 편지에 고흐 그림을 삽입하였던 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면..

 

"어디? 어디?"

히타이트는 딸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재빠르게 옮겼다. 그곳에는 여러 버전으로 작업한 아를의 도개교 그림 중 하나의 버전이 걸려 있었다.

"아, 도개교.. 지금은 아마 없어졌을껄.."

아를에 가보진 않았지만 그런 소식을 들은 적이 있었다. 

 

히타이트가 고흐를 애정하는 인물인 것은 맞지만 무조건적으로 고흐그림을 좋아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의외로 까칠한 면이 있는 존재였기에 히타이트는 누에넨 시대를 포함한 파리 이전의 네덜란드 시기에 그려진 대부분의 농촌그림은 그닥이었다. 칙칙한 어둠이 깔린 그림들은 선호하지 않았다. 

 

"아를의 도개교를 그린 것이로구나.."

히타이트는 더 멋진 작품이 걸려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혼자 중얼거리듯 말했다.

 

"네, 고흐 그림을 직접 보게되는 건 처음이에요. 굉장하죠?"

딸도 고흐바보였나? 히타이트는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왜냐하면 프랑크푸르트 슈테델 미술관에도 고흐 그림 한 점이 전시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 못 봤을 수도 있는 거지..

 

암튼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가 고흐라고 하더만..

딸도 분명한 한국인이다.

 

Mary Cassatt(1844~1926)作, Sara in a Dark Bonnet, 1901

 

"오~ 메리 카사트의 작품도 있네?"

히타이트는 느리지만 계속 작품들을 섭렵해 나갔다.

"카사트가 누구인데요?"

"미국 출신으로 유럽에서 활동했던 인상주의 여류화가야. 미국 미술계의 귀중한 자산이지."

"아, 미국 화가 중에도 인상주의 작품활동한 아티스트가 있었네요."

 

Pierre Auguste Renoir(1841~1919)作, The Couple, 1868

 

"르누아르의 이 작품에서는 풋풋함이 뚝뚝 떨어지네.."

"풋풋함? 그렇게 보니 그런 느낌이 들어요."

못 말리는 히타이트의 코멘트인데 딸이 장단을 잘 맞추어준다.

 

그것을 끝으로 엘베를 타고 내려가기로 한다. 비교하고 평가하기 잘하는 히타이트는 작품 수에 있어서 루드비히 뮤지엄보다 비교열위에 있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인상주의 작품 몇몇을 감상하였으니 만족스러웠다.

 

딸의 표정은?

그다지 나빠보이지 않는다.

 

 

...........................

쾰른에서

 

 

현실에서 목격한 초현실주의 세계.

 

이제 쾰른에서 방문할 뮤지엄 두 곳의 미션을 완수했으니 돌아갈 일만 남았다. 히타이트는 독일 여행의 첫 단계는 프랑크푸르트를 기지로 삼았으므로 다시 프랑크푸르트로 복귀해야 한다. 일단 쾰른 역으로 나가서 기차를 타야 하는데 쾰른 역은 쾰른 대성당과 어깨동무하고 있으니 먼저 대성당 광장을 향했다.

 

그곳으로 가는 길에 비현실적인 가로수 한 그루를 보았다.

 

'오~ 이건 뭐지?'

 

르네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작품 같은 그림이 현실세계에 떡 하니 펼쳐져 있는 게 아닌가? 여행의 묘미는 이렇게 숨은 그림을 찾는 즐거움도 적잖이 한 몫하는 것 같다. 

 

쾰른 대성당에 당도하여 내려다 본 가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건 거꾸로 되었다. '천하일미도 경후식'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히타이트는 딸과 함께 저곳 '가펠'에 들어가서 요기를 하기로 했다.

 

옆자리엔 다른 커플이, 히타이트와 둘째는 주문 후 기다리기 신공.

 

사람이 도떼기시장처럼 바글거리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히타이트와 딸 한나는 이미 좌석에 앉아 있는 테이블의 한쪽에 동석을 한다. 물론 웨이터가 안내해 준 자리다.

 

언제 나오나?
먼저 배달된 쾰슈맥주.

 

일단 쾰슈 맥주가 먼저 나왔다. 쾰슈맥주는 사진과 같이 길고 좁은 원통형 유리잔으로 서빙된다. 쾰른에서만 접할 수 있는 특산 맥주잔이다. 그렇다고 맛이 달라질 건 아니지만.. 

 

쾰슈 맥주 제조...
주문한 음식은 슈바인학세

 

돼지 정강이 훈제 요리라고 해야 하나? 학세를 가리켜 한국인들은 독일식 족발요리라고 하는데 정확하게 말해서 족발은 아니다. 이를테면 겉바속촉의 돼지요리 버전이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히타이트는 예전 철강회사 근무할 때 독일에 와서 학세 대접을 받고 난 후론 독일에 오면 무조건 학세를 먹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이것도 주문 요리였나? 감자칩 범벅이네..

 

후루룩 짭짭, 아 아니네. 이건 면빨을 먹는 모습이잖니. 암튼 칼질  열심히 하여 학세처분(?)을 완료하고 쾰슈 맥주도 한 잔 마셔본 다음 히타이트는 쾰른 역으로 나갔다. '가펠' 바로 앞에 있는 그곳..

 

쾰른 기차역이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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