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회에 이어서)
작품 <The domain of Arnheim>은 Edgar Allan Poe와 연관이 있습니다. "Arnheim"(독일어로 "독수리의 집"이라는 뜻)은 Edgar Allan Poe의 단편소설 중 하나입니다. 포우의 작품에서 독수리가 등장하는 건 아니고, 에른하임이라는 정서적 불안정에 휩싸인 주인공의 혼란스러운 상태를 탐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혹자는 작품 "Arnheim"을 가리켜 Poe의 가장 심오하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그의 진정한 내면을 엿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아른하임의 영지>는 표면적으로 화자가 '엘리슨'이라고 부르는 엄청나게 부유한 남자가 시적 정서의 진정한 성격, 위엄을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마그리트 특유의 비현실적인 조합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이중성을 탐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양복을 입은 독수리는 정체성을 상징하는 동시에 현실세계의 규범을 벗어난, 즉 고정된 사고방식에 대한 도전을 드러내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작품 제목 <현재>는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이 항상 일관되지 않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메시지(장치)로 선택된 것입니다.
눈부신 푸른 하늘을, 부드러운 흰 구름이 점재하는 새가 밤의 어둠 속을 날아갑니다. 날아가는 새 아래에는 세 개의 흰색 알이 담겨 있는 둥지가 있습니다. 어둠에 싸인 숲은 평화롭고 멀게 보이며, 새는 움직임이 정지되어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마그리트의 작품 <빛의 지배(Dominion of Light)>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밤과 낮을 동시에 묘사하여 식별할 수 없는 몽환적인 순간으로 관객을 인도하고 있습니다. 원하시는 분은 사로 잡히셔도 됩니다.
<향수>는 독일이 벨기에를 점령한 시기에 제작되었습니다. 벨기에를 상징(국가의 문양)하는 그림 속의 사자는 앞발 하나를 뒤집은 상태로 묘사되어 독일에 강점된 조국의 고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뒤편 다리 난간에 기대고 서서 자유의 향수에 젖어있는 날개 달린 남자는 르네 마그리트 자신을 묘사한 것입니다. 여기서 날개는 다시 비상하여 하늘을 날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식민지 시대의 천재시인 겸 소설가 김해경(이상)이 그리하였던 것처럼 말이죠..
1940년, 벨기에는 제2차 세계 대전 중 나치에 의해 함락되었고 마그리트는 나라를 떠나야 했습니다. 작품 <향수>에서 마그리트는 실제 망명 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하지만 일부 미술평론가들은 그림과 작품제목에 더 깊은 의미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 경우 향수병은 또한 가장 평온하고 고요한 삶의 시기인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르네 마그리트의 어린 시절은 어느 정도까지만 그러했을 뿐 가족은 자주 이사를 다녔고, 소년이 겨우 13살이 되었을 때 그의 어머니는 자살했습니다. 사춘기의 문턱에 있는 아이에게는 어려운 시험이었습니다. 1928년에 르네의 아버지도 세상을 떠났고 그의 아내 조르제트는 마그리트와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 남았습니다. 당시 부부는 파리 교외에 살았고 향수병에 시달렸습니다.
<Alice in Wonderland>는 2차 세계 대전의 불길한 분위기를 보상하고 그의 그림에서 제기된 질문이 특정 스타일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마그리트가 그의 그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시작한 사례가 되는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Magritte는 자신의 창작 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글쎄요, 머릿속에 전체 그림이 있기 전에는 그림을 그릴 수 없습니다. 천천히 진행됩니다. 저는 항상 스케치북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감은 이미지를 줍니다."(Meuris, 156).
모래 위에 두 개의 사과가 자리 잡고 있는 이 불가사의한 이미지는 이 과정의 시각적 등가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면은 숨겨진 무언가가 드러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Magritte의 예술적 숙달은 가장 단순한 이미지에 신비의 층을 불어넣는 그의 능력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망설임 왈츠>는 관객에게 두 번 보고 두 번 생각하게 하는 독특한 특징을 보여줍니다.
한 남자(그의 작품 스타일로 볼 때 르네 마그리트로 추정되는..)가 빈 다리 위에 서서 눈앞의 도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남자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은 그의 등과 마그리트 그림의 특징으로 자리잡고 있는 검은 중산모 하나뿐입니다. 남자가 바라보는 풍경은 텅 빈 거리와 음산하고 성난 붉은 색조를 띤 하늘뿐입니다.
작품 제목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지구 최초의 여성 판도라에서 따온 것입니다. 호기심에 사로잡힌 Pandora는 세상의 모든 공포를 오픈하는 상자를 엽니다. 아마도 중산모를 쓴 남자만이 다른 사람들이 사라진 후 Pandora가 만들어낸 세상을 목격한 유일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옆에 고독한 생존자 하나(흰 장미 한 송이)가 서 있군요. 아마도 이것은 폭력적인 풍경 속에서도 우리가 잃어버릴 수 없는 '희망의 상징'으로 묘사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나간 코로나19 시대에 우리 모두가 갈망하며 찾았던 그 '희망' 말입니다.
마그리트의 작품 속에서 사과는 하늘에 떠 있는 구체로 표현되거나, 가면을 쓴 것 같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며 그 중에서도 중산모를 쓴 남자의 얼굴을 숨기는 용도로 사용된 것이 가장 유명할 것입니다. Magritte에게 있어서 사과는 숨겨진 것과 보이는 것 사이의 끊임없는 긴장을 생성합니다.
Magritte가 말했듯이 움직임이나 그 반대에 열광하는 사람은 이 그림을 즐기지 못할 것입니다. 이 그림은 정적인 동시에 많은 움직임을 생성하기 때문입니다.
4개의 팔을 가진 자화상의 Magritte는 씹고, 고기를 자르고, 와인을 포링하고 있습니다. 마법사 초상을 그려낸 것일까요? 현실과 환상의 경계선을 줄타기하는 그의 심리적 특이성을 그냥 일반적으로 표현해 낸 걸까요.
Golconda(골콘다)
“잇츠 레이닝 멘(It’s Raining Men)”은 1982년 미국에서 발표된 이래 꾸준히 리메이크되며 인기를 끌고 있는 댄스곡인데 이 곡의 가사에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남자이야기가 나옵니다.
“오늘 밤 역사상 최초로 하늘에서 남자들이 비처럼 쏟아집니다. 외로운 여성들은 우산을 집에 두고 나가십시오. 남자비가 옵니다, 할렐루야!”
게다가 누구라도 이상형을 찾을 수 있도록 남자들이 종류별로 쏟아진다니 상상만 해도 황홀한 이야기입니다.
남자비라.. 그럼 여자비가 내리는 날도 오겠는데..
20세기 초반 꿈과 환상, 무의식의 세계를 추구했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1898~1967)의 <골콘다(Golconda·1953년)>는 딱 그 노래를 떠오르게 하는 그림입니다. 그림에는 푸른 하늘 아래 밋밋한 건물이 늘어선 주택가와 검은 코트에 중산모를 갖춰 쓴 남자가 등장합니다. 주택가를 거니는 신사라면 특이할 것이 전혀 없는 일상적인 풍경일 것이지만 마그리트는 평범한 것들을 기상천외하게 조합하여 꿈에서나 볼 법한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였습니다. <골콘다>에서 신사들은 육각형으로 배치된 채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하늘에서부터 끝도 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골콘다>는 원래 다이아몬드 광산이 있던 인도의 옛 도시입니다. 지금은 쇠락하여 폐허만 남은 지 오래된 곳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의 상징인 곳이기에, 하늘에서 내려오는 신사들은 이런 부를 꿈 꾸며 틀에 박힌 일상생활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마그리트의 선물이자 유머입니다. 특히, 싱글 여성들에게 말쑥한 남자들이 쏟아지는 광경은 더없이 행복한 선물일 것입니다.
The Empire of Light
<빛의 제국>은 르네 마그리트가 196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연속해서 그린 작품입니다. 햇빛이 비치는 하늘 아래 야행성 풍경의 역설적인 이미지를 묘사한 이 주제에 대해서 그는 194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27개의 그림(17개의 유화 및 10개의 구아슈)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림이 정식 시리즈로 계획된 것이 아니었고, 함께 전시된 적도 없습니다.
이 작품이 초현실주의로 분류되는 이유는 뭘까요?
하늘은 푸르고(대낮) 건물과 거리는 어둡게(밤) 그렸기 때문입니다. 낮과 밤이 공존하는 세계는 분명 현실 세계가 아닌 것이죠. 여기서 하늘은 그의 무의식, 즉 그가 어머니와 하나라고 느꼈던 유년기의 행복감과 편안함을 상징하는 밝은 빛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이 연작은 후기로 갈수록 어둠이 내린 땅은 점점 낮아져 바닥에 깔린듯 그려지는 반면, 적운 구름이 풍성한 푸른 하늘은 점점 더 높아지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마그리트가 빛의 제국 연작에서 보여준 이러한 변화에 대하여 평론가들은 그의 내면세계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빛의 밝음과 유년의 평화 속으로 찾아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의 걸작 <빛의 제국(1961)>은 2022년 3월 2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약 7980만 달러(957억 원)에 낙찰된 바 있습니다. 마그리트는 생전 <빛의 제국>이라는 제목으로 27점의 그림을 남겼는데, 2022년 3월에 낙찰된 작품이 그 중에서 가장 큰 사이즈입니다. 경매에서 이 그림을 낙찰받은 사람은 소더비 아시아 근현대미술 부문 대표를 통해 실시간 전화 응찰에 참여한 익명의 구매자였습니다. 중국인일까요? 아니면 일본인? 최근에 미술시장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아라비아 부호일 수도 있습니다.
벨기에 출신 르네 마그리트는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엉뚱한 상황과 풍경을 화폭에 담아 당시 사람들을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보다 더 심한 작품도 많이 등장하여 이제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은 초현실주의 고전이 되어버린 형국입니다. 1961년 완성된 <빛의 제국>은 쨍쨍한 대낮의 하늘과 어둠에 잠긴 주택가를 한 화폭에 담아낸 그림으로, 빛과 어둠, 그리고 시간의 중첩이 특유의 온화한 색채와 함께 몽상을 야기합니다. 생전의 마그리트는 “내 작품이 전하려는 것은 한 편의 시(詩)”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 그림은 마그리트가 후원자였던 미술 컬렉터 피에르 크로웨트의 딸 앤 마리(2022년 현재 83세)를 위해 그린 것입니다. 앤 마리는 마그리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모델이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마그리트가 날 위해 그림을 그려주겠다고 했을 때 나는 ‘그럼 제일 크게 그려 달라’고 요구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작품은 경매 출품 전까지 앤 마리의 가족이 소유하고 있었고, 2009년부터 2020년까지 벨기에 마그리트미술관에 걸려 있었습니다.
<마그리트의 빛>은 사진작가 한성필의 작품입니다. 한성필은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공사장 가림막을 촬영한 ‘파사드’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그에게 눈속임 가림막은 “실재와 가상, 원본과 복제라는 사진 본질을 절묘하게 드러내는 소재”입니다.
이 작품은 2008년 벨기에 브뤼셀 왕립미술관이 일부를 ‘마그리트 미술관’으로 변경하면서 건물 외벽에 설치한 가림막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커튼 뒤 그림은 미술관이 소장한 <빛의 제국> 연작 중 <빛의 영토(The Dominion of Light ·1954)>로 연작 중에서도 주요작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원화 이미지를 확대·복제해 천에 프린트한 가림막을 다시 사진 찍었습니다. 복제의 복제가 이뤄진 셈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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