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미술관 순례

서유럽 여행 - 쾰른 루드비히 미술관 (1) / 추상화 잔치

hittite22 2025. 1. 1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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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um Ludwig [출처 : Wikipedia]

 

 

 

1. 루드비히 미술관 개요

 -정식명칭 : Museum Ludwig

1) 주요 전시정책

  하우브리히의 표현주의 컬렉션(에리히 헤켈, 칼 슈미트-로틀루프,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 아우구스트 마케, 오토 뮐러)과 고전적 모더니즘의 다른 대표자(마르크 샤갈, 오토 딕스)의 작품.

  잠룽 루트비히의 피카소,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국 팝아트 작가의 컬렉션.

  피터 루드비히와 그의 아내 이레네의 러시아 아방가르드 컬렉션.

  유럽에서 가장 큰 피카소 컬렉션 중 하나

2) 건축

- 1986년, 페터 부스만(Peter Busmann)과 고트프리트 하버러(Godfrid Haberer)  

3) 입장료  

- 성인 : 13.00 €

- 할인 : 8.50 €

- 18세 이하 어린이 및 청소년 : 무료

- 단체 : 1인당 €9.00(20명 이상)

- GdB가 50 이상인 사람 : €6.50

- 매월 1번째 목요일 입장 : 오후 5시부터 7.00유로,

- 쾰른 거주자는 종일 무료

4)개관일

 - 화요일 ~ 일요일(공휴일 포함) : 오전 10시 ~ 오후 6시

 - 매월 1번째 목요일 : 오전 10시 ~ 오후 10시 

5)휴관일

- 월요일

 

2. 위치

 

쾰른 루드비히 무지엄 가는 법

 

3. 주요작품(그림 출처 : Wikipedia)

 

Kazimir Malevich, Landscape (of Winter), 1909 [Wikipedia]
August Macke, Lady in a Green Jacket, 1913
Ernst Ludwig Kirchner, Weiblicher Halbakt mit Hut (1911) [Wikipedia]
The Permanent Collection at the Museum Ludwig [출처 : Museum Ludwig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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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히타이트 씨가 사랑하는 딸과 함께하는 서유럽 뮤지엄 순례, 제2탄!

독일에서 프랑크푸르트를 찍고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북부에 자리 잡은 쾰른이었다.

이곳 쾰른에서 히타이트 부녀는 뮤지엄 두 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인파로 물든 쾰른 대성당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레일 패스를 사용하여 도착한 쾰른.

 

쾰른이란 이름은 과거 로마제국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에서 유래되었다. 그러다 보니 유럽인들은 쾰른보다 콜로니(Cologne)라고 부르는데 더 익숙한 듯하다. 로마가 최초의 유럽 대제국으로 떠올랐을 때, 그들은 영국의 남부 지방까지 차지하였지만 대륙에서 북쪽 마지노 선이 되었던 곳은 바로 이곳, 쾰른이었다.

 

로마인들은 원래 남유럽 이태리 반도 내의 따뜻하고 온화한  지중해식 기후에서 살았고, 그런 기후를 따라 포도주를 재배하여 와인을 즐기던 사람이었다. 그런 키 작은 남유럽인들에게 쾰른처럼 북부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야만인에 불과했다. 오늘날 그들이 야만인이라 명명한 바바리안이 거주하던 땅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나, 쾰른 대성당에 왔어요!

 

그럼, 히타이트에게 있어서 쾰른이란?

말하자면 단지, 드넓은 평지에 우뚝 솟아 있는 검은 콘돌 같은 건축물(쾰른 대성당)이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머리털 나고 처음 독일을 방문하였던 1995년, D제강의 신 냉연 공장을 검토하는 팀원들과 함께 주말을 이용하여 쾰른 나들이를 하였는데, 그때 이곳 대성당과 그 주변에 자리 잡은 로마-게르만 박물관을 둘러보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대성당 내부는 들어가 보지도 않았다. 공돌이들의 첫 유럽 출장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딸의 표정이 이르기를 '너는 뭥미?'

 

다시 찾은 쾰른, 대성당 앞은 그 옛날과 똑같이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그래서 사진 찍는 딸 옆에서 장난기를 발동하며 지나가는 녀석도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쾰른 대성당 옆에 루드비히 뮤지엄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야말로 쾰른 대성당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위치한 현대미술관이었다. 히타이트에게 쾰른의 갤러리(미술 뮤지엄) 방문은 이번이 처음인 셈이었다.

 

'루드비히라.. 독일제국의 황제를 기념하는 미술관인가?'

뜬금포 히타이트는 그런 상상력의 나래를 펼치며 쾰른 대성당 광장을 가로질러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

 

Museum Ludwig

 

이곳은 역사는 1824년 건립된 발라프-리하르츠 미술관(Wallraf-Richartz-Museum) 내에 1976년 페터 루드비히(Peter Ludwig)와 이레네 루드비히(Irene Ludwig) 부부가 기증한 소장품 350여 점으로 별도의 루드비히 뮤지엄을 개설하여 같이 운영했던 것에서 출발한다. 그러다가 1994년 팝아트를 포함한 20세기 이후의 작품을 전시하는 독립된 현대 미술관으로 이전, 개관한 곳이 바로 여기 공장건물처럼 서 있는 뮤지엄이었다.

 

처음에 히타이트는 위대한 바이에른의 왕 루드비히 1세를 기념하는 뮤지엄이려니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의 상상력이 빗나갔던 것이다. 암튼 로마-게르만 뮤지엄과 함께 루드비히 뮤지엄은 대성당 광장 가장자리에 입구가 있어 접근성 하나만큼은 '짱'이었다. 

 

 

작품감상

 

로비에 전시된 작품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로비에서 이곳은 '현대 미술관이오!' 라며 자신의 정체성을 상기시키는 대형 작품 하나가 고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 히타이트에게 있어서 현대 미술은 조금 머리가 아픈 장르이긴 하였다. 

 

Jackson Pollock, Unformed Figure, 1953, oil on canvas, 130 x 195.5 cm.

 

"잭슨 폴록이다.."

처음 들어간 전시실에서 히타이트는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이쁘죠.."

딸이 히타이트에게 말한다. 

"응, 그래.. 작가의 메시지는 이해 못 하지만 색감은 괜찮은 편이네.."

"어떤 게 보여요?"

딸이 다시 묻는다. 히타이트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조곤조곤하게 얘기한다.

"먼저 분홍과 노랑의 색감이 눈을 밝게 해 주네. 그리고 조금 더 들여다보면 녹청 중간톤의 색과 자줏빛 색상을 입은 띠가 검정 실바탕 위에 섞이듯 조화로운 세계를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 여전히 뜻은 모르겠지만."

 

"추상화에 무슨 뜻이 있나요? 뜻이 있어도 작가가 얘기해주지 않으면 모르는 게 다반사인데.."

딸의 코멘트에 히타이트는 옳다구나 하면서 말한다.

"그래. 그게 내가 추상화를 싫어하는 이유야. 작가가 자기 혼자 무어라 의미 부여해 놓고 설명하는데, 그걸 읽고 해석하면서 그림감상을 해야 한다면 그건 이미 미술작품의 선을 넘어선 느낌이 든단 말이야.."

딸이 리액션을 취한다.

"아, 그게 추상을 싫어하는 이유라면 충분히 수긍이 가요."

 

Jean Paul Riopelle(장폴 리오펠)作, Black Bess, 1954, oil on canvas, 73 x 92 cm

 

딸은 다시 추상화 앞에 포즈를 취하였다. 히타이트는 그 모습을 보며 짙은 색감의 그림과 밝은 색감의 패션을 선택한 딸아이가 묘하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는 흠칫 놀랐다.

 

'혹시, 추상화란 이렇게 감상을 시작하면 되는 거 아닐까?'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속으로 그런 생각을 품으며 루드비히 뮤지엄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그래, 바꿀 수 없으면 즐기는 게 현명한 처신이지. 현대 미술관에 들어왔으니 이렇게라도 적응해 나가면 그게 장땡이 아니겠는가!

 

장폴 리오펠(Jean-Paul Riopelle, 1923~2002)은 퀘벡 출신의 캐나다 화가이자 조각가였다. 그의 추상화 작품, 특히 1950년대에 제작한 추상화의 스타일은 캔버스에다 팔레트 나이프만 사용하여 "모자이크"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위의 작품을 보니 페인트를 처바른 다음 나이프로 문질러댄 흔적이 보인다. 이게 회화작품에 조각적 품질을 부여한 기법이라고 한다.

 

Lucio Fontana(루시오 폰타나)作, Spatial Concept : Expectations, 1961

 

"나는 이 작품을 제작한 아티스트 이름을 알고 있어. 이태리 화가인데 유명한 모양이더라."

히타이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작가의 작품을 만나 신이 난 듯했다.

하지만 딸은 저게 무슨 작품이지 하는 표정이었다.

"있잖니, 천에다 칼로 북북 그어놓고 작품이라고 전시하는 건데.. 왜 유명해졌는지는 모르겠어."

"뭐, 유럽인들은 폰타나의 의도하는 바에 동의한 거 아닐까요?"

딸의 말이 맞는 건지도 모른다.

 

Helen Frankenthaler(헬렌 프랭컨탈러)作, Stroke of High TideⅠ(만조의 일격Ⅰ), 1974
O형 딸은 A형 히타이트와 좀 다른 듯.
히타이트가 보지 못하는 걸 볼 수도 있다.

 

딸이 포즈를 취한 작품은 미국 여류 추상화가가 그린 <만조의 일격1>이라는 작품이었다. 아주 이해하기 어려운 '완전 추상'에 비하여 구상적 요소가 잔류하고 있어 쳐다보는데 부담은 적은 편이었다. 그러나 헬렌이라는 화가가 잭픈 폴록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니 그 사실이 우호적인 접근을 가로막는 것처럼 여겨졌다.

 

아, 이건 '안 알려진 비밀'에 속하는데, 히타이트 씨는 추상작가를 선호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가 정말 양보하고 양보해서 받아줄 수 있는 한계를 꼽는다면 아마도 빌렘 드 쿠닝의 작품일 듯싶다. 왜냐면 네덜란드 계 미국인의 대표작이라는 우먼시리즈 연작을 보면 구상의 잔재가 남아있기 때문에.. 

 

Alexander Calder(알렉산더 콜더)作, The Boot, 1959

 

일련의 추상작품들을 알현하고 나서 그다음 전시실을 찾아가는 길목에 뭔가가 검은 게 서 있었다. 월핏보니 냥이인지 살쾡이인지 유사해보이는 설치미술작품이었다. 그러나 생뚱맞게도 작품 타이틀은 냥이도 아니고 살쾡이도 아닌 'The Boot'였다. 이런 때 스스로 위안삼기는 '작가 선생은 부츠라고 하시오. 나는 괭이라고 받아들이겠소' 라고 중얼거리며 생까면 그만이다. 아무리 콜더 선생이 모빌아트의 창시자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다 한들, 그게 히타이트랑 상관있는 일은 아니니까.

 

암튼, 현대 미술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참 많다. 그런데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면 그냥 스킵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걸 이해하려고 공부까지 할 필요가 있겠는가. 세상살이 복잡하고 할 일 많은 인생인데.. 그래서 현대 미술관과 다른 익숙한 중세미술이나 인상주의, 표현주의 미술관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현대 미술관을 후순위로 밀어 놓는 편이 좋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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