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이란 이름은 로마 식민지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유럽 사람들은 쾰른보다 콜로니(Cologne)라고 부르는데 그 역시 로마제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입니다. 와우~ 로마는 최초의 세계대제국으로 유럽 북쪽 방면 최대영토는 영국의 남부 지방까지 차지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대륙에서 북쪽 마지노 선은 쾰른이었습니다. 로마인들은 따뜻하고 온화한 기후에서 살았고 포도주를 재배하여 와인을 마시며 즐기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있어서 쾰른 북쪽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야만인, 즉 바바리안(Bavarian)들이었고 쾰른 이북은 야만인이 사는 땅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오늘날 쾰른은 드넓은 평지에 우뚝 솟아 있는 대성당이 강한 인상을 주는 대성당의 도시처럼 여겨집니다. 교통의 요충지여서 독일 북부지방에서 영국이나 대륙의 서남부로 이동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거쳐가는 곳입니다. 그래서 기차역에 잠시 하차하여 반나절만 투자하면 쏠쏠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여행의 요충지이기도 합니다.
머리털 나고 처음 독일 방문하였던 것은 1995년, D제강의 신공장을 검토할 때였습니다. 당시 7~8명의 직장 선배들은 모두 공돌이라서 쾰른 방문하였으면서도 대성당 안에는 들어가 보지도 않았습니다. 유럽의 대성당은 대부분 무료 관람이 가능한데 그걸 몰랐던 탓입니다. 아니면 알면서도 시간 절약을 위해 겉모습만 보고 지나쳤을 수도 있죠. 그땐 미술관도 모두 pass 하고 영양가 없는 로마-게르만 박물관을 둘러보았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2년후, IMF 위기가 한국을 휩쓸고 지나가던 1997년, 철강산업에 신규 진출하는 굴지의 대기업에 스카우트되어 설비 도입사의 나라 독일로 기술 연수를 떠났습니다. 이번에는 두 명의 부하직원을 인솔하여 숙소가 있던 중부 독일의 시골마을 니스트 해머에서 출발하여 멀리 이태리까지 주말(금요일 오후~일요일) 기차여행을 감행했습니다. 그때 환승역 쾰른을 다시 방문하였는데, 두 번째 방문하였을 때에도 성당 안에는 들어가 볼 생각을 품지 못했습니다. 그 대신, 파리로 넘어가는 국제선 고속 열차의 출발 시간을 기다리며 광장 근처에서 맥주를 겸한 점심 식사를 했을 뿐이었습니다.
세 번째 방문에서 비로소 대성당에도 들어가 보고, 미술관에도 들러보고 남는 시간에 강변 산책까지 즐길 수 있었습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독일 고속 열차 이체를 타고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쾰른을 목적지로 삼은 당일치기 여행 미션을 완수한 것입니다.
쾰른 대성당
관람일 : 매일 06시~20시 [미사시간 제외]
요금 : 무료
이체가 열심히 달려준 덕분에 Koblenz 역을 지나고 다리를 건너 쾰른 역에 내리니 바로 쾰른 대성당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대성당의 외관은 마치 검게 그을린 커다란 콘돌처럼 보였고, 주변에는 쾰른 돔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157m의 높이가 주는 쾰른 돔의 위압감을 제외하면 정감이 넘치거나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고상한 감정이 흐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왜 쾰른시는 때를 벗겨내려고 고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스멀거리며 기어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실제로 건설 당시 쾰른 돔의 외관은 흰색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그게 본모습이라고 하네요.
쾰른 대성당은 1248년에 건설을 시작한 중세 고딕건축물의 금자탑과 같은 건물입니다. 1164년 쾰른의 대주교가 밀라노에서 동방박사의 유골함을 가져왔는데, 이때부터 유럽 천주교인들의 인기 있는 순례지가 되었고, 이를 기회로 쾰른 대성당의 건설이 이루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오, 스토리가 있는 대성당이었던 거군요. 그럼 지금도 동방박사의 유골함은 성당 안에 있을까요? 당근, 중앙 제대 옆에 모셔져 있습니다.
대성당이라는 뜻의 Dom은 교황이 직접 관할하는 성당에만 붙일 수 있는 칭호였습니다. 그렇다면 이곳은 로마교황이 직접 관할했던 성당이라는 말인가요? 교황이 관할하지 않지만 Dom을 붙이는 성당으로 프랑크푸르트의 카이저 돔이 있습니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대관식이 거행된 곳이라는 이유때문입니다.
좌우측으로 온갖 위인들 조각상이 늘어 선 다섯 개의 측벽 트랙이 있고..
정중앙에는 성모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거대한 돌기둥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속살을 만나게 됩니다.
진짜 숲을 이루는 성당내부를 건설한 곳은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인데 언제 소개해드리죠.
성당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답게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저 스테인드글라스는 바이에른 왕이었던 루드비히 1세가 기증한 것이라고 합니다.
다들 아시죠?
중세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문맹의 신도를 위하여 성서내용을 교육용으로 제작된 것입니다.
게로 주교가 976년에 기증한 십자가를 봅니다.
게로 십자가는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십자가이며, 이후 십자가상에 못 박힌 예수님의 모습을 일반화시키는 데 기여한 표본이 된 것이기도 합니다...
늘씬한 여성 여행객이 사진을 찍고 있는 저 조각상은 알고 보니 여행자의 수호성인 크리스토포러스 조각상이었습니다. 쾰른 대성당에 가시게 되면 한번 알현하시지요..
여행자의 수호성인이 서 있는 안쪽 창살 너머로 종교화가 보입니다. 그릴 안쪽에 모셔진 작품 < Altar of the City Patrons>는 쾰른의 시의회 예배당을 위해 쾰른 출신의 화가 Stefan Lochner(d.1451)가 1442 년경에 그린 것입니다.
동방박사의 유골함은 유리관으로 보호되어 있어 가까이 접근할 수가 없습니다.
대성당의 가장 귀중한 보물로서 합당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성경 이야기를 읽고 나서 동방박사 세 사람은 예수 탄생 이후 어떤 삶의 궤적을 그렸는지 궁금하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그들을 인도했던 '다윗의 별'이 사실은 외계인이 운전했던 비행접시라고 주장하는 이야기도 떠돌고 있다는 걸. 뭐, 그런 가십은 제쳐 놓더라도 그들의 유골이 수습되어 후대의 신도들에게 중요한 보물로 인정되었다는 사실은 예수 시대 이후 사람들의 관심이 동방박사의 이름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대성당에는 밀라노의 마돈나상도 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Dassel의 Rainald가 밀라노에서 동방 박사의 유물을 가져왔을 때 Madonna의 동상도 함께 가져왔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중앙제대를 알현한 후 대성당 밖을 나옵니다.
성모자상 뒤로 청동무이 벽을 이루듯 둘러쳐 있습니다.
반질반질 빛을 발하며 하얀 대리석으로 빚어놓은 성모님을 호위하고 있는 듯합니다.
아쉬움을 달리려 정문의 조각상을 한번 더 들여다봅니다..
희고 검은 것은 복원작업을 하고 안 한 차이로 여겨졌습니다.
기억하기로 쾰른 대성당은 갈 때마다 '항상' 복원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쾰른 돔의 꼭대기까지 계단을 타고 올르면 쾰른 시를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24톤짜리(철강 코일 한 덩어리에 맞먹는 무게) 베드로 종이 보관되어 있는데 실제 종을 치는 것입니다. 임신부는 애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종 울릴 때 접근하면 안 된다고 하네요. 걸어서 올라가는 게 장난이 아니므로 신중한 판단을 충고드려요. 대신 베드로 종은 소개해드리죠.
로마-게르만 박물관(Roman-Germanic Museum)
관람일 : 수~월요일 10시~18시 / 1주 차 목요일 10시~22시
휴무일 : 매주 화요일
요금 : 일반 6유로 / 할인 3.5유로 / 18세 이하 무료
1974년에 개관한 뢰미슈-게르만 박물관(Römisch-Germanisches Museum)은 사진으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쾰른 대성당 근처, 3세기에 지어진 저택 터에 있습니다. 이 저택은 1941년 방공호 건설 중 발견되었습니다. 저택의 메인 룸 바닥에는 유명한 디오니소스 모자이크(Dionysus mosaic)가 있습니다. 모자이크는 옮길 수 없었기 때문에 건축가 클라우스 레너(Klaus Renner)와 하인츠 뢰케(Heinz Röcke)는 이 모자이크를 중심으로 박물관을 설계했습니다.
로마-게르만 박물관은 세계 최대의 로마 유리공예 전시품으로 유명합니다.
로마 조각상도 많이 전시되어 있으니 시간 나면 둘러보시지요. 주변의 미술관 먼저 보시고 시간이 있으실 때..
루드비히 뮤지엄(Museum Ludwig)
관람일 : 화~일요일 10시~18시 / 1주 차 목요일 10시~22시
휴무일 : 매주 월요일
요금 : 일반 12유로 / 할인 8유로 / 18세 이하 무료
쾰른 돔 옆에 있는 루드비히 뮤지엄은 현대미술을 주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1824년 발라프-리하르츠 미술관으로부터 독립한 후 1976년 루드비히 부부가 소장품을 기증하면서 독립된 미술관으로 개관된 곳입니다. 처음에는 과거 위대한 바이에른의 왕 루드비히 1세를 기념하기 위하여 지어진 미술관이려니 했는데 그게 어닙니다. 콜렉터의 이름을 따라 지어진 건데 유럽에는 수집가의 기증으로 세워진 미술관이 많습니다.
다양한 현대미술이 전시되어 있는 루드비히 컬렉션은 볼만합니다.
회화작품은 물론이고 조각품도 괜찮습니다.
Wallraf-Richartz Museum(발라프-리하르츠 미술관)
관람일 : 화~일요일 10시~18시 / 1,3주 차 목요일 10시~22시
휴무일 : 매주 월요일
요금 : 일반 13유로 / 할인 9유로 / 18세 이하 무료
루드비히 뮤지엄이 현대미술관의 성격을 지녔다면, Wallraf-Richartz Museum은 중세부터 20세기 초반까지의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곳입니다. 프란츠 페르디난드 발라프 (Franz Ferdinand Wallraf)의 중세 미술 컬렉션과 요한 하인리히 리하르츠( Johann Heinrich Richartz)가 기증한 건물을 바탕으로 1861 년에 개관하였습니다.
1976 년 Ludwig 부부의 기부에 즈음하여 컬렉션이 분리되어 루드비히 박물관(Ludwig Museum)은 20 세기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오픈한 것이죠.
이 미술관에는 발라프의 기증품 외에도 2001 년, 스위스의 수집가인 제라르 코르부(Gérard Corboud)가 영구대여한 170여 점의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작품으로 그 깊이를 더하게 되었습니다. 뮤지엄은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뮤지엄 공식 명칭에 "Fondation Corboud"를 추가했습니다. 일단 진부한 종교화로 처발라진 미술관이 아니라서 좋았습니다.
독일미술관에서 느낀 인상 하나.
프랑크푸르트 슈테델 미술관이나 루드비히 미술관, 그리고 발라프 리하르츠 미술관을 둘러보면서 미술관 벽체의 색상을 어떻게 선정하느냐에 따라 작품 감상에 상당히 큰 차이가 생겨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작품보다 튀지 않는 색상을 선택할 때 또는 반대로 아주 강열한 색상을 선택할 때 각기 그때그때 작품 감상에 플러스 요인을 부여할 수 있음을 인정하게 되었던 거죠. 독일 미술관은 대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매력적인 색상으로 전시실 벽체를 칠해놓은 인상이 강했습니다. 좋은 거죠.
초콜릿 박물관(Chocolate Museum)
관람일 : 월~일요일 10시~18시
요금(월~금) : 일반 15.5유로 / 18세 이하 9유로
요금(토, 일, 휴일) : 일반 17.5유로 / 18세 이하 10.5유로
임호프 초콜릿 박물관(Imhoff-Schokoladenmuseum)은 한스 임호프(Hans Imhoff)에 의해 1993년 10월 31일 문을 연 초콜릿 박물관입니다.
쾰른 초콜릿 박물관은 초콜릿 공장의 경영자였던 한스 임호프가 설립한 곳으로,
카카오의 역사, 초콜릿의 생산 과정 등 초콜릿에 관한 다양한 전시들을 볼 수 있는 박물관입니다.
실제 카카오나무가 서식하고 있는 농원과 초콜릿이 생산되는 공장 등을 둘러볼 수 있으며,
바로 만들어낸 초콜릿을 맛보거나 초콜릿 제조과정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입장료를 내야 합니다. 코스별 가격이 다르니 홈피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가펠에서 쾰스비어 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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