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들의 나라-유럽

Marc Chagall(마르크 샤갈) / 12 - 신화

hittite22 2025. 3. 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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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회에 이어서)

 

 

 

샤갈은 인상주의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다음, 표현주의와 입체파나 야수파 그리고 심지어 초현실주의가 마각(?)을 드러내는 시대에 프랑스 파리를 거쳐갔고 그곳 지경에서 평생을 살다시피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리고 유대인이었죠.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은 그의 미술세계에 거대한 뿌리를 내린 종교화 제작의 근간이 되었을 것입니다. 물론 의심할 여지없이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같은 초현실주의 미술가가 이름을 드날리던 시대적 분위기는 그의 작품에 환상적인 배경과 풍경 도입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요소가 되었을 것입니다. 아, 달리가 먼저인지 샤갈이 먼저인지 팩트체크는 못했습니다.

 

물론 샤갈의 환상적인 작품에는 그의 고향마을에 대한 기억과 향수가 바탕에 깔려있고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 벨라에 대한 애틋한 연정이 버무려져 있습니다. 그와 함께 색채를 선택하고 표현하는 샤갈의 미학이 그의 작품에 대한 독특한 지위를 부여하는 근간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종교화의 영역에 머무르는 것도 아니고 향수나 연정을 표현한 것도 아니며 정물이나 풍경화로 분류할 수 없는 작품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이른바 신화적 요소를 차용한 작품들입니다. 

 

 

Homage to Apollinaire

 

Homage to Apollinaire, 1911~1912, oil on canvas, 200.4 x 189.5cm, Van Abbemuseum, Eindhoven

 

<아폴리네르에게 바치는 경의>라는 작품에 대해서..

오, 쏘리쏘리.. 아폴리네르가 신화적 인물인줄 알았는데 실존인물이었습니다.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  1880~1918)는 폴란드 출신의 프랑스 시인이자 예술 평론가였으며 몽파르나스 예술 공동체의 저명한 회원이었습니다. 그는 입체파에서 원시주의, 미래파, 초현실주의에 이르기까지 모든 미술사조를 동등하게 다루었으며, 화가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몽파르나스의 가장 인기 있는 명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아폴리네르는 파블로 피카소, 앙드레 브르통, 마르셀 뒤샹, 오시프 자드킨, 마르크 샤갈, 앙리 루소 등과 가까운 친구였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샤갈은 어떤 이유로 아폴리네르에게 경의를 표하게 되었을까요?

챗지피티에게 물어보니 아폴리네르는 샤갈의 회화를 ‘초현실주의적'이라고 평가했으며, 샤갈은 이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의미로 그에게 헌사를 바치는 작품을 제작한 것이라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ChatGPT라는 것이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작품이나 문서를 검색하여 요약해주는 것이니 간혹 틀릴 수도 있으니까요.ㅎ

 

Homage to Apollinaire, 1911~1912, watercolour, gouache, pen and ink, ink wash and collage on paper, 21 x 17.5cm

 

아니, 또? 저는 아폴리네르에게 바치는 오마주(헌사, 경의)로 두 작품이나 제작했다니 대단한 배려가 아니었나 라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그런데 제작시기를 보고 금방 이해했습니다. 샤갈이 작품 전시회 한번 가지지 못했던 초짜 화가시절에 그린 작품이었으니까요. 충분히 수긍이 가는 현상입니다.

 

 

Orpheus

 

Orpheus, 1914, oil on canvas, 42.5 x 56.2cm, Private Collection

 

샤갈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음유시인이자 전설적인 음악가 그리고 예언자였던 오르페우스를 처음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 1914년에 제작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후 샤갈은 190년대에 그리고 말년에 가까운 1977년에 여러 점을 그립니다.

 

샤갈이 오르페우스에게 감정이입하게 된 동기는 대략 3가지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1) 현실 초월의 상상 혹은 환상적인 세계의 존재라는 점(이는 그의 작품구현의 기본 바탕이 됩니다) 2) 아내 에우리디케(Eurydice)를 되찾으려 지하세계까지 마다하지 않는 순애보적인 사랑의 주인공이라는 점(벨라에 대한 샤갈의 사랑과 오버랩됩니다) 3) 샤갈이 좋아했던 아폴리네르나 말라르메이 문학이 오르페우스 신화를 주요 주제로 삼았다는 점 등입니다.

 

Orpheus, 1968~1971, mosaic, 302.9 x 517.8 cm [National Gallery of Art Sculpture Garden, Washington, DC]

 

1968년, 마크 샤갈은 친구이자 후원자인 에블린과 존 네프(Evelyn and John Nef)의 워싱턴 D.C. 집 정원을 장식할 모자이크 벽화를 제작하는데 그 주제가 바로 영적인 인물 오르페우스였습니다. 

출처: https://hittite22.tistory.com/106 

 

Marc Chagall(마르크 샤갈) / 9 - 풍경화

(전 회에 이어서)  풍경화라는 카테고리로 샤갈의 작품을 구분, 분류하여 보았습니다.인위적인 구분이므로 실제 작품을 그린 의도와 다르게 그룹핑된 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는 다양한

hittite22.tistory.com

 

Orpheus 1969, oil on canvas, 56 x 75 cm
The Myth of Orpheus, 1977, oil on canvas, 97 x 146cm, Private Collection
A Fantasy of St Petersburg ( Aleko scene IV ), 1942, gouache on paper, 57.1 x 38cm,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Aleko and his wife Zemphira

 

Aleko and Zemphira in the Moonlight, 1942, pencil, wash and gouache on paper,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Aleko and his wife Zemphira from an Old Russian Tale, 1955, Color Etching and Aquatint on Rives BFK Paper, 55.4 × 71.9cm

 

이 작품은 러시아 옛 이야기에 등장하는 알레코(Aleko)와 그의 아내 젬피라(Zemphira)를 묘사한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젊고 불운한 아내에게 헌신하는 늙고 지친 남편 알레코를 그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진정한 사랑을 탑재한 남자의 여정을 따라갑니다. 그것은 샤갈이 평생을 걸쳐 추구해온 가치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1948 Four Tales from the Arabian Nights

 

Four Tales from the Arabian Nights, 1948, lithograph, 43.2 x 32.8cm
Four Tales from the Arabian Nights, 1948, Mounting the Ebony Horselithograph, 43.2 x 32.8cm
Four Tales from the Arabian Nights, 1948, lithograph, 43.2 x 32.8cm
Four Tales from the Arabian Nights, 1948, lithograph, 43.2 x 32.8cm
Four Tales from the Arabian Nights, 1948, lithograph, 43.2 x 32.8cm
Four Tales from the Arabian Nights, 1948, lithograph, 43.2 x 32.8cm
Four Tales from the Arabian Nights, 1948, lithograph, 43.2 x 32.8cm
Four Tales from the Arabian Nights, 1948, lithograph, 43.2 x 32.8cm
Four Tales from the Arabian Nights, 1948, lithograph, 43.2 x 32.8cm
Four Tales from the Arabian Nights, 1948, lithograph, 43.2 x 32.8cm
Four Tales from the Arabian NightsThen the old woman mounted the Ifrit's back, 1948, lithograph, 43.2 x 32.8cm
Four Tales from the Arabian Nights, 1948, lithograph, 43.2 x 32.8cm
Four Tales from the Arabian Nights, 1948, lithograph, 43.2 x 32.8cm

 

 

Don Quixote

 

Don Quixote, 1975, oil on canvas, 196 x 130cm, Private Collection

 

 

The Fall of Icarus

 

The Fall of Icarus, 1975, 213 x 198cm, Georges Pompidou Center, Paris, France

 

<이카루스의 추락>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재현한 작품입니다. 동명의 이름으로 제작된 피터 브뤼헐의 작품도 있습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따르면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루스는 다이달로스가 왕을 기만한 죄로 갇혀 모든 퇴로가 차단된 미로 감옥을 아무도 예상할 수 없던 방법으로 탈출합니다. 당시 뛰어난 장인이자 발명가였던 다이달로스는 깃털을 모아 밀랍을 녹여 붙인 날개를 아들에게 달아 주면서 말합니다. 너무 낮게 날면 바닷물의 습기 때문에 날개가 무거워지고, 너무 높이 날면 태양열 때문에 밀랍이 녹아 추락할 것이니 조심하라고. 막상 날아오르자 이카루스는 신이 된 듯 기뻐 태양에 더 가까이 날아 오릅니다. 밀랍이 녹기 시작하자 날개는 해체되기 시작했고 양력을 잃은 이카루스는 아버지가 말릴 수도 없이 바다에 추락해 죽고 맙니다.

 

마르크 샤갈은 특유의 떠오르는 사람과 사물들의 표현 방식을 그 반대로 사용하여 추락하는 이카루스를 그렸습니다. 땅에 있는 모두가 이카루스의 추락을 바라봅니다. 아이를 안은 어머니, 아이들, 동네 사람들이 나와 올려다보고 있는 이 장면은 사건이 갖는 비극성보다는 이를 목격하고 있는 이들의 일상성에 더 주목하게 합니다. 오히려 이카루스는 추락을 통해 보통 사람의 일상 안으로 들어오는 듯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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