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전람회 후기

아모레퍼시픽미술관 2024/10/15 - 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Spaces’(2)

hittite22 2025. 6. 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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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은 첫 번째 전시실에서 거실, 주방, 침실, 화장실 등을 갖춘 140제곱미터 규모의 집에 존재할 법한 가상의 거주자에 대한 단서를 찾아 나설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놀이를 즐기는 사람에 한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무미건조한 전시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전시실에서는 대형 수영장을 만나게 됩니다. 물이 빠진 수영장은 작가의 작업에서 반복되는 모티프로 오늘날 공공장소의 쇠퇴와 공동체의 상실을 암시합니다.

 

레스토랑과 다름없는 설치 작품인 ‘더 클라우드(The Cloud)’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관람객은 홀에 앉아 영상 통화 중인 젊은 여성 모습의 작품처럼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마주하게 됩니다.

다른 전시실에서는 실험실 같은 주방, 작품 제작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아틀리에 공간이 이어집니다.

서로 연관성이 없는 것 같은 공간이 한 카테고리에 묶여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전시실 구성
1. Shadow House
2. The Amorepacific Pool
3. The Cloud
4. Untitled (the kitchen)
5. Untitled (the studio)

 

 

3. The Cloud

 

이번 설치 미술전시회에서 ‘The Cloud’는 레스토랑의 이름입니다. 세팅된 테이블이 있는 레스토랑 Hall 모습을 보여주는데 레스토랑의 이름을 상징하듯 벽에 걸린 과녁 모양의 설치물 배경에 도시의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이 보입니다.

 

관람객은 뭘 하는거쥬?

테이블 사이를 거닐며 영상통화 중인 여인 형상의 작품을 비롯해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 위치한 작품을 마주하는 겁니다. 그리고 여유가 있으면 테이블에 홀로 앉아 영상통화에 몰두하고 있는 여성이 뭘 하는지 봐도 됩니다. 그녀는 가상의 친구가 털어놓고 있는 최근 실패한 연애에 대한 독백을 듣고 있습니다. 그 설정된 장면 하나가 별도의 작품인 걸 인지하세요. 기술이 우리의 물리적인 환경과 상호 연결된 디지털 세계 간의 경계를 어떻게 허무는지를 보여주는 <대화(The Conversation, 2024)>라는 작품입니다.

 

The Cloud, 2024, mixed media, Courtesy of the artists

 

동양여성(아마 한국인이겠쥬?)이 레스토랑에 앉아서 아이폰으로 영상통화를 하며 대화 나누는 것은 조금 있다가 보기로 하고 레스토랑에서 또 다른 '공간'으로 통하는 길이 보여 그곳을 들어가 봅니다. 그런데 오, 이런.. 갑자기 대도시 빌딩숲이 거꾸로 펼쳐집니다.

 

이건 또 무슨 의미를 가지는 건가요..

쫌 생경한 배치라는 사실도 망각한 채 일단 사진부터 찍고 봅니다.

 

거꾸로 서 있는 마천루처럼 보이네요.

 

문 열고 나가면 마천루인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설치미술을 도모한 것인가요?

이유야 어떤지 모르지만 일단 다시 레스토랑으로 돌아옵니다.

 

관람객들이 보입니다.
세팅된 테이블
이건.. 뭘까요?
일명 '고흐의 귀'랍니다.
꽤 유명한 작품 '고흐의 귀'
Van Gogh's Ear, 2016, in New York City's Rockefeller Center

 

'고흐의 귀'가 유명 작품이라는 사실을, 그 증거를 인터넷에서 구해왔습니다.

뉴욕 록펠러 센터 앞에 설치된 작품인데 <고흐의 귀>는 이곳에 영구설치된 것일까요? 미국 뉴욕에 갈 일이 생기면 가서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일반 여행자가 뉴욕 가서 이 사진을 찍어 올 일은 없을 테니...

 

양식 세팅
구름입니다.
이제 <대화> 중인 여성에게 시선을 보냅니다.
The Conversation, 2024, silicone figure, clothing, iPhone, 130 X 100 X 60cm, Courtesy of the artists

 

이 동양여성은 지금 상담 중입니다.

아이폰으로 영상통화를 하는 저 상대방이 애인이 아니라 연애 상담사인 겁니다. 실제 현장에서 상담내역을 관람자도 다 들을 수 있도록 스피커 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네요...

저는 작품 감상, 아니 사진 촬영에 열중하느라 대화 내용은 듣지 못했습니다. 집중력이 좋아서 그런 건 아니고, 한 번에 두 가지 일 하는 능력이 젬병이라 그런 것입니다.

 

여성의 표정은 '진지'합니다.
이 여성, 마스크를 보니 어떤 유명인사와 닮은 듯합니다. 근데 그게 누군지 왜 기억이 안 나는지..
여성은 계속 대화 중입니다.

 

레스토랑 테이블에 홀로 앉은 여성이 영상 통화에 깊이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대화하는 가상의 친구는 최근 실패한 연애에 대해 독백을 풀어놓는 장면을 영상과 함께 오디오로 송출해 줍니다. 무슨 의도에서 그러는 걸까요? 이 장면은 기술이 우리의 물리적인 환경과 상호 연결된 디지털 세계 간의 경계를 어떻게 흐리게 만드는 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물리적으로 존재하지만, 정신적으로나 감정적으로는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는, 우리가 경험하는 존재-부재의 동시성에 관한 질문을 제기합니다.

 

고흐의 귀는 잘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선 국부조명이 열일하고 있고
저는 벽에 걸린 구름사진에게 관심을 표명해봅니다.
어마무시한 구름..
한번 쳐다보니 계속 빨려들어갈듯..
구름에 관심을 보이면서 저는 구름 사이 스테인리스 띠에 얼굴이 비춰진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셀카놀이1
셀카놀이2

한번 하니 또 하게 됩니다.

셀카놀이3

겁대가리 상실한 듯 셀카를 세 장이나 찍었습니다.

 

4. Untitled (the kitchen)

 

레스토랑 옆 공간에 마련된 ‘산업용 주방’과 ‘실험실’이라는 동떨어져 보이는 두 장소의 대조는 화학 기반 요리법인 ‘분자 요리학’과 현대 식품 시스템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는 기후 변화, 인구 증가, 자연 자원의 감소 속에서 실험실 과학에 더욱 의존하고 있는 현 세태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라고 합니다.

 

Untitled (the kitchen), 2024, mixed media, Courtesy of the artists
Big Egg인가? 아님 콘도르 알인가?
알은 깨지기 직전입니다.
식기반납기
싱크대.. 이것도 작품일까요?
생뚱맞게 유럽애들은 어떤 주방기구를 사용하는가 라는 생각이 꽂힙니다.
걔네들도 특별한 건 없습니다. 이건 10구 가스레인지
미술관 옆 동물원이 아니라, 키친 옆에 실험실?
생경한데 사뭇 진지함..
실험용 복장에 현미경을 가지고 노는 여성 연구원.
열심히 뭔가를 들여다 보는 모습인데..
OMG! 썩소를 짓고 있습니다.
왜 썩소를?
썩소의 원인제공자 '현미경' 아무 것도 안 보입니다.
그럼, 이 아가씨가 뻥친건가요?
다음 '공간'으로 향합니다.

 

 

5. Untitled (the studio)

 

작가들은 전시의 끝에 이르러, 일상 속 공간이 아니라 흰 벽으로 둘러싸인 작업실로 관람객을 초대합니다.

거울로 이루어진 캔버스에 일필휘지로 붓질하는 인물이 있는데, 흰 페인트를 바닥에 붓는 인물은 이들이 작업 초기에 관심을 모았던 퍼포먼스를 연상하게 합니다. 시인(엘름그린)과 연극인(드라그셋)의 경험을 지닌 두 사람은 미술기관의 전통적 권위를 상징하는 화이트 큐브 공간을 흰색 페인트로 덮어버렸고(12시간의 흰 페인트/무력한 구조물, 1997), 투명한 유리 큐브의 내부 벽에 페인트를 칠하고 씻어내기를 반복한 작업(무력한 구조물, 1998) 등 시적이고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거울로 이루어진 캔버스는 인물 조각을 비롯해 방문자 모두와 주변 공간을 반사함으로써 조각, 회화, 작품, 공간, 관람객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기능을 합니다.

 

Untitled (the studio), 2024, mixed media, Courtesy of the artists
2인의 아티스트가 작업 중입니다.
페인트를 통채로 붓는 아티스트
페인트 붓기의 달인 잭슨 폴록이 와서 보고 울고 갈 상황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이런 미술도 있는데 우린 미술을 어려워 합니다.
아티스트의 눈빛을 보면 아주 쉬운 일은 아닌듯
근육이 긴장한 형국입니다.
눈빛도 시퍼렇게 빛납니다.
당신은 무엇을 봅니까?
또 한 사람은 '거울에 처바르기' 중입니다.
손가락
손가락과 거울에 비친 손가락
고속도로 회화, 2018/2019.

 

교통 표지판을 작품으로 활용한 것인가?

이 교통 표지판처럼 보이는 것들은 실제의 것을 옮겨온 곳이 아니라 작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의 표지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속도로 회화>(2018/2019) 속의 표시는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교통 안내를 전혀 하지 못합니다. 그럼 이러한 허구의 표지판을 그려서 전시해 놓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정보 전달이라는 목적을 지닌 표지판의 본래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필휘지 아티스트
행위미술가는 '일필휘지'기 기본인듯싶습니다.
일필휘지의 필살기가 없다면
결코 이런 작업을 시도하지 못하죠.
앗, 그런데 똥배가...
저 근육은 운동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군요.

 

일필휘지 아티스트를 뒤로 하고 왔던 길로 되돌아갑니다.

'페인트 붓기'가 여전히 노동 중에 있네요.

 

열일하는 아티스트..

 

 

에필로그

 

'스튜디오'에서 전시회 관람은 끝납니다.

퇴실하기 위해서 다시 '레스토랑'으로 나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다시 키친을 통과해야 하고, 레스토랑에서 출구 쪽으로 나가는 길목에서는 불현듯 장소파에 퍼져 있는 한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레스토랑 Cloud
레스토랑 뒤벽면..
이곳에도 사람이 있네요. 헐~ 그런데 퍼져 있습니다.
장소파에 누운 여성과 토끼인형
여성의 신체가 길쭉합니다.
북유럽인종이겠쥬? 마치 양쪽에서 잡고 늘여뜨려서 길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쿨쿨
토끼처럼 쿨쿨쿨...
잠에 빠진 여인...
맛이 간 토끼.. 아놔~ 내가 토끼라구요. 잠을 자도 내가 자야지..
다시 잠자는 여인을 둘러봅니다.
아랫쪽에서도 봅니다.
발다닥도 깁니다.
손가락도 깁니다.
비현실적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건.. 설정입니다.
작품 설치 직후 1 [출처 : W Feature ]
작품 설치 직후 2 [출처 : W Feature ]

 

설정의 주인공인 얘들은 당연히 자기 작품을 애정하겠지요.

두 작가 모두 190cm를 훌쩍 넘는 키라고 하는데 북유럽 인종이라 충분히 수긍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코펜하겐의 어느 나이트클럽에서 처음 만났던 사이라고 합니다.

재미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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