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미술관 순례

국립 서양미술관[NMWA] (5) / 로댕 조각작품

hittite22 2025. 1. 1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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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회에 이어서)

 

작품감상

 

 

Neapolitan Fisherboy, modeled 1857–1858 (cast c. 1859)

 

인상파 화가들 작품이 늘어선 전시실 한가운데에 멋진 청동상 하나가 서 있었다.

 

Neapolitan Fisherboy, modeled 1857–1858 (cast c. 1859), Jean-Baptiste Carpeaux [detail]

 

"오~ 이 작품은 로댕의 것이 아닌데?"

조각상 앞으로 다가간 히타이트가 소리쳤다.

"그렇군. 나도 로댕의 조각상인 줄 알았는데 아니군."

"람시스, 조각가이름이 카르포(Carpeaux)라고 적혀있어. 나는 처음 들어보는 조각가야."

"작품의 주제는 뭔데?"

"모델이 된 나폴리 소년은 11살이야. 11살짜리 어부가 귀에 조개를 들고 무슨 소리를 들으려 하는 장면이라네."

"들고 있는 게 조개야? 소라고둥이 아니고.."

"응. 암튼, 멋진 작품이야. 그치?"

히타이트는 국립서양미술관측의 컬렉션 안목을 높이 평가했다.

 

Neapolitan Fisherboy, modeled 1857–1858 (cast c. 1859), Jean-Baptiste Carpeaux, Bronze, 90 x 46 x 53 cm

카르포(Jean-Baptiste Carpeaux)의 Neapolitan Fisherboy(나폴리 소년 어부)는 19세기 프랑스 조각의 대표작 중 하나에 속한다. 사실적이고 생동감 있는 조각인데, 한쪽 다리를 살짝 굽힌 자세와 손에 든 조개로 보아 막 해변으로 달려간 소년이 놀이에 빠진 순간을 포착한 작품으로 보인다.

 

Mask of Mrs. Rodin (Rose Beuret), Auguste Rodin, c. 1880-82, bronze, 25.5 x 16.5 x 15cm - Eiko Yamamoto 기증

 

서양회화 전시실에 있었던 또 다른 조각상, 빠르게 지나가면 남자의 두상으로 착각을 일으킬 작품이다.

실은 로댕이 그의 아내 로즈 뵈레(Rose Beuret)의 얼굴을 청동으로 빚은 것이다.

'로댕의 아내?"

히타이트는 로댕의 아내라는 문구에 시선이 갔다. 

 

Mask of Mrs. Rodin (Rose Beuret)/로댕부인 로즈 뵈레의 마스크 뒷면(음각).

 

"로즈 뵈레라는 여인.. 참 많은 것을 생각게 하는 인물이지."

히타이트는 그녀의 두상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왜?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게 도덕이나 윤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로댕이 진정 끌렸는지가 포인트겠지."

람시스가 같은 관심을 가졌는지 끼어든다.

"그래, 그러니까 참 많은 생각이 드는 거야. 산다는 것은 결국 자기 짝으로부터 얼마나 사랑받느냐에 좌우한다고 봐야지. 그런데 그 사랑이라는 게 노력이나 진심만으로 통하지 않는 법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상대방으로부터 사랑을 갈구하기만 한다면 그게 진짜 행복이냐는 거지."

"그래도 로즈 뵈레는 인생 말년에 로댕과 정식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어?"

"그렇긴 하지만.. 인생의 황금기인 젊은 시절에 대한 보상은 없잖니. 전성시대의 그녀는 자신과 동거하는 남자가 어린 여제자 까미유 클로델과 놀아나는 작태를 옆에서 지켜보아야 했으니 얼마나 속이 썩었겠어."

"히타이트, 네 말대로라면 로댕은 나쁜 놈이었네."

"뭐 서양미술사에 나쁜 놈이 한둘이냐?"

"맞어, 서양은 개판이야. 나쁜 놈도 많고 나쁜 년도 바글거리고.."

 

The Crouching Woman(웅크린 여인), Auguste Rodin, c.1882, Bronze - 마츠카타 컬렉션
The Crouching Woman(웅크린 여인), Auguste Rodin, c.1882 [detail]

 

"이 작품은 표정묘사가 압권이네.."

"어떤 표정인지 알기는 하니?"

람시스의 질문에 히타이트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한다.

"<지옥의 문>에서 떼어낸 작품 중 하나라는데.. 암튼, <지옥의 문>에 배치된 조각을 원본으로 삼은 작품이니 절망에 빠진 다양한 인간 군상의 하나로 묘사된 게 아닐까?"

"나두 몰라.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너도 잘 알지는 못하는군."

 

The Kiss, Auguste Rodin, c. 1882-87, Bronze, 87 x 51 x 55 cm - 마츠카타 컬렉션

 

"그럼 이 작품은?"

다시 람시스가 질문공세를 퍼붓는다.

"이건 연인 사이의 달콤한 키스 장면을 조각한 거 아냐?"

"오~노. 노. 그렇게 볼 수 없는 게 이것 역시 <지옥의 문>에서 떼어내어 독립된 조각상으로 빚은 작품이거든.."

히타이트는 의외였다. 단순히 애정행각을 벌이는 남녀 조각상이려니 했는데 이것마저도?

 

하지만 히타이트의 감상평이 아주 틀린 건 아니었다.

왜냐하면 <Hell Gates>의 독립 조각으로서 <Kiss>는 Paolo와 Francesca 부부를 소재로 삼은 것은 맞지만 그 부부의 이야기와 별개로 보편적인 사랑을 나타내는 작품으로 해석되기도 하므로. 그럼, 로댕은 이 부부를 육적인 사랑의 지옥 불에 태우는 대신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상징하기 위해 사용하였단 말인가?

뭐 그렇다 치고.. 로댕의 연인이었던 카미유 클로델에게는 남동생 폴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재미있는 말을 남겼다네. 1951년 시인 폴은로델 회고전에서 카미유의 이 작품을 크로델의 껴안은 연인들의 군상과 비교하며 코멘트를 남겼어.

"로댕의 <Kiss>에서 이를테면 남자는 여자를 맛보기 위해 식탁에 앉았다. 여자를 더 잘 맛보기 위해 앉은 것이다. 또한 여자도 가능한 한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지 않은가? 하지만 내 누이가 만든 조각상인 한 쌍의 남녀는 영혼 그 자체를 빚었다."

 

음... 이건 로댕을 디스 한 건가?

아님, 자기 누이를 챙기는 팔불출의 소행이란 말인가.

 

히타이트는 온갖 잡신들의 나라 일본 땅에서

자신의 속사람과 서양미술사의 난삽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참 웃긴다 싶었다.

 

Oceanides(오케아노스의 딸들), Auguste Rodin, 1906, Bronze, 53 x 84 x 55cm - 마츠카타 컬렉션

 

"서양미술품을 감상하려면 참 피곤하네. 성서적 배경을 알아야 하는 건 기본이고 시도 때도 없이 서양 신화를 꿰차고 있어야 하니 말야."

묘한 작품 앞에서 히타이트가 툴툴거리니 람시스가 진정시킨다.

"워워, 그렇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서양 문화에 대한 폭과 깊이를 넓히는 거지, 안 그래?"

"긍정의 신이 임재하면야 좋은 일이지."

 

작품 제목이 나타내는 오케아노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대양을 관장하는 물의 신이었다.

그걸 보며 히타이트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3명의 여성상이 반쯤 떠오르고 반쯤 가라앉은 듯한 주위의 기복은 파도치는 물결을 묘사한 것일까?'

 

Head of Saint John the Baptist(세례요한의 목), Auguste Rodin, Marble(대리석)

 

"오~ 세례요한에 대한 해석이 남다르게 보이네.."

"사막에서 메뚜기 역청으로 생활한 그의 이미지와 많이 다르게 여겨지지.. 하지만 그가 목 잘린 당시에는 사막의 수행자가 아닌 일반적인 남자의 모습으로 나사렛 인근을 떠돌지 않았을까?"

"뭐, 람시스 네 말에도 일리는 있어."

 

로댕은 쟁반에 올려진 세례요한의 목을 무려 10점 이상 조각하였다. 그 대리석상 중에서 유일하게 이 작품만 얼굴을 위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서양족속들은 근본이 잔인한지 회화든 조각이든 참수 이야기가 너무 남발된다. 살로메, 유디트, 다윗으로 대표되는 참수 이야기가 왜 그리 인기가 있었던 걸까? 

 

이건 부조작품이다..
Brides of Death(죽음의 신부들) - detail
Brides of Death(죽음의 신부들), Leonardo Bistolfi(레오나드로 비스톨피), Bronze, 271 x 100 cm - 마츠카타 컬렉션 ​


"히타이트, 오귀스트 로댕과 카미유 클로델의 조각이 어떤 사조에 해당하는지 알아?"
람시스가 뜬금없는 질문을 한다.

"사조? 서양회화 애들이 장난질하듯 저질러놓은 그 다양성의 측면을 말하는 거? 그게 조각에도 있어?"

"당근이지. 로댕과 클로델은 상징주의 조각가라고 분류된단다."

"근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지, 람시스?"

"바로 이 작품을 제작한 레오나드로 비스톨피도 상징주의 조각가이거든."

"오, 그래?"

"그럼 이 작품에서 죽음이란 뭘 상징하는 거지?"

"여기서 죽음은 새로운 출발의 개념으로 표현했어. 그래서 신랑-신부를 등장시킨 거지. 죽음은 신랑이고.."

"서양놈 들은 별난 상징도 지랄맞게시리.."

"ㅋㅋㅋ"

람시스는 '죽음'이라는 단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히타이트가 우스웠다.

 

바로 이게 카미유 클로델의 작품이다.
Perseus and the Gorgon(페르세우스와 고르곤), Camille Claudel(카미유 클로델), 1898-1905, Bronze, 51 x 30 x 22cm - 2021년 구입

 

'앗, 뜨거. 2021년 구입작품이네.'

히타이트는 쓸데없는 경쟁심리를 발동시켜 일본인들의 미술사랑을 의식한다.

 

'마츠카타 컬렉션에 포함되지 않은 걸 보면, 아마도 그가 열심히 서양미술품을 사냥 중일 때 로댕과 까미유 클로델의 관계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나? 2021년이면 아주 최근래에 구입한 거로군..'

히타이트의 독백을 들으며 람시스는 작품 분석을 실시한다. 스캔 한 번이면 쫘악 스토리가 손바닥에 올려진다.

"고르곤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 세 자매를 말한대. 눈을 마주치면 돌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나. 이 동상은 영웅 페르세우스가 거울 같은 청동 방패를 이용하여 막내 메두사의 목을 잘라낸 장면을 표현한 것이지."

람시스가 정보수집한 결과를 열심히 나열해댄다.

"클로델도 상징주의 조각가라며?" 히타이트가 묻는다 "그럼, 목이 잘리어 돌로 변한 고르곤의 머리는 뭘 의미하는 거지?"

람시스가 대답한다.

"그건 클로델의 자각상이라고 해석한다네."

"왜 그렇게 해석한 걸까?"

 

로댕의 제자로 작품제작에 헌신적으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그의 애인으로 깊은 관계를 가졌던 미모의 여인. 그러나 로댕으로부터 배척받아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기회를 상실당한 비운의 여성조각가 카미유 클로렐. 그녀는 로댕과의 관계맺음과 그 결과에 대해 이것도 로댕의 작품 중에서 꽤  어떻게 결론 내렸을까?

 

청동시대(The Age of Bronze), Auguste Rodin, 1877, 181 x 70 x 66cm - 마츠카타 컬렉션

 

로댕의 청동시대.

그의 작품 중에서 비교적 많이 거론되는 것 중의 하나라고 한다.

하지만 히타이트의 눈에는 그닥 관심을 기울일 만큼 꿀물 떨어지는 게 보이지 않았다.

 

Orpheus(오르페우스), Auguste Rodin,1908(원형), 1921(주조), Bronze, 146 x 80 x 126cm - 마츠카타 컬렉션
Orpheus(오르페우스), Auguste Rodin,1908(원형), 1921(주조) [detail]

 

"히타이트, Orpheus(오르페우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Apollo)과 님프(Nymph)의 아들로 등장한다고 하는데 너는 알고 있었니?"

"아니, 저언혀."

"그럼, 감사하게 생각해. 이번에 또 새로운 지식 하나 꿰찬 거니. 오르페우스는 야수와 나무, 바위를 매혹시키는 아름다운 수금 연주로 유명했단다."

"오, 그래서 걔가 지금 수금 연주하는 거고?"

"아.. 이 작품은 리라를 연주하는 거야. 아내 에우리디케(Eurydice)가 죽자 절망한 오르페우스가 지옥인 하데스(Hades)를 찾아 지옥의 신들에게 사랑하는 아내를 돌려달라고 호소하며 리라연주하는.."

"뭐. 그렇군. 신의 아들도 별수 없었나 보군."

 

Balzac(Study)/발작(습작), Auguste Rodin, 1897(원형), 1961(주조), Bronze, 106 x 45 x 38cm -아사히(朝日)신문사 기증
Balzac(Study)/발작(습작), Auguste Rodin, 1897(원형), 1961(주조) [detail]

 

"발자크가 못생겼었나 봐"

"히타이트, 당시 파리시민들은 조금 미화시켜 주길 바랐는지 로댕이 의뢰받은 발자크 동상을 너무 못생기게 조각했다고 불만이 많았다네.."

"그런가? 지금 유럽인들은 안 그런 모양인데. 지난 2016년 서유럽 일주여행 때 프라하 국립미술관을 방문하니 로비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준 게 바로 저 발자크 동상이었지."

 

이것은 파리 라스파일 대로에 서 있는 발자크 동상에 대한 습작이라고 한다. 작품이 처음 파리시민들에게 공개되었을 때 "감자 자루를 덮은 인물 같다"는 조롱을 받았고, 심지어 시운전 단체인 Société des gens de lettres는 이 조각상의 인수를 거부하기까지 했다. 그럼 로댕은? 그는 시민들의 반응에 크게 분개했었다네. 사람들이 별거 아닌 걸 가지고 왜 그리 쌈질을 일삼았는지... 이런 걸 보면 인류는 계속 진보해 왔다는 말도 일리가 있어.. 히타이트는 뚱딴지같은 소리를 해댄다.

 

암튼, 로댕의 발자크 청동상은 그가 살아있는 동안 결코 익스큐즈 되지 않았다.

쪼잔한 프랑스인들 같으니라구.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1층 로비의 안내 데스크가 내려다 보이는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주지하다시피 이 미술관 건물은 프랑스의 대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것이다.

르 코르뷔지에는 많은 건축 작품에 경사로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이 미술관에 들어서자마자 만나게 되는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점차 둘러보는 주변 경치가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기둥 한쪽으로 나타났다 멀어지는 회화 작품과 풍경이 달라지는 삼각모양의 천창 등 변화하는 공간을 즐기며 이동할 수 있게 배치한 것이다.

 

가늘고 높은 기둥이 외롭게 서 있다.
계단에서 조망하면 1층 로비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로비에 서 있는 가늘고 키 큰 기둥 위에는 삼각형 천창이 얹혀 있는데 북쪽으로 난 이 채광창을 통해 자연광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한편 건물을 지탱하는 가느다란 기둥과 들보는 섬잣나무라는 나무형틀에 콘크리트를 부어 만들었는데 아름다운 나뭇결을 잘 살리고 있었다.

 

 

로댕의 조각상으로 구성된 국립서양미술관 조각작품은 옥외의 대형 작품들과 1층 로비의 작품, 그리고 회화 전시실 내에 배치된 몇몇 조각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일단 1층 로비에 진입하면 로댕조각 4점이 관객을 맞이한다.

 

상설전시장 관람을 마치고 나왔다
Art Shop
피카소 특별전 포스터
피카소의 유혹을 뿌리친다
숖을 구경하는 일본여성들..
카드 가판대


히타이트가 방문한 당시에는 <피카소 특별전>이 성황리에 전시 중이라 아트 샵에도 왼 통 피카소 관련 기념품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아트샵에서 인기를 끄는 것들은 카드, 엽서 등 소품들인데 이곳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립서양미술관 앞 마당.. 건너편은 다른 전시관이다.

 

국립서양 미술관을 나오면 널따란 대리석 벽돌 광장이 펼쳐진다.

건너편에는 또 다른 문화공간이 비슷한 키높이로 마주 보며 서 있고, 이곳 광장 주변으로는 로댕의 걸작들이 옥외에 오픈되어 오가는 사람들이 무료관람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미술관 우측으로 할쏘는 사람 조각상이 서 있다.
Hercules the Archer(활을 쏘는 헤라클레스), Emile Antoine Bouredelle(에밀 앙투완 부르델), 1909, Bronze - 1966년 구입

 

조각상으로 로댕의 작품이 아닌데 로댕의 작품들 사이에 자리 잡은 몇몇 작품이 있었다.

부르델의 조각상도 그중의 하나였다. 히타이트 입장에서는 '활 쏘는 인물의 조각상'이라 하면 당연히 부르델이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데 이렇게 대형 사이즈의 작품도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심지어 히타이트는 부르델 작품 컨셉으로 로댕이 제작한 작품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히타이트적인 엉뚱한 상상력에 불과했다.

 

Emile Antoine Bouredelle(에밀 앙투완 부르델)의 작품이다.

 

"히타이트, 이게 부르델 컨셉으로 제작한 로댕의 조각상인줄 알았다고?"

"응, 어딘가 로댕의 작품과 비슷하지 않니?"

"푸하하하"

람시스가 파안대소를 터뜨린다.

 

Hercules the Archer(활을 쏘는 헤라클레스) - detail

 

"아니, 왜 그래? 그래도 뭔가 매력이 있어서 일본인들이 구입했겠지.."

"히타이트, 부르델은 말이야..."

"응, 부르델은 왜?"

"부르델은 로댕의 제자였단 말이야."

"아, " 히타이트가 이마를 탁 치며 말한다. "어쩐지 로댕의 작품과 닮았다 했지.."

 

The Gate of Hell(지옥의 문), Auguste Rodin, 1880-90, Bronze - 마츠카타 컬렉션

 

부르뎅의 <활 쏘는 헤라클레스>를 지나자 거대한 직사각형 청동조각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옷!"

히타이트가 신음하듯 소리쳤다.

"<지옥의 문>이다!" 

미리 보는 '지옥의 문'인가, 아님 영원히 들어가 볼 일이 없는 '상상 속의 문'인가!

 

 

"아마도 말이야.. 언젠가는 '천국의 문'을 제작하는 조각가도 등장하지 않을까?"

히타이트는 '지옥의 문' 앞에 서서 흰소리를 늘어놓는다.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청동조각상 <지옥의 문>

로댕이 단테의 신곡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한 그의 대표작이다.

 

앞서 훑어보았듯이 <지옥의 문>에서 세부조각상으로 등장하는 몇몇 작품은 그것대로 독립된 작품으로 재 탄생하였다. 그렇게 재탄생하여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작이 바로 정면 중앙 상단에 위치한 <생각하는 사람>이다.

 

생각하는 사람이 지옥의 문 상단에 앉아 내려다보며 뭔가를 골똘하게 떠올린다.
문 하단으로 매려가며 다양한 군상이 물결처럼 떠다니고 있다.
문지방으로 내려가는 위치까지 이어지는 몰락하는 인간들

 

<The Gate of Hell>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참혹한 느낌이다.

히타이트는 왜 이런 조각상을 빚어내었을까? 로댕의 뇌구조가 궁금해졌다.

 

"히타이트, 조각에 문외한이라 하지만 너무 공부를 안 했구나."

람시스가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아니, 그렇게 말하는 너는 뭔가를 아는 눈치인데.. 그러냐?"

"그럼. 당연하지. 로댕은 이 작품을 의뢰를 받아 제작한 거거든.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기반으로 문을 제작해줬으면 한다는 구체적인 요구사항까지 제시받은 상태였다고.."

"아, 그랬었군." 

히타이트는 '혹시 로댕의 인생은 죄악으로 점철된 삶이 아니었을까'라는 의문까지 표명할 뻔하였다. 다행히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Adam(아담), Auguste Rodin, 1881, Bronze - 마츠카타 컬렉션
Eve(이브), Auguste Rodin, 1907, Bronze - 마츠카타 컬렉션

 

로댕(Auguste Rodin)의 조각, 아담과 이브는 인간 존재와 원죄의 상징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이 조각은 로댕이 <지옥의 문>을 위한 부분 작품으로 제작한 것으로 <지옥의 문> 상단 중앙에 위치한 <생각하는 사람> 뒷부분에 세워져 있다.

 

로댕이 조각한 아담과 이브는 나무 아래에서 서로 다른 감정을 표현하며 서 있다. 이들이 나타내는 감정 표현은 원죄를 지은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후의 후회와 고뇌를 나타낸다.

 

아담은 고통과 혼란을 겪으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팔을 벌려 자신을 억제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는 그가 원죄로부터 겪는 죄책감과 고독을 의미한다.

 

이에 비하여 이브는 약간 비스듬히 선 자세로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후회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과를 움켜잡은 손은 유혹과 탐욕의 상징적 표현이며, 이브의 유혹에 의해 아담이 원죄를 범하게 된 상황을 설명해 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국립서양미술관 우측에 서 있는 조각상을 살펴본 후 히타이트는 미술관 좌측 편으로 이동하였다.

그곳에 서 있는 조각상 두 점을 마저 보아야 미술관 순례가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영국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작은 어촌이었던 칼레.

백년전쟁 중, 영국 왕 ‘에드워드 3세’에게 정복되어 프랑스 공격의 전초기지로 사용되었던 칼레.

 

하지만 양모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하였던 칼레의 시민들은 1년 가까이 영국에 저항하였다.

그것이 ‘에드워드 3세’의 괘씸죄에 걸렸다.

결국 칼레의 시민대표 6명이 목에 교수형 밧줄을 걸고 맨발로 걸어와서 처형받으면 나머지 시민들은 살려주겠다는 공표를 받게 된다. 그러자 부자였던 ‘외스타슈 드 생 피에르(Eustache de St Pierre)’, 변호사와 칼레 시장, ‘위쌍(Wissant)’ 형제 등 지도급 인사들이 자진하여 나선다.

이들의 용기에 감복한 영국왕 ‘에드워드 3세’가 모두 살려주었다는 이야기다.

신사의 나라다운 발상인가?

암튼, 이를 바탕으로 칼레 시가 조각가 로댕에게 기념상 제작을 의뢰하였고, 로댕이 실행하였다.

 

Burghers of Calais(칼레의 시민), Auguste Rodin, 1884-88, Bronze - 마츠카타 컬렉션

 

그게 바로 이 작품이다.

히타이트는 평소 이름만 들었던 칼레의 시민이란 도대체 어느 지역에서 살던 사람인가 찾아보았다.

음.. 파리보다 런던이 더 가까워 보이는군.

 

오호~

지도를 보니 칼레의 시민들이 어떤 입장이었는지 새삼스럽게 이해되는 듯했다.

 

The Thinker(생각하는 사람), Auguste Rodin, 1881-82, Bronze - 마츠카타 컬렉션

 

생각하는 사람이다.

로댕의 대표작,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보았던 작품.

 

칼레의 시민 조각상이 서 있는 광장

 

히타이트는 그렇게 조각상 감상을 마치고 미술관을 빠져나왔다.

이제 다음 미션인 동경예술대학 전시실로 가기 위하여 다시 우에노 공원을 걸어 올라가야했다.

미술관경내를 돌아나가는 도중에 한쪽 구석 외진 곳에 눈에 익은 조각상이 서 있어서 다가갔다.

 

춤추는 소녀들이다..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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