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회에 이어서)
“호크니는 ‘21세기 피카소’라 할 정도로 창조력이 뛰어난 화가다. 유화뿐 아니라 판화, 디지털 회화, 사진 작업은 물론 무대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와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뒀고, 장르적인 측면으로도 초상화, 풍경화, 정물화를 가리지않고 독창적인 화풍을 구축했다. 늘 호기심과 탐구심 넘치는 태도로 테크닉, 재료, 구도, 색의 배합 등 남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시도를 한 덕분에 195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품이 신선하다. 이토록 다양한 분야에 걸쳐 고르게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미학을 선보인 예술가는 미술사상 한 손에 꼽을 정도. 탄탄한 기본기와 마르지 않는 열정을 바탕으로 스스로 즐기며 작업을 하기 때문에 작품이 전하는 긍정적 에너지가 엄청나다. 수많은 컬렉터와 아트 애호가가 그의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다. 특히 지난해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1091억이라는 기록적인 금액에 팔린 ‘예술가의 초상’은 역작 중의 역작. 대표작인 ‘수영장’ 시리즈와 ‘두 명의 초상화’ 시리즈의 요소가 혼합된 유일한 대형 초상화로, 추상과 구상의 대비, 물속의 정체 모를 남자와 수영장 밖 남자에 대한 궁금증, 모호한 시선 처리에서 느껴지는 낯선 긴장감, 대형 화면이 주는 압도적인 조형미 등이 한 화면에 공존한다. 1990년대 초부터 말까지 카메라 루시다를 사용해 작업한 초상 드로잉 연작은 다른 작품에 비해 아직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지만 상당히 흥미롭고, 석판화 역시 매우 다양한 주제를 뛰어난 테크닉으로 담아 눈여겨볼 만하다.”
- 홍콩 크리스티 스페셜리스트 정윤아
정물화
Conversation with David Hockney(DH) by Martin Bailey(MB)
DH: 원근감이 정말 끝내줘요. 아주 개인적인 관점이죠. 이런 사진은 찍을 수 없을 거예요. 전 이 그림을 항상 좋아했어요. 아버지가 런던에 오실 때마다 반 고흐의 의자를 꼭 보고 싶어 하셨어요.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셨죠.
MB: 이 그림이 정말 개인적인 그림인 이유는 의자 위에 종이로 싸인 아버지의 믿음직한 파이프와 담배 때문이에요. 마치 작은 정물화 같아요. 빈센트 반 고흐의 '의자와 파이프'를 당신만의 버전으로 그리셨는데, 이 작품은 파운데이션에 소장되어 있어요. 1888년 반 고흐가 아를에 도착한 지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를 위해 그린 작품이에요. 많은 유명 현대 예술가들이 그에게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기증했어요.
DH: 저는 역원근법을 사용해서 그렸어요. 이쪽을 보고 저쪽을 보니까 움직이는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의자를 좋아했어요. 사람처럼 팔다리가 있거든요.
MB: 반 고흐의 의자는 팔걸이가 없지만, 고갱의 의자도 그렸어요. 훨씬 더 편안해 보이고 팔걸이도 있거든요.
DH 두 그림, 반 고흐와 고갱의 그림에는 존재감이 있습니다. 그저 빈 의자가 아닙니다.
포토 콜라쥬
1970-80년대에 호크니는 사진을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에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1980년대 호크니는 ‘포토콜라주’ 작품을 다수 제작했습니다. 작품 <수영하는 나탄>에서 그는 사진 여러 장을 모아 큰 하나의 화면으로 조합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한 장면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작업 1982년에 집중해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납니다.
Hockney의 작품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남부 캘리포니아의 가정 생활이 주요한 소재가 된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호크니의 미술 인생에서 수영장, 라운지 의자, 야외 데크 등이 그의 이전 작품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는 것도 일종의 재미입니다. 1960년대 영국 화가의 작품은 골든 스테이트(Golden State)에 대한 섹시함, 다채로움, 피상적이라는 고정관념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Hockney의 초기 캘리포니아 회화는 피카소, 마티스와 같은 전임자들의 기법과 뒤뷔페, 워홀, 리히텐슈타인과 같은 동시대 팝 작가들의 스타일을 활용하면서 이러한 고정관념을 모더니스트 요소와 과감하게 결합했습니다. 표면, 깊이, 형태에 대한 그의 실험 외에도 이 10년 동안의 작품은 동성애를 노골적으로 묘사하면서 모더니즘 스타일을 기묘하게 표현한 점에서 참신합니다.
<Still Life Blue Guitar, 1982년 4월(1982)>은 63개의 폴라로이드 정사각형을 제목에 설명된 혼란스러운 이미지로 조립한 그리드입니다. 물론 이것은 피카소의 주제 및 스타일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며, 이는 1977년에 나온 피카소의 <파란색 기타를 든 자화상(Self-Portrait with Blue Guitar)>이라는 초기 작품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하나의 작품 속에서 여러 관점을 볼 수 있는 이러한 폴라로이드 합성은 1970년대부터 여러 스냅 사진들을 합성하는 작업을 해왔던 호크니에게 혁신적인 방법론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오클랜드 미술관에서 1983년에 열린 '컬러: 캘리포니아 사진작가 10인' 전시를 위해 제작된 포스터입니다. 이 포스터는 호크니의 1982년 합성 폴라로이드 연작 '이안 수영, 로스앤젤레스, 1982'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사진으로 복잡한 예술 창작을 시도하는 행위에 회의적이었지만, 폴라로이드라는 매체를 통해 단일한 순간이나 대상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작업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암튼, 독특한 인물입니다.
Photographic drawing
2014년 호크니는 다시점적인 이미지를 만들고자 200여장의 디지털 사진을 찍은 후 한 공간 내에서 인물들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형태의 디지털 사진 기반의 작품을 제작하였습니다. 호크니는 이러한 작품을 포토그래픽 드로우잉(Photographic drawing)이라 명명했습니다.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는 다양한 매체를 통한 지속적인 진화와 실험을 추구해왔습니다.
그는 인간의 인식, 원근법의 본질, 드로잉, 페인팅, 사진 및 디지털 아트 간의 유동적인 관계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A Bigger Card Players>는 이러한 모든 주제를 다룹니다. Hockney는 2015년에 같은 장면의 변형을 묘사한 여러 그림과 함께 소위 '사진 그림'을 만들었습니다. 이 그림은 모두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 폴 세잔(Paul Cézanne)의 <테이블 주위에 카드 놀이를 하는 남자들>의 그림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호크니는 또한 카드놀이하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3점의 유화를 남겼습니다.
Hockney는 이 '사진 그림'을 위한 디지털 "콜라주"를 만들기 위해 카드 테이블 주위에 있는 친구들의 사진을 여러 장 찍었습니다. 그는 “사진마다 소실점이 있기 때문에 한 장보다는 소실점이 많이 생긴다”고 설명했습니다. 여러 개의 소실점은 특히 테이블의 사다리꼴 모양과 세 남자의 위치에서 눈에 띕니다. 카드꾼들 뒷벽에 걸린 비슷한 구성의 그림에는 시각적인 장난기가 관찰됩니다. 벽면에 걸린 것은 자신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No.3>와 <페어블러섬 하이웨이 No.1(pearblossom Highway No.1)>입니다. Hockney에 따르면 <A Biger Card Players>의 다양한 관점은 "안경 없이도 거의 3D 효과"를 주는 이미지를 제공합니다.
<In the Studio, December 2017>은 데이트 브리턴에 기증한 작품으로 호크니의 작품들과 형형색색의 옷차림을 한 호크니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의 관심사인 시공간의 확장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3000장의 사진을 붙인 파노라마형 사진 드로잉으로, 공간보다는 표면을 강조하는 사진의 한계를 기술 활용으로 풀어내려는 호크니의 시도가 돋보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Pictures at an Exhibition>은 작가의 LA스튜디오를 배경으로 그의 작품과 실존 인물들의 모습을 망라하며 제작된 작품입니다. 벽면에는 멀티 캔버스로 이루어진 네 점의 풍경화가 전시되어 있고, 그 앞에 아티스트, 소설가, 가수, 배우, 운동 선수, 갤러리스트 등 작가의 지인들이 그림을 감상하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장면을 담았습니다.
이 작품은 다각도의 시점과 다른 시간에 촬영된 수백장의 사진을 디지털 작업으로 결합하여 입체적인 인물과 오브제를 만들고, 한 공간에 위치시켜 합성함으로써 사실적인 장면을 창조한 것입니다. 대형프린터로 출력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는데 호크니는 이러한 기법을 “사진 드로잉 (Photographic Drawing)”으로 명명하며 2014년부터 사용하였습니다. 이는 ‘실제 속에서 세상을 보는 방식’ 또는 ‘움직이는 시선’에 대해 지속적으로 실험을 하고 있는 그가 1980년대 폴라로이드사진으로 작업하였던 “포토콜라주”의 디지털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작품 속에 전시된 회화 작품 목록 –
“Three Vases of Flowers in an Interior” 2018 / “Spinning Top in a Theatrical Landscape.. Aren’t They All?” 2018 / “The Walk to the Studio” 2018 / “In and Out and Up and Down with Balls” 2018
–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
David Hockney, Shannan Kelly, Charlie Dare Scheips, Julie Beuter, Stephanie Barron, Doug Roberts, Greg Rose, Doug Roberts, Jim McHugh, Ivan Schreiber, George Snyder, Wilbur the dog, Elise Wille, James Comer, Bradley Bontems, Arthur Kolat, Juan Carlos Elizondo, Joni Weyl, Gary Wood, Sidney Felsen, Peter Goulds
거울에 비친 실내 풍경을 잘 묘사하였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점박이가 흩뿌려진 듯한 바닥 타일만큼은 거울모사에 정확성을 기하지 못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영국인이 이 작품을 본다면
저 캔버스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싶습니다.
저는 호크니 할아방 한 사람 외는 알아보지 못하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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