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영국 미술 운동의 선구자인 데이비드 호크니는 20세기와 21세기에서 가장 유명하고 다작 예술가 중 한 명입니다. 그는 다재다능한 작가로, 아크릴 그림, 사진 콜라주, 실물 크기의 오페라 무대 디자인, 그리고 아이패드로 제작한 디지털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호크니는 동성애적 사랑을 담은 반추상화로 처음 명성을 얻었습니다.
1964년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그는 새로운 집을 관능적이고 파스텔 색조로 표현한 자유로운 퀴어 남성들의 풍경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그들의 목가적이고 햇살 가득한 배경에는 수영장, 야자수, 그리고 밝고 아름다운 집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수영장'을 미술작품의 소재로 사용하겠다는 생각을 못하고 있을 때,
그는 '수영장'을 캔버스로 옮겨왔고
일련의 수영장 시리즈 작품을 통하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니, 표현을 바꾸겠습니다
동서래금을 막론하고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Before Swimming Pool
<어느 가정, 로스앤젤레스 (Domestic Scene Los Angeles)>는 호크니가 로스앤젤레스로 떠나기 직전, 영국에서 완성된 작품으로 나체의 두 남자가 샤워를 하는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호크니는 이 작업 중에 ‘물’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강한 햇빛이 물을 비추면 잔물결 무늬가 반사되는데, 호크니는 이로부터 ‘물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관한 지극히 일반적인 문제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미술계에서 이미 오랫동안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였습니다. “물을 표현하는 방법은 사실 그 어느 것도 될 수 있다. 어떤 색도 될 수 있고, 시각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하며 열린 가능성을 암시한 그는, 이후 ‘물’을 그리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호크니는 물이 ‘쏟아지는’ 형태에도 관심을 두었습니다. 샤워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린 다수의 작품에서 물이 쏟아지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샤워하는 사람, 비벌리힐스>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주로 물을 받아 두고 목욕을 하는 영국 문화에 익숙했던 호크니에게 ‘샤워’는 조금 색다르게 느껴졌나 봅니다.
“미국인들은 항상 샤워를 한다. 화가들에게 샤워는 분명 흥미로운 주제다. 몸 전체가, 특히 자기 몸을 애무하는 것처럼 움직이는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씻는 사람을 그리는 것은 삼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기도 한다. 비벌리힐스의 집들은 온갖 모양과 크기의 샤워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그 모든 것들이 럭셔리한 것으로 보였다. 굉장히... 영국적이지 않은 무언가다!”
-데이비드 호크니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흠집이 나고 중간중간 잘려 있기도 한 선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남자의 몸에 떨어지는 물줄기는 더 부드럽게 묘사하기 위해 조금 더 길고 우아하게 굴곡진 하얀색과 옅은 파란색의 선을 사용했습니다. 샤워실 바닥 근처, 작은 반원형의 세세한 표현들은 타일에 부딪힐 때 물줄기가 튕겨나가는 것을 나타냅니다. 이처럼 여러 방법으로 표현된 물줄기는 배경의 타일 벽이나 카펫 가장자리와 같은 직선이나 직사각형과 대비되며, 자유로운 물의 움직임을 더욱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비는 수영장 그림들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스프링클러에서 나오는 미세한 물줄기를 포착한 <잔디밭의 스프링클러(A Lawn Sprinkler)>는 로스앤젤레스 중산층 가정의 정원 풍경을 담은 작품으로, 잔디밭의 원근감을 최소화하고 평면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아크릴 물감의 특성으로, 스프링클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는 더욱 투명하게 완성되었습니다. 또한, 호크니는 수평적이고 수직적인 로스앤젤레스의 건물에서 영감을 받아 직선적인 구조를 반복적으로 활용하였고, 특히 이 작품에서는 액자 형식의 붉은 테두리를 그려 넣어 관람자가 작품에 집중하도록 했습니다.
David Hockney의 잔디 물뿌리기 그림은 비교적 평범한 행동에 내재된 평온함을 바라보는 그림입니다. 사람을 등장시키지 않으면서 인간의 활동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호크니는 자신의 여러 작품을 그렇게 제작하였습니다.
호크니는 이 그림을 그리면서 스프링쿨러를 떠난 물줄기가 마지막 단계에서 빛처럼 사라지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합니다. 시기적으로는 수영장 시리즈의 작품으로 이어지는 중간 단계에서 제작된 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Hockney는 팝 아트를 비롯한 현대 기술을 사용하여 아름다움을 만듭니다. 아마도 무성한 녹색 잔디를 만드는 이 특별한 요소가 그를 잔디밭으로 이끌었을 것입니다. 그의 초점은 공간의 확장만큼이나 초록빛 영역을 생성하는 자동화기기의 역할에 있습니다. 기계적 간섭이 없었다면 이 공간을 만들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것 같습니다.
잔디에 물 뿌리는 것은 녹지 공간을 만드는 과정의 한 요소에 초점을 맞춥니다. 시청자는 물에 끌립니다. 물은 거꾸로 된 삼각형의 형태로 무성한 녹색 잔디 위에 고르게 펼쳐져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그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색상의 스윕을 생성하기 위해 일제히 작동합니다. 관객은 잔디 위에 물이 뿌려지는 행위 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습니다.
David Hockney는 가장 유명한 생존 영국 화가의 한 명이며 판화 제작자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그가 잔디에 물뿌리는 방식에서 볼 수 있습니다. 물의 역삼각형은 스텐실을 사용하여 만든 작업을 연상시키는 규칙적인 패턴으로 배열됩니다. 이러한 반복은 복사기 등의 현대적 매체를 이용하여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팝아트에서도 볼 수 있는 요소입니다. 이 작품에는 비록 야수파적 풍경의 거친 에너지가 없지만 삶에 아름다움을 더하는 일상을 발견하게 해줍니다.
수영장 시리즈
1964년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 호크니는 비가 잘 오지 않는 기후와 그로 인해 관개 수도 시설을 사용하는 주거환경에 매료되었습니다. 수영장 물을 편리하게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인데 이는 물줄기와 물방울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을 실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였습니다. 또한 동성애자인 호크니에게 수영장이 있는 주택 환경은, 이후 그의 성적 지향성을 공개적으로, 자유롭게 작품에 담도록 영향을 미쳤습니다.
1964년 완성된 석판화 <수영장으로 쏟아지는 물>은 단순하게 보이면서도, 마치 흘러내리고 있는 물을 정지시켜 놓은 듯한 느낌을 쥽니다. 이 작품을 완성한 후 호크니는
“물은 추상화로 가는 기회를 제공했다”라며 “물을 그리는 것에 초상화를 그리는 것만큼의 강한 열망을 느낀다”
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작품 세계에 ‘물’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드러낸 것입니다.
<산타 모니카 수영장에 쏟아지는 다양한 종류의 물>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에서 가장 상징적인 모티프로 꼽히는 수영장을 특별하게 보여줍니다. 이국적이고 호화로운 전망을 선사하는 수영장 시리즈는 1963년부터 1967년까지 호크니의 작품활동에서 중심이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수영장이 편안함과 풍요로움의 상징에서 형식적 장치로 진화하는 고도로 추상화된 구성을 보여줍니다.
호크니의 작품 세계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작품입니다. 그해 10월, 호크니는 미국으로 떠난 후 처음으로 영국을 방문하여 12월 런던의 존 카스민(John Kasmin) 갤러리에서 열린 두 번째 개인전을 대성공으로 마무리합니다.
<Picture of the Hollywood Swimming Pool>은 Hockney가 캘리포니아에 마련한 집에 대한 송가입니다. 1962년 Royal College of Art를 졸업한 Hockney는 1963년 말에 뉴욕으로 여행을 갔고, 그 후 로스앤젤레스로 계속 여행하면서 일련의 드로잉으로 수영장을 탐험하기 시작했습니다.
Ossie Clark(Hockney의 유명한 이중 초상화 <Mr and Mrs Clark and Percy>, Tate Gallery, London)과 함께 호크니는 그에게 진정한 바캐날리안 라이프스타일(Bacchanalian lifestyle, 문란한 바쿠스축제)처럼 보이는 것에 뛰어들었고 수영장과 수영장이 대표하는 모든 것-정욕, 애정, 평온, 여가-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열렬한 여행자인 Hockney는 항상 주변 환경에서 영감을 받아왔지만 로스앤젤레스를 처음 방문했을 때만큼 인상적인 경험을 한 적은 없을 것입니다. 1964년 크리스마스 무렵 영국으로 돌아온 호크니는 그해 초 할리우드 수영장의 그림을 그렸고, 거의 종교적 경건함으로 캘리포니아의 백열등과 대담한 색상을 캔버스에 고정시켰습니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설적인 수영장 그림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인 <캘리포니아>는 두 명의 누드 수영자가 물 위에 떠 있는 부표에 느긋하게 누워 있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주변으로 싱그러운 녹색 잔디밭이 보입니다.
웅장한 규모와 역동적인 선, 그리고 생동감 넘치는 색채로 그려낸 이 작품 안에 호크니는 미국 서부 해안의 사회 혁명에 뛰어든 젊은 영국인의 환희를 생생하게 담아냈습니다.
<닉의 수영장에서 나오고 있는 피터(Peter Getting Out Of Nick‘s Pool)>에서는 잔물결의 형태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어지러이 그려진 흰색의 잔물결선은 수영장의 가장자리와 사각진 건물의 모양, 그리고 정적인 사람의 모습과 대비됩니다. 다른 수영장 작품에서도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이 흰 무늬가 <닉의 수영장에서 나오고 있는 피터>에서는 좀 더 짙게, 그리고 인위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현실성은 다소 떨어지는 이미지이지만 호크니는 이 작품을 통해서도 물의 움직임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한편, 호크니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작업하던 어느 시점부터 빠르게 건조되고 캔버스에서 벗겨지지 않는 재료인 아크릴 물감을 주로 사용하게 됩니다. 아크릴은 1950년대 초반에 미국의 아티스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새로운 종류의 물감이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호크니가 아크릴을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아티스트였습니다. 아크릴은 덧칠할수록 색의 청량함이 반감되는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최대한 수정 없이 작업을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아크릴을 사용한 그의 그림들은 평면성이 더욱 부각된 것입니다.
호크니는 아크릴의 물성이 느리게 마르는 유화보다 캘리포니아의 깔끔한 윤곽을 지닌 교외 풍경과 햇빛을 묘사하는데 더욱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크릴로 이렇게 넓은 캔버스를 채우는 것은 철저한 계획과 세심한 붓질이 수반되어야 했기 때문에, 작업 속도는 더욱 늦어졌지만 관찰 능력이 향상하고 작품의 표면에 더욱 집중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위 그림의 모델인 피터 슐레진저는 호크니의 뮤즈이자 첫번째 연인이었습니다. 1966년 호크니는 UCLA에서 강의하고 있었는데 11살 연하의 피터가 학생으로 수강했습니다. 피터와의 사랑은 그러나 1972년 종말을 고합니다. 피터와 헤어진 뒤 호크니는 그림을 제대로 완성할 수 없을 만큼 힘들어 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약 나라가 망하는 날, 당신이 진정한 사랑을 만난다면 나라가 망하든 말든 신경쓰지 않겠죠. 세상이 멀쩡하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1960년대 캘리포니아 풍경을 그린 호크니의 그림은 종종 평범하고 음산한 건물의 정면을 묘사했지만, 그의 예술가로서의 명성에 가장 크게 기여한 주제는 수영장이었습니다. <닉 와일더의 초상화>는 호크니의 친구이자 이웃인 닉 와일더를 묘사한 것으로, 호크니의 유명한 수영장 그림 시리즈에서 가장 흥미로운 작품 중 하나입니다.
1966년에 그린 <닉 와일더의 초상(Portrait of Nick Wilder)>은 미술상이자 갤러리 소유자인 닉 와일더가 다음 해 호크니가 떠날 때까지 두 화가가 살았던 할리우드의 아파트(라라비 스트리트 1145번지) 건물에 있는 공동 수영장의 물에 고요하게 잠겨 있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사진과 회화의 관계에 대한 호크니의 탐구결과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그림에서 그림자를 생략하면 마치 한 장의 사진에서 렌더링된 것처럼 평평하게 느껴지는 이미지가 만들어집니다.
초상화 주위에 흰색 테두리가 포함되어 사진과 그림의 연결이 더욱 강조되었습니다. 그림자의 부족은 지속적으로 빛나는 햇빛을 받는 평평하고 기하학적인 로스앤젤레스의 건물 분위기를 전달합니다. 그러나 이 분위기는 답답하거나 억압적인 분위기가 아니라 밝고 따뜻하고 쾌활한 캘리포니아 분위기입니다.
영국의 팝 아티스트인 David Hockney는 수많은 그림, 사진, 세트 디자인을 포함하는 방대한 작품을 제작하였습니다. 1937년 영국 요크셔의 West Riding의 Bradford에서 태어난 Hockney는 어린 나이에 예술가가 되려는 기교와 결단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런던의 Royal College of Art에서 학업을 마친 후 여행을 다니며 결국 뉴욕에 상륙했습니다.
1960년대 미국의 라이프스타일과 자유에 즉시 충격을 받은 Hockney는 일련의 에칭 작업을 시작하고 영국으로 돌아가 새로운 판화를 만들어 유럽으로 여행을 더 떠났습니다.
그는 결국 미국으로 돌아갑니다. 로스앤젤레스 UCLA에서 교사로 일하기 시작했으며 상당한 시간 동안 그의 모델이자 동반자였던 미술 학생 Peter Schlesinger를 처음 만났습니다. 로스앤젤레스의 풍경과 사회는 David Hockney의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은 아마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일 겁니다. 5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는데도 작품이 이렇게나 현대적으로, 그리고 아이코닉하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그림은 햇살이 내리쬐는 로스앤젤레스 어느 수영장의 모습을 묘사한 작품으로, 수영장 뒤로는 선홍빛의 건물과 빈 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건물의 창에는 맞은편 건물들이 비쳐 있고, 두 그루의 나무와 잔디가 건물 주위로 나름의 정원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 그림이 그려졌던 시기의 대다수의 작품과는 달리, 여기에서는 사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전체적인 화면은 굉장히 ‘정적으로’ 느껴집니다. 단 한 가지, ‘첨벙거리는 물살’만 제외하고 말입니다.
호크니에 따르면,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어붙은 캔버스 위에 초 단위로 정밀하게 표현된 첨벙이는 물살”입니다. 그는 물이 튀기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는 이후 작품에 대해 “화면 뒤쪽에 있는 집을 그릴 때보다, 물이 튀기는 모습을 그리는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들였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영원히 그 자리에 있는 건물이 아니라 고작 2초 남짓 지속되는 물살이, 이러한 대조가 호크니를 매료시킨 것입니다.
이 ‘물살’을 표현할 때, 마치 잭슨 폴록처럼 물감을 이리저리 휘날렸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호크니는 오히려 작은 붓을 택해 사진에 찍힌 물살을 재현하는데 어마어마한 공을 들였습니다. 물이 튀어 오르는 모습과 부분부분 각기 다른 투명도, 그리고 작은 물방울들의 모습까지 세밀하게 작업한 것입니다. 그는 이 부분을 완성하는데 2주의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물이 튀기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을 때, 그 순간은 찍는 사람도 얼어붙게 되고 그러면 물은 이미 다른 무언가가 되어버린다. 이러한 방식으로 물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리기 때문인데, 나는 이것에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나는 굉장히, 굉장히 느리게 작업했다.”
-데이비드 호크니.
하늘과 건물, 수영장의 표면을 평면적으로 작업하기 위해 호크니는 롤러를 사용했습니다. 아크릴을 얇게 묻힌 롤러를 두세 번 덧대어 불투명하게 만들고 나무와, 잔디, 의자, 창에 반사된 건물들의 모습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물이 튀기는 장면’까지는 작은 붓으로 작업했습니다.
<더 큰 첨벙>은 작가의 독창성을 잘 보여줄 뿐 아니라 당시 영국의 미술계 스토리 핵심요소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는 세밀한 관찰이 필요한 '물'이란 어려운 소재를 다루면서 순간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한 기술적인 노력에 몰두했습니다. 세밀하고 꼼꼼한 묘사를 통해 수주에 걸쳐 물의 형태를 그려낸 호크니는 우연성에 대한 탐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이는 당시 유행하던 액션페인팅 양식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단순화된 형태와 평면성을 강조한 이 작품은 당대 회화적 장면의 인공성을 부각하는 작품에 대한 풍자이기도 합니다.
1971년, 작가와 그의 파트너 Peter Schlesinger는 프랑스 Saint Tropez 근처에 있는 그의 집에서 Tony Richardson 감독을 방문했습니다. 다른 풍경에도 불구하고 Hockney는 "Pool and Steps"를 그립니다. 우리는 수영장 옆에 있는 샌들(Schlesinger 소유)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특정인의 부재를 나타냅니다. 그때까지 유지되었던 이들의 파트너 십은 위기에 처하여 마침내 종말을 보게 됩니다.
<예술가의 초상 - 두 사람이 있는 수영장>은 산과 나무가 보이지만 이내 화면에 수평으로 놓인 수영장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호크니의 수영장 작품은 대부분 사건을 묘사하지 않으며 어떠한 메시지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수영을 하는 남자가 있고, 그 위쪽에서 붉은 재킷을 입은 또 다른 남자가 그를 쳐다보는 장면이 마치 특정한 사건이나 관계를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있는 수영장’에 붙은 또 다른 제목은 ‘한 예술가의 초상’입니다. 과연 누가 예술가일까요? 재킷을 입은 사람일까요? 아니면 수영을 하는 사람일까요? 이 수수께끼 같은 화면에 호크니는 그 어떤 단서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대신 우리는 이 단순한 그림을 통해 수많은 상상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매력은 다른 현대미술 작품처럼 우리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열어둔다는 점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예술가의 초상>이 가지는 의미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작업 과정으로 인해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준 작품이라는 데 있습니다. 그림은 얼핏 보면 하나의 장면을 그린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관계없는 이미지들이 합성된 것입니다. 수영하는 남자는 ‘수영장’ 연작을 위해 찍은 사진 중에서 가져온 이미지이고, 풀 밖에 서 있는 남자는 땅에 떨어진 무언가를 쳐다보는 사람을 찍은 사진에서 가져왔습니다. 원래는 익명의 소년을 찍은 사진이었는데, 인물을 자신의 옛 연인으로 교체했습니다. 뒤에 보이는 산 풍경은 남부 프랑스 생 트로페(Saint-Tropez)를 여행할 때 찍었던 사진에서 가져왔습니다. 이로써 ‘수영장’ 연작에서 보여준 물과 빛의 반사가 만들어내는 기하학적 패턴에 대한 탐구와 ‘두 명의 초상화’ 연작이 갖는 인물들 간의 긴장감, 그리고 자연스러운 풍경 묘사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인 요소들이 완벽하게 통합됐습니다.
<예술가의 초상 - 두 사람이 있는 수영장>은 ‘현존 아티스트 중 최고가 경매 기록’이라는 별칭을 가진 작품이기도 합니다. (호크니의 대표작 중 하나로 뉴욕 크리스티 경매(2018년 11월 15일)에서 약 9030만달러(약 1016억원)에 낙찰돼 당시 생존 작가 경매 최고가 기록을 세웠습니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이 작품에서 물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는 빛과 그림자를 적절히 사용했는데, 청록색(Turquoise)을 띠는 파란색이 얇고 옅게 채색되어 수영하는 사람의 모습 위에도 물의 그림자가 지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호크니가 명암을 잘 활용했다는 것은 그림 속 수영하는 사람의 발바닥에서도 나타납니다. 명암을 활용해 원근감을 표현해냈는데, 발바닥 부분을 조금 더 밝게 표현하여 수면에 상대적으로 가까이 있음을 묘사하였습니다. 수영장 물이 빛을 받아 일렁이는 모습은 하얀색의 얇은 선들을 통해 사실적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예술가의 초상>은 첫번째 연인이자 화가인 피터 슐레진저(Peter Schlesinger)와 헤어진 후 그의 사진을 보며 그린 작품입니다. 수영하는 남자는 피터의 새연인이라고 합니다.(OMG!)
“저는 그저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아티스트일 뿐이지, 아이패드 아티스트가 아닙니다. 매체일 뿐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의 혁명적인 측면과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알고 있습니다.” – 데이비드 호크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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