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들의 나라-유럽

Auguste Renoir(오귀스트 르누아르) / 15 - 정물화(1)

hittite22 2025. 3. 29.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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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회에 이어서)

 

 

 

 

 

 

Crown of Roses, c.1858, oil on canvas, 61 x 50.5cm [Private Collection]

 

<장미왕관>은 르누아르가 17세에 그린 사실주의 기법에 충실한 그림입니다.

 

이 작품은 차분하고 단색의 배경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원형 화환 형태로 배열된 장미 화환을 보여줍니다. 장미는 부드러운 분홍색과 흰색에서 대담한 노란색과 진한 분홍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품 내에 빛과 그림자의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 듯이 보이는데 이는 꽃잎의 둥글림과 잎의 볼륨을 강조하여 꽃의 생생한 색상을 살리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르누아르는 처음부터 그림을 잘 그리는 소년이었군요..

 

Sleeping Cat, c1862,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Apples and Walnuts, 1865~1870, oil on canvas, 13.3 x 20.3cm [Fitzwilliam Museum, University of Cambridge, UK]
Flowers in a Vase, 1866, oil on canvas, 81.3 x 65.1cm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Spring Bouquet,1866, oil on canvas [Fogg, Museum of Art - Harvard University]
Mixed Flowers in an Earthenware Pot, 1869, oil on canvas, 65 x 54cm [Museum of Fine Arts, Boston, MA]

 

달리아, 애스터, 해바라기의 이 소박한 배열에서 르누아르는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색칠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꽃잎의 섬세함을 짧고 젖은 획으로, 도자기 화병과 윤이 난 배의 견고함을 더 넓고 매끄러운 붓질로 표현했습니다.

 

저는 한때 만약 그림을 그리게 된다면 한 화면 안에 극사실주의와 인상주의가 융합적으로 버무려진 그림을 시도해 보겠노라 상상력을 나래를 펼친 적이 있습니다. 관연 성공하였을까요? 실패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단지 머릿속에 떠올려 보기만 한 시도였는데 사실 화가들은 이전부터 융합적인 그림 그리기를 시도하지 않은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상상했던 극사실주의와 인상주의 혹은 초상표현주의와 사실주의 등의 조합을 시도하지 않았을 뿐 비슷한 시도는 해왔었죠. 이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르누아르와 모네의 협업결과를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인상주의를 이끌었던 두 젊은 예술가는 배열 앞에 나란히 앉아 같은 정물화를 그렸다고 전해집니다. 모네의 구성 버전은 현재 J. 폴 게티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Vase of Lilacs and Roses, c1870,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Still Life with Bouquet, 1871, oil on canvas [Museum of Fine Arts - Houston (United States)]

 

"그림은 벽을 장식하기 위해 그려집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풍부해야 합니다. 저에게 그림은... 뭔가 호감 가고 즐겁고 예쁘고, 그렇습니다, 예쁘죠."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이 복잡한 물건 배열을 드러낸 작품은 그가 언급한 대로 즐겁고 흥미로운 구석을 보여줍니다. 1870년대, 인상파의 거장이라는 위치에 올라섰던 르누아르는 특유의 섬세한 터치로 호화로운 색상 조화와 풍부한 질감을 불러일으키는 정물화를 그렸습니다.

 

혹시 알고 계십니까?

르누아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는 프랑수아 부셰(Francois Boucher)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Jean-Honorè Fragonard)였다고 하네요. 이 작품의 해설에 그런 언급이 나오는데 저는 처음 접하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화가들은 18세기에 주로 즐거움을 추구하는 청중을 위해 제작된 예쁜 그림을 전문으로 하는 화가였다 하니 르누아르의 그림 성향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정물화와 꽃다발'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언급된 영향은 당시 에두아르 마네가 매우 감격적으로 검토하였던 사실주의 전통입니다.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은 17세기 스페인 사실주의의 거장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azquez)의 '작은 기사들'을 마네가 에칭으로 재현한 것입니다.

 

Vase of Flowers, 1871,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Vase of Peonies, 1872, oil on canvas, 57 x 47cm [Private Collection]
Roses in a Vase, c1872,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Gladioli in a Vase, 1874~1875, oil on canvas, 73.6 x 60.4cm [Private Collection(on loan to The National Gallery, London]
Bouquet of Lilacs, 1875~1880, oil on canvas, 54 x 65.4cm [Norton Simon Museum, Pasadena, CA]
Roses in a Vase, 1876, oil on canvas, 60.7 x 54.4cm [Private Collection]
Roses in a China Vase, 1876,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Tama, the Japanese Dog, 1876c, oil/canvas, 38.3 x 46.2cm [Sterling and Francine Clark Art Institute, Williamstown, MA]
Bouquet in front of a Mirror, 1876-1877,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Chrysanthemums, 1876~1880, oil on canvas, 65.4 x 54cm [Private Collection]
Bouquet of Flowers, 1878,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Flowers in a Vase, 1878, oil on canvas, 23.5 x 17.8cm [Private Collection]
Flowers in a Vase, 1878,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Peonies, 1878,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Peonies on a White Tablecloth, 1878~1879, oil on canvas, 29.3 x 42.3cm [Private Collection]
Bouquet in a Theatre Box, 1878~1880, oil on canvas

 

부케 꽃다발이 왜 극장 안에 놓여있는 걸까요?

 

그림만 보아서는 이야기의 내막을 알 수가 없습니다. 정물화이므로 스토리가 드러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이 정물화에서 르누아르는 무대보다 극장 상자에 더 관심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인물은 보이지 않고, 우아한 관객의 장미 꽃다발만 흰 종이에 싸여 있습니다. 상자는 오른쪽의 구불구불한 선으로 간단히 표시됩니다. 배경을 구성하는 넓은 붉은색 좌석은 단순하게 스케치된 난간과 대조를 이루지만 깊이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것도 당시 인상파 화가들이 심취했던 일본 판화의 영향 때문인가요?

 

꽃다발은 구형 덩어리를 형성하며 뎅그라니 놓여있지만 역시 꽃은 꽃인지라 아름답게 보입니다. 근데 무슨 꽃일까요, 하얀 장미인가요? 1863년에 제작된  마네의 '올랭피아의 꽃다발'과 같은 방식으로 접혀 있다고 하는데 비교해보지 않아서 상세내용은 기술하지 않겠습니다. 

 

Bouquet of Roses, 1879, oil on canvas 83.1 x 63.8 cm [Sterling and Francine Clark Art Institute, Williamstown, MA]
Three Partridges, 1880,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Still Life, 1880, oil on canvas, 33 x 41cm [Birmingham Museums and Art Gallery, UK]
Peonies, 1880c, oil on canvas, 55.3 x 65.7cm [Sterling and Francine Clark Art Institute, Williamstown, MA]
Sprays of Flowers, 1880c,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Still Life with Strawberries, 1880c, oil on canvas, 20.3 x 33.3cm [Private Collection]
Bouquet of Chrysanthemums, 1881, oil on canvas, 66 x 55.6cm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르누아르는 인물화보다 정물화에서 더 많은 실험을 한 듯합니다.

"꽃을 그릴 때는 색조와 값을 자유롭게 시도하고 캔버스를 파괴하는 것에 대해 덜 걱정합니다."

그가 작가 조르주 리비에르에게 말한 것을 보아도 그런 사실을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르누아르는 부연해서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인물화에서는 작품을 파괴하는 것에 대해 신경을 쓸 테니 그렇게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이 작품에서 르누아르는 무슨 실험을 하였던 것일까요?

제가 보기로는 이 그림의 꽃송이들은 마치 비빔밥 속에서 사정없이 버무려진 것처럼 보입니다.

 

Fruits of the Midi, 1881, oil on canvas, 51 x 65cm [Art Institute of Chicago (United States)]
Onions, 1881, oil on canvas, 39 x 60.6cm [Sterling and Francine Clark Art Institute - Williamstown, MA (United States)]

 

르누아르는 1881년 나폴리를 방문했을 때 구겨진 천 위에 쌓인 양파와 마늘의 캐주얼한 배열을 그렸습니다. 맑은 빛과 유동적인 붓놀림을 적용하여 양파의 둥글고 단단한 형태를 표현해 냈습니다. 반면에 껍질엔 반짝이는 종이 같은 품질을 부여했습니다. 이 작품을 소장한  Clark Art Institute의 설립자 스털링 클라크(Sterling Clark)는 이 <양파> 그림을 가리켜 자신의 컬렉션에 있는 르누아르의 그림 중에서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스털링 클라크는 기업가이자 군인이자 저명한 미술 ​​수집가로, 1911년 파리에 정착하여 할아버지(Singer Sewing Machine Company의 사장)로부터 물려받은 상당한 재산을 사용하여 개인 미술 컬렉션을 모으기 시작했던 인물입니다.

 

Roses and Jasmine in a Delft Vase, 1880~1881, oil on canvas, 81.5 x 65cm [The State Hermitage Museum-Saint Petersburg (Russian Federation)]
Vase of Chrysanthemums, 1880~1882,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Still Life of Roses in a Vase, 1880~1895, oil/canvas, 29 x 37cm [Ashmolean Museum, University of Oxford, UK]
Still life with fruit, 1881, 65 х 50cm, oil/canvas [Art Institute of Chicago, Chicago, IL, USA]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는 아마도 지중해 연안(미디 Midi라고 불림)을 따라 이탈리아로 여행하는 동안 고추, 가지, 토마토, 석류, 유자, 레몬, 오렌지의 이 소박한 정물화를 그렸을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과일과 채소의 윤곽을 강조하고 길고 대각선의 붓놀림을 사용하여 과일과 채소의 3차원적 물리성을 강조했습니다.

 

미디의 과일 그림은 르누아르가 인상주의에 고전그림의 구조와 균형 감각을 시도했던 흔적을 보여줍니다. 이 목표는 르누아르와 몇 가지 근본적인 목표를 공유했던 폴 세잔이 훨씬 더 열렬히 추구했던 가치라 할 수 있습니다.

 

Still Life with Peaches, 1881, Oil on canvas, 53.3 x 64.8 cm [The Met]

 

1882년 인상파 전시회를 평론한 사람들은 매우 매력적인 복숭아가 담긴 과일 그릇 정물화에 매료되었습니다. 벨벳 같은 표현이 트롱프 뢰유(a trompe l'oeil)에 가깝습니다. 르누아르의 후원자 폴 베라르(Paul Berard)의 시골집에서 그린 이 정물화는 같은 faïence jardinière를 특징으로 하는 두 정물화 중 하나입니다. 

 

Chrysanthemums, 1881-1882, oil on canvas, 54.8x 65.8cm [Art Institute of Chicago(United States)]
Still Life with Fruit, 1882, oil on canvas, 46 x 55.3cm [Private collectio]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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