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들의 나라-북미

Edward Hopper(에드워드 호퍼) / 2 - 찹 수이, 밤을 지새는 사람들 外

hittite22 2025. 3. 24.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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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회에 이어서)

 

 

 

도시의 외로운 사람들

 

 

Night Windows, 1928, oil on canvas, 73.7 x 86.4 cm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호퍼의 여타 작품에서 관찰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밤의 창문> 역시 현대인이 가지는 도시인의 삶에 대한 관음증적인 면을 드러냅니다. 낯선 사람이 낯선 곳에 거주하는 동종 인간의 삶에 대한 친근한 관심과 다른 한편으로 존재하는 현대인의 도시생활에서 겪는 외로움(고립)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의 감정, 느낌을 화폭에 담은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도시의 밤은 에드워드 호퍼가 1920 년대 후반에서 30 년대 초반 사이 제작한 작품에 자주 테마로 삼았던 것입니다. 도시의 밤은 어둡지만 작품 속에 그려진 창문 안쪽은 대비되는 밝은 조명으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전폭으로 세 개의 창을 그려넣은 것은 호퍼가 "공통적인 시각적 감각"으로 식별하는 병렬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작품의 모델은 아내 조세핀 니비슨 호퍼였습니다.

 

Chop Suey, 1929, Oil on canvas, 96.5 x 81cm [Private Collection]

 

여성 두명이 캔버스의 중앙에 포진해 있습니다. 이 여성들은 어떤 심리상태일까요?

호퍼의 작품을 감상하려면 일단 한번 더 머리를 굴려보아야 합니다.

 

작품 <Chop Suey (1929)>에서 이곳이 식당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창문밖으로 드러난 네온사인의 글자입니다. <찹 수이(Chop suey, 雜碎/광둥어 잡서이, 杂碎/간자체, 병음 : zá suì 짜쑤이, 한자음 : 잡쇄)는 미국식 중국요리의 일종으로, 미국 화교들에 의해 만들어진, 한국으로 치면 짜장면과 같은 위상을 가지는 음식입니다. 그럼 쉽게 말해서 짜장면집 이라는 간판이 내걸린 식당이고 작품 제목도 <짜장면집>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써놓고 보니 너무 없어 보입니다.

 

여성들은 대화도중에 있는 듯한데 어딘가 분위기 있어보이는 마스크요 제스처인데..

 

각설하고, 찹 수이란 뭘까 알아봅니다.

찹 수이란 고기(닭고기, 생선, 소고기, 새우류, 돼지고기 등 무엇이든 가능), 계란, 콩나물, 양배추, 샐러리 등 채소들을 섞어서 빠르게 볶아친 뒤 걸죽한 녹말 소스로 간을 해서 만들어낸 요리입니다. 밥이나 차오멘과 함께 먹는 찹 수이는 미국, 필리핀, 캐나다, 독일, 인도, 폴리네시아 등지에서도 즐겨 먹는 중화요리이며 인도네시아에서는 고기보다 채소 비중이 훨씬 큰 찹 수이를 만들어 먹는데, 이를 찹 차이(雜菜), 즉 잡채라고 부릅니다.

 

일부 연구자들에 따르면, 작품 <찹 수이 (Chop Suey)>의 세세한 부분은 여성이 그녀의 도플 갱어에 직면하고 있는 장면이라고 말합니다. 엥? 이건 또 뭔 소리인가요?

ㅋㅋㅋ 뭔가 했더니 피사체의 얼굴 중 하나가 시청자에게 보이지 않을 때 도플 갱어를 주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아참 나.. 뭘 어쩌자는 건지. 암튼,  Hopper의 많은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그림은 그의 주인공에 미치는 빛의 영향에 대하여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것만 기억하렵니다.

 

Tables for Ladies, 1930, oil on canvas, 122.6 × 153cm

 

<숙녀를 위한 테이블(Tables for Ladies)>이 의미하는 건 뭘까요?

뉴욕시의 레스토랑 내부의 모습이 담긴 작품속에서 웨이트리스가 생생하게 채색된 음식을 조절하기 위해 앞으로 기울이고 있습니다. 점원은 그녀의 기록부를 주의 깊게 쳐다보고 있습니다. 약간 피곤한 것처럼 보이는 두 명의 여성은 사회활동하는 도시 여성을 대표합니다. 그림의 제목은 당시에 미국사회에 몰아닥친 혁신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이 사회 혁신이란 여성 고객을 환영하기 위해 "숙녀용 테이블"을 광고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식당이나 술집에 혼자 등장하는 여성은 으례히 매춘부라고 추정되었습니다. 그런데 혼자 식사하거나 다른 여성들과 식사해도 정중한 대우를 받는 세상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작품이군요. 

 

일단 호퍼는 그의 많은 작품과 마찬가지로 도시 거주자들이 경험하는 외로움과 피로에 대해 간접적으로 언급합니다. 그림 속의 계산원과 웨이트리스는 모두 집 밖에서 일하는 여성입니다. 제목은 새로 이동하는 여성 고객을 환영하기 위해 식당에서 "여성용 테이블"을 광고한 사회 변화를 암시합니다. 그런데 호퍼의 회화에서 보이는 무표정한 사실주의는 항상 고립감과 소외감을 불러일으킵니다.

 

Hotel Room, 1931, Oil on canvas, 152.4 x 165.7cm [Thyssen-Bornemisza Collection]
Hotel Room, 1931 [detail]

 

현대 도시의 외로움은 Hopper 미술의 핵심 주제입니다. 그의 아내를 모델로 그린 작품 <Hotel Room>은 익명의 호텔 방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여성을 묘사하였습니다. 아내 Jo가 매력있군요.

제가 볼 땐 1909년 작품 <Summer Interior>와 분위기가 유사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때는 밤이고 피곤한 상태인 듯, 그녀는 모자, 복장 및 신발을 벗고 포장 풀기에 지친 모습으로 다음날 그녀의 기차 시간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공간은 전경의 벽과 오른쪽의 서랍장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침대의 긴 대각선은 우리의 시선을 배경으로 향하게 하고, 열린 창은 시청자가 방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도촬자가 되게 만들고 있습니다. 가라 앉은 여성 인물은 방의 차가움과 대비를 이룹니다. 위에서부터 내리비치는 강한 인공 조명에 의해 방은 날카로운 선과 밝고 평평한 색을 강렬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The Barber Shop, 1931, oil on canvas, 198 x 152 cm [Private Collection]
Room in New York, 1932, oil on canvas, 73.6 x 93 cm [Sheldon Museum of Art]

 

Edward Hopper는 평범한 장면조차도 불안감과 공포감을 유발시키는 능력을 지녔습니다.

작품 <뉴욕의 룸 (1932)>도 마찬가지입니다.

 

늦은 밤, 한 공간에서 각자의 일(?)에 열중인 부부가 있습니다. 남자는 안락 의자에 앉아 신문을 읽고, 빨간 드레스 차림의 여자는 피아노에 앉아 있습니다. 여자의 옷차림새는 축제에서 돌아온 모습이거나 나가기 직전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가운데 위치한 매우 높고 패널이 있는 문이 두 사람의 공간을 구분하여 거리감을 만들고 내고 있습니다. 현대인이 고독감을 느끼는 것은 주위에 사람들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자기를 이해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Room in Brooklyn, 1932, oil on canvas, 74 × 86.4 cm [Museum of Fine Arts, Boston]

 

작품 <블루크린의 방>에서 한 젊은 여성이 창 밖을 향하여 앉아 있습니다. 방은 필수품(침대, 탁자 및 흔들의자)을 제외하고는 텅 비어 있습니다. 그녀는 지금 멍때리고 있는 게 아닐까요?

 

화창하고 아름다운 날, 밝은 햇살이 비치고 있으나 여성은 머리카락이 느슨한 채 흔들의자에 앉아 있지만 고정 의자에 앉은 듯 미동도 없어 보입니다. 꽃병은 존재 사실만 알게 해줄뿐이고 커다란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은 벽돌 공장으로 막혀습니다.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 그녀의 검은색에 가까운 드레스에 고독과 외로움이 뚝뚝 묻어나오는 듯합니다.

 

House at Dusk, 1935, oil on canvas [Virginia Museum of Fine Arts, Richmond]
Sheridan Theatre, 1937, oil on canvas, 64.1 x 43.6cm [Private Collection]

 

이 작품은 <뉴욕 영화관(1939)>과 컨셉이 비슷해보입니다.

 

Compartment C, Car 193, 1938

 

에드워드 호퍼의 여자들은 누군가의 품에 안기고 싶어합니다. 예를들면 반나체로 햇빛 쏟아지는 창가를 향해 앉아 허공을 바라보며 오지 않는 누군가를 그리워합니다. 또한 어떤 여자는 영화가 상영 중인 영화관 복도에 홀로 나와 그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그녀들은 혼자였는지도 모릅니다. 위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처럼 기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에서도 혼자 객석에 앉아 독서를 할 뿐입니다. 늦은 밤 카페에서도 홀로 앉아 있습니다.

 

New York Movie, 1939, Oil on canvas, 81.9 x 101.9 cm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혼자서 영화관에 가는 건 쓸쓸한 일입니다. 그러나 조명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면 쓸쓸함이 덜합니다. 모두가 한 화면에 집중하여 다 같이 울고 웃기 때문입니다. 이때 진짜 외로운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좌석 안내원(미국에만 있는 직업인가요?)은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홀로 쓸쓸해집니다. 그녀가 바로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1939년 작, <뉴욕 영화관(New York Movie)>의 주인공입니다. <뉴욕의 영화관>의 모델 역시 Jo, 아파트 홀의 램프 아래에 서 있던 그의 아내 조 (Jo)를 기반으로 그렸습니다. 

 

푸른 유니폼에 하이힐을 신은 여성은 벽에 기대 서서 생각에 잠겨 있습니다. 혹은 아무 생각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녀와 객석을 가르는 벽 너머에선 흑백 영화가 한창이건만, 하루 온종일 그 자리에 서 있었을 그녀에게 배우들의 대사는 무의미한 소음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녀는 바로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두 명의 관객과 그 어떤 감정도 공유하지 못한 채,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관객을 지루하고 무심하게 기다릴 뿐입니다.

 

20세기 전반 미국인의 삶을 가장 사실적으로 묘사한 호퍼 그림 속 장소는 대부분 사무실이나 레스토랑, 주유소와 영화관 등  도시민이라면 누구나 일상적으로 오고 가는 곳입니다. 그러나 그 안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고독합니다. 어느 누구도 유쾌하지 않고, 서로에게 다정하지 않으며, 오직 무료한 표정으로 각자의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경제대공황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던 시기, 고독과 권태는 만성적인 불황에 시달리던 도시의 가장 사실적인 표정이었습니다.

 

Cape Cod Evening, 1939, oil on canvas, 76.2 x 101.6 cm [National Gallery of Art]

 

<Cape Cod Evening>은 매사추세츠의 Cape Cod에 있는 작은 어촌 Truro에서 그려졌습니다. 호퍼의 그림에서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한 쌍의 남녀는 서로의 존재를 잊어 버린 듯합니다. 개의 경각심을 드러내는 태도에서 임박한 위험이 암시되고 있으며, 저녁풍경은 어둠 속에서 우울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Cape Cod Evening>에서 Hopper는 인간 정체성과 자연과의 관계에 대해 비관적이고 회의적인 태도를 드러냈습니다. 작품은 조심스럽게 조율된 부조화를 표현합니다.

 

Office at Night, 1940, Oil on canvas, 22 1/8 x 25 inches [Walker Art Center, Minneapolis, Minnesota]

 

<Night at Office>는 한 여성과 한 남자가 있는 사무실을 보여줍니다. 무언가 일어날것만 같은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입니다. 비서가 방금 바닥에 떨어진 듯한 서류를 보며 캐비닛 앞에 서 있고, 책상에 앉아있는 남자는 그녀의 존재를 잊어버린 듯(무시하는 듯) 일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한줄기 빛이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옵니다. 왼쪽 구석의 타자기는 여성의 사무도구일 것입니다. 호퍼 (Hopper)는 극단적으로 높아진 시각을 통해 사무실의 단순한 장면을 드러냅니다. 실내 인물들 사이의 심리적 긴장은 어떤 결과를 노정할까요?

Walker Art Center가 그림을 구입한 지 몇 년 후 Hopper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마음에 신선하고 생생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고립되고 외로운 사무실 인테리어의 느낌을 주려고했습니다."

호퍼는 기차를 자주 타는 사람이었고,

창문을 통해 목격한 삶의 조각에 충격을 받곤 했습니다.

 

Gas, 1940, oil on canvas, 66.7 x 102.2cm [Museum of Modern Art]

 

<Gas>는 한국의 주유소에 해당합니다. 호퍼의 가스(Hopper's Gas)는 단순한 주제를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운 테마로 치환시키는 화가 능력을 잘 보여줍니다. 작품은 빨간 가스 펌프로 인해 약간의 활기를 띠고 있는, 그러나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황량한 공간 속의 외로운 주유원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 문명과 자연 사이' 처럼 경계선에 서 있는 상황을 그렸으며, 그 때문인지 주야간의 경계에 처한 주유소는 인간의 영역이 길 건너편에 있는 자연의 영역으로 가는 마지막 전초 기지처럼 보입니다. 숲의 가장자리는 어떤 나무도 식별 할 수 없는 암흑입니다. 아내 조 호퍼의 기록에 따르면 이 그림은 "늦은 ​​황혼"의 주유소를 묘사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황혼 무렵에 불이 켜진 주유소를 찾기 위해 차를 몰고 돌아다녔으며,

훨씬 더 어두워질 때까지 주유소에 불이 들어오지 않자 좌절감을 느꼈다고 기술한 바 있습니다. 

 

Nighthawks, 1942, Oil on canvas, 84.1 x 152.4 cm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Nighthawks, 1942 [detail]

 

호퍼의 대표작 <Nighthawks(밤을 지새우는 사람들)>는 드문 드문 가구가 갖추어진 식당에서 밤늦게 앉아 있는 사람들을 묘사한 작품입니다. 훤히 드러나보이는 내부에는 4명의 인물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천정 위 하나의 광원이 내부를 비추고 외부까지 쏟아지고 있습니다. 중절모를 눌러 쓰고 있는 남자는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고, 옆에 앉은 부인 혹인 연인으로 추정되는 여자는 붉은 드레스를 입고 있지만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두 사람의 시선은 갈라져 있고, 그들을 쳐다보는 웨이터의 표정도 무표정에 가깝습니다. 왼편에 홀로 앉아 있는 남자는 뒤돌아 앉은 채로 얼굴이 보이지 않는데 몸의 반 이상이 그림자로 뒤덮혀 쓸쓸함이 진하게 묻어나오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설정과 조명의 단순함으로 Hopper가 가지고 있는 소외, 우울, 모호한 관계를 극적으로 잘 보여줍니다. 주목할 상황은 그림 속 네 인물 중 어느 누구도 상호 작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호퍼는 이미지에서 특정한 감정 상태를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대도시의 외로움을 그렸다라고 인정했습니다. <Nighthawks>는 호퍼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자 미국 미술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그림에 속합니다. 이 그림의 중요성은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Art Institute of Chicago)가 3,000 달러에 구입 한 직후에 인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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