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이어서)
작품감상
사진작가의 작품이 이어진다.
사진은 히타이트의 부친께서 몸담았던 분야다.
지금은 사라진 독일계 피아노 회사 '쉼멜'의 광고부장으로 재직했던 부친.
그러나 히타이트는 사진에 문외한이다.
대학진학 시 S대 졸업후 서울 유명대학 화공과 학과장을 지낸 백부님의 조언으로
공대에 진학했다.
뭐,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이 사진작품은 무슨 의미로 찍은 거예요?"
딸이 히타이트의 미학에 신뢰를 보내는 지 뜬금포같은 질문을 던진다.
"글쎄, 뭐지? 이거 꼭 이해해야 되는건가?"
"아니요, 그런 건 아닌데 혹시 아는 가 궁금해서.. 모르면 그냥 가죠."
영국출신의 시각예술가 데이비드 존 슈리글리(David John Shrigley)가 히타이트를 곤궁에 빠트렸다. 시각예술가로 소개되는 걸 보면 사진을 주활동분야로 삼은 작자는 아닌 모양이다. 젠장~
등장인물이 부모의 사진으로 보이는 벽면을 향해 흰 박스를 뒤집어 쓰고 있는 건 소통의 거부를 의미하는 모양인데, 왜 저러고 있냐고. 뒤통수만 보이는 사람은 남자인가? 그것도 불분명하네.
결국 히타이트는 해석을 포기했다.
로비 입구구먼.
디자인 컬렉션으로 내려가는 지하 1층의 디스플레이 벽면도 보이는 곳.
"한나야, 이 작품을 보고 뭐가 느껴지니?"
이번에는 히타이트가 회화작품 앞에 서서 딸에게 질문하는 시츄에이션이다.
"글쎄요, 아무 생각없어요."
"아, 근데 나뭇가지가 살아 있네요. 멋져요."
딸이 금새 주워담으며 덧붙인다.
히타이트가 이 독일화가의 풍경화를 보고 느낀 점은 딱 하나였다.
데이비드 호크니 엉아가 대형사이즈의 나무그림을 그릴 때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거...
'인물의 인상에 독일인의 고집스러움이 보이네..'
히타이트식 감상법이다.
"댄서 제작 배경이 궁금해져요.."
딸의 말에 히타이트는 좀더 알아보기로 한다.
"일단, 작품 <댄서>가 오스카 슐레머의 대표작이란다. 해설에 따르면 이 작품은 인물을 주변 환경에 통합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신비롭게 노출되어 있는 모습으로 그려낸 것이라네. 오스카 슐레머는 이 작품을 제작한 시기인 1920년부터 1928년까지 바우하우스 회원이었고, 1922년 슈투트가르트의 뷔르템베르크 국립 극장과 1923년 바이마르에서 그의 "삼부작 발레"가 공연된 후, 슐레머는 같은 해 바우하우스의 연극 무대를 인수했다. 댄서가 제작된 데에는 이러한 사연들이 맞물려 있던 거였네."
"파울 클레의 작품이군, 한나야 추상화가의 작품에서 발견하게 되는 특징이 하나 있는데 뭔지 아니?"
"아니요. 그게 뭔데요?"
"내가 볼 때는 말이지. 추상화 작가들이 탐구했던 기법들은 지속 가능성이 없는 것 같아. 피카소의 입체는 다른 작가로 이어져서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끝났어. 호안 미로의 선그림도 그 사람 혼자 시도한 것으로 종쳤고.. 파울 클레식 그림도 이어받은 작가가 없잖니.."
"어, 정말 그러네요."
"나는 그게 추상화의 한계라고 봐. 한 번 해보면 끝나버리는 미술, 그게 추상화의 약한 기반이 아니냔 거지. 그래서 필연적으로 탄생할 수 밖에 없었던 새로운 사조가 있었던거야."
"아하,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겠어요. 추상표현주의를 말하고 싶은거죠?"
"그래 맞았어. 추상표현주의가 추상화를 대체한 건 그 이유때문이라고 봐, 물론 사적인 견해이지만..".
"그럼 파울 클레는 무슨 화파에 속한 거죠?"
"글쎄다. 이 사람은 여러 사조에 걸쳐있어서. 표현주의, 입체파, 초현실주의 등 다양한 예술 형태의 영향을 받았고, 청기사파에도 관여한 적이 있고.."
파울 클레의 작품 여러 점이 걸려 있었다. 유럽 미술관에서는 파울 클레의 종종 접하게 된다.
그는 스위스 태생인데 국적은 독일이었던 화가였다.
'파울 클레를 애정하는 사람은 와서 보면 좋을 듯.'
히타이트의 생각이다.
물론 뮌헨에 사는 사람들을 전제로 하는 얘기였다.
"진짜~ 모델남자가 스마일맨이네요."
한나가 감탄하듯이 말한다.
히타이트는 에네 비어만의 사진작품 3점을 연달아 감상하고 나서 코멘트한다.
"사진작가의 실력인지 모델의 인상이 좋은 탓인지 작품에 사람을 미소짓게 만드는 매력이 있네."
"에너 비어만은 아슈케나지 유대인 출신의 독일 사진작가예요. 여자인데, 그래서 감성적인 분위기를 잘 포착한 게 아닐까요?"
딸이 거들었다.
"근데 아슈케나지 유대인이란게 뭐지?"
"중부유럽과 동유럽에 살던 유대인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하네요."
"아~"
또 다른 사진작가의 작품을 감상해본다. 생각보다 사진작품 전시가 많았던 것 같았다. 독일은 미술의 영역에 대한 문호를 많이 개방한 나라인가. 뭐, 사진도 아주 중요한 예술 장르의 하나니까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히타이트가 이 그림을 사진으로 담아온 것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빌헬름 라흐니트(Wilhelm Lachnit)는 주로 드레스덴(구 동독)에서 활동한 독일 화가였다.
"은순아, 이 작품의 모델은 널 닮았구나. 잘 살고 있니?"
히타이트는 뜬금없이 학창시절 다녔던 서울 금호동 소재 교회 학생회의 여자 후배를 소환했다.
ㅋㅋㅋ
Sitzender Kinderakt(앉은 아이, Ursus Dix)란 제목인데, 이것도 오토 딕스의 작품이었네..
아기아빠는 오토 딕스 자신인가?
아기의 성도 같은 딕스다. 검색결과 Ursus Dix는 오토 딕스의 아들로 확인되었다.
알렉산더 카놀트(Alexander Kanoldt)는 독일의 마술적 사실주의 화가이자 신객관주의 예술가였다.
딸이 묻는다.
"마술적 사실주의는 어렴풋이 이해가는 듯한데 신객관주의는 뭐죠?"
"응, 그건 1920년대 후반에 독일에서 일어난 예술 운동이야. 표현주의에 반대하고, 사물에 대한 냉정한 관찰과 정확한 묘사를 강조한 사조라고 하지.."
"그럼 사실적 묘사 방식으로 서로간 접점이 형성되는 거네요."
"뭐가?"
"마술적 사실주의와 신객관주의요."
딸이 취한 제스처 역시 냥이 흉내를 내는 듯..
안켈 아들러(Ankel Adler)는 폴란드의 화가이자 유대교 조각가였다. 그는 국가 사회주의에 의해 배척되고 박해받는 예술가 중 한 사람이었다. 유대인이기 때문이었겠지..
위 작품의 제목은 우리말로 번역하면 <고양이 사육사 클레론 씨>이다.
고양이 사육사라는 직업도 있었던 모양이네..
냥이 집사인 히타이트의 딸도 그렇게 분류할 수 있나?
고양이 사육사 = 반려묘 집사?
드디어 나타났네. 약방의 감초같은 피카소 아자씨의 작품이...
유럽 어느 미술관에 가든 꼭 한 점 이상 구경할 수 있는 현대화가를 꼽으라면 첫번째로 호명되는 인물이겠지.
피카소 아자씨라는 존재...
이 그림의 모델은 유명한 여성이다. 도라 마르..라는.
본명이 헨리에트 테오도라 마르코비치(Henriette Theodora Markovitch, 1907~1997)였던 도라 마르는 프랑스의 사진가, 화가, 시인이었다. 피카소의 낭만적인 파트너로 <Portrait of Dora Maar>와 <Dora Maar au Chat>를 포함한 여러 그림에 묘사되었던 인물이다.
히타이트가 싫어하는 유파, 입체주의 미술
그냥 넘어가자!
"색의 어울림이 참 보기 좋으네.."
히타이트는 마케의 앞선 작품 <목욕하는 사람들>과 달리 <나무 아래의 소녀들>이 보여주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색조에 마음을 빼앗긴다.
"아마 독일인의 마음도 그러리라 생각되요."
한나가 거들어준다.
"어째서? 이곳에는 마케 작품 말고도 피카소, 달리, 뭉크 등 유럽 회화의 거장들 작품이 줄줄이 서 있는데.."
"그래도 그들은 독일인이 아니잖아요. 아무리 유명하다 한들.."
"그런가?"
아우구스트 마케의 이 작품,
모던 피나코텍을 빛내는 대표작 중의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다.
빌헬름 렘브루크의 조각상이다.
히타이트 부녀가 미술관 순례여행을 개시했던 프랑크푸르트 슈테델 미술관에서 만났던..
막스 베크만은 독일의 화가이다. 히타이트는 베크만의 이력을 검색하면서 알아차렸다.
그가 막스 베크만의 작품에 거부반응을 느끼지 않아왔던 이유가 막스 베크만이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은 작가라는데 있었던 것이다.
베크만은 라이프치히에서 출생하여 바이마르·파리·피렌체 및 베를린에서 수업하고 1905년 베를린 분리파에 가맹하였다. 바로 이 베를린 분리파의 주류를 이루고 있던 화가들이 인상주의자들이었던 것이다. 베크만도 독일 인상파의 화가 막스 리베르만과 로비스 코린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분리파'는 오지리 뿐 아니라 독일에도 있었군.
게오르그 바셀리츠 아자씨 작품은 그렇게 선호되는 유형은 아닌데 임팩트가 강해서 그런지 딸이 여러 번 작품 앞에 선다.
히타이트는 군소리 없이 딸의 인증샷 찍기에 최선을 다한다.
'확실히 지미 카터를 닮았는데.'
얼마전에 영면에 들어간 카터 아자씨.. 한국과 애증의 관계로 얽혔었던 ㅋㅋ
뭉크씨도 얼굴을 내밀었다.
그는 독일에서도 커다란 족적을 남겼기에 당연스러운 현상인듯.
아.. 키르히너 작품의 제목을 번역기로 돌려서 해석하니 이해가 가네..
작품명은 <아픈 사람의 자화상>이었다.ㅋㅋㅋ
또, 빌헬름 렘브루크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어두운 구석이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할 기회가 오겠지..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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