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을 논하는 전시회에 들어가니 대뜸 '추상 : 새로운 전위'라는 타이틀로 1 섹션이 열리고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측에서는 한국현대미술이라 하면 '추상'으로 인식하는 모양입니다.
세상이 저와 불화하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과 함께
보수에 빌붙었던 이문열작가의 '시대와의 불화'라는 어록(?)이 떠올랐습니다.
추상은 미술의 한 구획에 불과한 것으로 현대미술에 들어오면서 전면에 등장한 것일 뿐, 그것이 '대세'라는 걸 저는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선호하지 않으니 당연한 반응이라 할 수도 있는 일이죠.
암튼, 한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김환기, 유영국, 박서보 등이 '추상'쪽에 놀았던 인물이고 보면 부정할 수 없는 것이 '한국현대미술 = 추상'이라 여겨집니다.
그런 기본 전제하에서 미술관 투어를 시작합니다.
한국 현대미술 하이라이트 전시 컨셉
1950년대 말~1970년대 한국 현대미술
추상은 새로움과 전위의 미술이었습니다. 한국의 추상미술은 민족, 전통, 냉전, 근대화, 제도 등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다양한 계층들과 교차하였고 전후 시대의 불안이나 도시화 등 당대 현실과 맞물리면서 역동적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오예!
1960~1970년대 한국 현대미술
시대적으로 이 시기는 군사독재의 근대화정책으로 경제개발과 새마을 운동에 국력이 집중된 반면 민간차원에서는 청바지와 통기타로 대변되는 청년문화가 주도하던 시절입니다. 미술계는 추상미술이 주류를 형성하면서도 다양한 실험적 시도가 이루어집니다. 미술관측에서는 '사물', '신체', '시간' 연관된 미술을 이 시기의 특징적인 모습으로 분류하였더군요.
1980년대 한국 현대미술
이 시기의 한국 현대미술은 모더니즘 미술에서 배제되었던 형상성을 회복(이건 괜찮은 일)하고. 사회, 역사, 정치적 서사를 반영하고자 하는 현실주의 미술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합니다. 광주 민주화운동, 후기 산업사회의 도래, 도시화와 대중 매체 확산 등의 사회 변화 속에서 형상미술이 주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던 것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1970년대 말, 사물과 인물의 극사실화로 나타났고, 이어서 현실 비판과 사회참여 등으로 대표되는 민중미술로 전개됩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한국 현대미술
2편으로..
199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
2편으로..
-한국현대미술관 배포 자료에서 발췌..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 추상화가인 이성자는 도쿄 짓센(Jissen) 여대를 졸업한 후 1951년 프랑스 파리의 그랑드 쇼미에르 아카데미(Academie de la Grande Chaumiere)에서 미술을 배웠습니다. 이곳에서 앙리 괴츠(Henri Goetz, 1909~1989)의 영향을 받아 구상에서 추상으로 전향합니다. 초기에는 서정적 추상을 시도하였으나 이후 기하학적 구성과 기호적 형태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위의 작품도 그 과정에서 탄생된 것이군요.
이성자의 1960년대의 작품 중에 고국에 두고 온 아이를 생각하며 그린 <여성과 대지> 연작이 있는데, <천년의 고가>는 <여성과 대지> 연작의 대표작이었습니다. 화가에게 있어서 '고가(古家)'는 생명을 품은 공간, 모성과 연결된 상징적인 장소로 인식되었다고 합니다.
판유리에 행위를 가하여 깨뜨린 다음 다시 붙임으로써 흔적을 제시하는 작업결과입니다. 깨진 유리의 자연스러운 균열은 철 그물로 고정시켰습니다. 이렇게 붙여진 유리에는 깨진 유리의 선이 중첩되면서 섬세하고 아름다운 화면이 나타납니다.
<작품>, <무제>라는 제목으로 소개되는 그림을 볼 때마다 짜증을 느낍니다. 화가들이 작품을 제작하면 엄청난 공력과 시간이 투입되는데 제목하나 제대로 뽑아내지 못한다는 것은 성의부족이라고까지 여겨진다면 너무 예민한 걸까요? 암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영국의 이 작품은 그의 '산' 추상의 극히 단조로운 구조를 벗어나 디테일이 살아 있어 마음에 들었습니다.
<작품>(1965)은 강력한 원색과 견고한 구성을 특징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추상화입니다. 거친 마티에르를 사용하여 질감을 부여하였고 강렬한 색채와 대각선 구도를 통해 역동성을 살렸습니다. 푸른색 계통의 색상사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러 번 마주하는 작품입니다.
청색을 좋아하니 싫증을 느끼지 않습니다.
김환기의 작품활동은 1) 도쿄시기(1933~1937), 2) 서울시기(1937~1956), 3) 파리시기(1956~1959), 4) 뉴욕시기(1963~1974)로 구분됩니다. 위에 소개된 점화(點畵)는 뉴욕시기에 그려진 것으로 그의 점화 중 후기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는 작품입니다. 작업은 캔버스에 묽은 안료로 점을 찍어나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는 이역만리타국에서 서울을 생각하며 점 하나하나를 찍어 넣었다고 하는데 일종의 구도자의 심경을 화폭에 담은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하얀 구분선을 경계로 점묘를 찍어 넣은 패턴이 달라지네요.
특별한 의미가 있겠죠. 변화는 아름다움입니다.
이응노의 미술인생은 1935년 도쿄 가와바타미술학교 수학으로 시작됩니다. 1948년 홍익대 교수로 재직하였고 1958년 프랑스로 건너가 추상묵화를 제작합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인식되는 두 가지 유형의 작품 중 문자추상은 1970년대에, '군상'은 1980년대에 이루어진 것들입니다. 저는 문자추상이나 군상 연작에 비호감이라 더 이상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앗! 제일 아래쪽에 돼지대가리가 올려져 있었군요.
현장에서는 못 알아봐서 close up 한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무속 3>은 한국 채색화의 길을 개척한 작가였던 박생광의 <무속화> 연작 중 한 작품입니다.
연작 중에서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 작품은 무녀와 그 주변에 다양한 신 무구 등을 배열하여 굿판의 한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안료사용은 단청으로 하였고 선은 주황색을 사용하였으며 구획된 면을 채색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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