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미술관 순례

서유럽 여행 - 로마 국립 현대미술관 (1) / 로마 거리를 헤매는 미술관 순례자

hittite22 2025. 6. 2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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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거리 풍경

 

무더운 여름, 6월의 남유럽, 로마 거리는 무성한 이파리를 나풀거리는 초록나무가 드리워져 햇살을 받아 초록초록하게 빛을 내는데 여행객들은 그 속을 헤집고 다니며 자기 갈길을 찾는다. 그 무리 속의 히타이트 부녀는 미술관 순례자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 그들이 찾아가야 할 목적지는 오직 갤러리다.

 

성당도 아니고 맛집도 아니고 선술집도 아닌 갤러리...

두 사람의 머리속에는 그 큼직한 건물 안에 서식하는 그 큼직한 캔버스로 제작된 아티스트의 명작들을 알현하려는 열망이 한가득이다. 그곳에 이르고자 함은 오직 자신들의 만족, 기쁨, 그리고 힐링을 위해서 기꺼이 감수하기로 한 고생이요 연단에 다름 아니다.

 

무더운 6월의 땡볕속을 거닐지라도

히타이트 부녀는 동방박사들처럼 밝은 별빛의 인도하심에 따라 갤러리 안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그곳에 당도하면 지치고 거칠어진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명작의 향기에 취하리라는 '희망'이 동아시아에서 출발한 순례자의 남루해진 발걸음을 재촉한다. 미술관 순례자는 아름다움에 목말라하기로 작정한 고행자들이기도 하다..

 

순례자는 힘들다..
하늘은 푸르게 빛나지만
순례자는 머리의 열기를 식혀야만 한다.
오오.. 이건 어느 행성의 풍경이란 말인가.

 

잘못 보았나?

히타이트는 두 눈을 비비며 힘을 주어 전방의 장면을 다시 한번 쳐다보며 중얼거린다.

아닌 것 같은데. 그런데 왜 퀴어커플이 눈에 어른거리나..

이곳 유럽은 다들 이렇게 살아가는 지경인가.

아무리 미술관 순례길을 나선 국부세계에 매몰된 존재들일지라도 저런 풍경에 자주 노출된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유럽은 타락해있었다. 지구별은 썩은 사과일는지도 모른다.

 

히타이트는 불현듯 한 입 베어 먹은 사과 한 알을 내걸고 세상에 나왔던 아랍계 미국인이 떠올랐다.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그 남자, 스티브 잡스는 먹다 만 사과 한 알로 세계를 정복했었지.

이제 지구별은 썩어버린 사과가 되어버린 걸까.

그렇게 심한 생각까지 떠오른다.. 

 

다행스럽게 퀴어족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저 멀리 보이는 베이지색 건물은 무슨 갤러리인가.
순례자 히타이트는 저곳이 유명 뮤지엄의 하나임을 알고 있다.

 

저 건축물의 정식 명칭은

<Museo Nazionale Etrusco di Villa Giulia(빌라 줄리아 에트루스코 박물관)>이다.

1550년 교황 율리우스 3세의 명에 의해 그의 개인 휴식처로 만들어진 곳인데, 아름다운 정원과 에트루스코 신전을 본뜬 저 별장은 바사리, 미켈란젤로 등의 유명 건축가들이 작업에 참여하였다고 한다. 율리우스 3세 생존 당시 유명 예술품 다수를 소장하고 있었던 이곳은 1555년 그가 사망하자 160척 분량의 예술품들은 모두 다 바티칸으로 옮겨졌다. 이후 16세기에 에트루리아 유물들이 발견되고 18세기말에 이르러 발견 유물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1889년, 중부 이탈리아의 에트루리안 유물을 중심으로 한 박물관이 저곳, 정원의 별장에 설립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히타이트씨가 순례대상에서 제외시킨 뮤지엄이었다. 그럼 통과!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히타이트가 Pass 시켰지만 혹시나 저 박물관에 관심을 가질 분을 위하여 절대로 놓쳐선 안 되는 것 하나를 소개하자면, <Sarcofago degli Sposi(부부의 침관)>이라는 유물이다. 에트루리아 미술의 특징과 당시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만약 들어가신다면 챙겨보시길... 

 

높은 담장 안쪽으로 쟁반머리 소나무가 홀현히 서 있다.
이태리 지경하고도 로마다. 순례자는 새삼스레 그런 깨달음을 되새기며 목적지를 찾아 발걸음을 옮긴다.
순례자가 당도해야할 처소가 시야에 나타난다.
이 횡당보도만 건너면..
저곳에 당도할 수 있으리..

 

바로 로마 국립 현대미술관(Galleria Nazionale Arte Moderna (RM) 국립현대미술관)이다.

이곳 발레 줄리아(Valle Giulia) 근처에 위치한 National Gallery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로마 국립 근현대 미술관)은 회화, 드로잉, 조각, 설치미술 등 19세기에서 현재까지 이르는 20,000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중요한 순례지의 하나다. 로마에서 근현대 미술을 전문으로 다루는 유일한 국립 박물관이다.

아, 그럼 21세기 국립미술관은?

그건 21세기 미술이고..

 

사실, 21세기 미술이란 정립되지 않은 미술 아님? 

 

사실 이곳은 국립현대미술관의 뒷편이다.
이 아자씨는 또 누구인가?
순례길에서 마주하는 뜻밖의 전리품이라 여기고 '그냥' 넘어가자..

 

................

 

국립 현대미술관(Galleria Nazionale Arte Moderna/RM) 정면

 

1. 국립현대미술관 개요

19세기~20세기 현대미술품 전시

 

2. 건축

건축가 체사레 바차니(Cesare Bazzani)가 설계하고 1911년부터 1915년 사이에 지어진 건물

 

3. 관람일

화요일~일요일 : 08시 30분~19시 30분

월요일 휴관

 

4. 입장료

일반 10유로, 18세 이하 무료,

EU국민(18~25세) 2유로  

 

작품감상

 

Mario Ceroli(마리오 세롤리, b.1938), Last Supper, 1965, wood, 147 x 230 x 65cm
최후의 만찬에 대한 재해석인가?
인증샷!

 

나무판대기로 사람형상을 만들어놨는데 모두 12개다.

그럼 예수의 제자 12명이라는 얘기인데 나머지 한 사람, 그분은 어디 있지?

순례자는 발굴단이 아니다. 주어진 조건 아래에서 사태를 파악하고 받아들이는 것 이외의 액션은 할 수 없다. 발굴단이라면 퍼질러 앉아서 찾아보고 분석하고 해석까지 시도하겠지만 순례자가 그리한다면 순례행위는 절딴 나버리고 만다. 그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퀘스쳔 마크가 떠오르면 그것대로 인정하고 다음 대상에 시선을 보내는 것이 순례자의 미덕이다.

 

이 작품들은 채색되지 않은 나무로 만든 12개의 실루엣이 연속적으로 반복되는 형태로, 6개씩 두 그룹으로 나뉘어 있으며, 그리스도가 있어야 할 빈 공간을 사이에 두고 있다.

 

바글거리는 개미같은 이 작품은 이응노를 떠올리게 한다.
Giuseppe Penone(주세페 페노네, b.1947), Golden Slough on Acacia Thorns(Mouth), 2002, linen canvas, silk, acacia thorns, gold leaf

 

골 때리는 아티스트는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이게 무슨 액션이냐 하면30개의 캔버스에 확대한 작가의 입술 자국을 아카시아 가시로 덮어서 만들어낸 작품활동의 결과물이다. 금박에는 작가인 주세페 페노네의 손자국이 새겨져 있다.

 

Giuseppe Penone(주세페 페노네, b.1947)의 작품 앞에서
작품명 'Golden Slough on Acacia Thorns'은 '아카시아 가시 위의 황금빛 슬러우(Mouth)'이다.
아카시아 가시가 다양하네...
Michelangelo Pistoletto(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 b.1933), the Visitors, 1968

 

<방문객(The Visitors)>은 1962년부터 제작된 Mirroring Pictures 시리즈에 속하는 작품이다.

관객과 주변 환경을 포함시키면 이 작품은 "세상의 자화상"이 된다.

히타이트는 이런 거 안 좋아한다..

 

Michelangelo Pistoletto(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 b.1933), the Visitors, 1968, 각 220 x 120 cm

 

차라리 얘네들 사진만 찍어두자.

이게 더 낫다.

 

Pablo Picasso, Modele(Jacqueline) au chevalet, 1956, piatto in ceramica bianca non smaltata(초벌구이 흰색 세라믹 접시)

 

유럽 미술관은 어디를 가나 파블로 피카소(1881~1973) 작품이 한두 점씩 꼽사리 끼듯 얼굴을 내비친다.

봐 달라고 봐 달라고 얼굴 내밀고 있으니 할 수 없이 봐준다.

 

Leoncillo Leonardi(1915~1968), Night Bombing, c.1954, polychrome glazed terracotta

 

Leoncillo로 알려진 Leoncillo Leonardi(레온실로 레오나르디)는 주로 유약을 바른 도자기 작업을 해온 이탈리아 조각가였다. 1950년대 중반까지 그의 작업은 대부분 구상적이었지만 그 이후에는 더욱 추상적이 되었다. 이 작품은 폭발의 번쩍이고 방어적인 소음 속에서 아이를 보호하는 어머니를 묘사한 것이다. 피카소의 유명한 게르니카(Guernica)와 주제의 유추로 인하여 작품 <야간 폭격(Night Bombing)>은 게르니케타(Guernichetta)라고도 불린다.

 

Antoniette Raphael(1895~1975), Three Sisters, c.1936, coloured and patinated concrete

 

안토니에타 라파엘(1895~1975)은 유대계 유산을 지닌 리투아니아 출신의 이탈리아 조각가이자 화가로, 남편 마리오 마파이와 함께 스쿠올라 로마나(로마 학교) 운동을 창립했다. 그녀는 심오한 반학문적 신념을 특징으로 하는 예술가였으며, 특히 2차 세계 대전 이후 그녀의 조각품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녀는 Miriam dormiente(잠자는 미리암)와 Nemesis(네메시스) 같은 작품에서 돌에 존재하는 부드럽고 생생한 육체성을 강조했다. 거대하고 컴팩트한 이 조각상은 예술가와 그녀의 동료 마리오 마파이(Mario Mafai)의 세 딸인 미리암(Miriam), 줄리아(Giulia), 시모나(Simona)를 모델로 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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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gnaccio di San Pietro(Natale Scarpa)(1897~1946), The Girl and the Mirror, 1932, oil on panel, 20.8 x 27.6 cm
Cagnaccio di San Pietro(Natale Scarpa), The Girl and the Mirror, 1932 [detail]

 

이 그림은 세부 사항의 세심한 묘사가 특징이다. 거울처럼, 그러나 현실은 도달 불가능하고 외부적이다.

여기서 거울은 마시모 본템펠리(Massimo Bontempelli)가 마법적 사실주의(Magic Realism)라고 불렀던 작품에서 반복되는 주제 중 하나로 등장하는 요소이다.

Cagnaccio di San Pietro는 필명인데 해석하면 '성 베드로의 개(St. Peter's Dog)'라는 뜻이다. 필명치고는 좀 거시기한데 왜 저런 이름을 차용했을까? 마술적 사실주의 화가인 이 아티스트의 본명은 Natalino Bentivoglio Scarpa(나탈리노 벤티볼리오 스카르파)이다. 그럼 마술적 사실주의란 무엇일까?

 

AI에게 물어보면 사실적인 묘사와 초현실적인 요소가 결합된 기법이라고 알려준다. 현실적인 배경에 초현실적인 요소나 상징적인 이미지를 더하여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기법은 원래 라틴 아메리카 문학에서 유래한 것으로 미술 분야에서는 20세기 초부터 다양한 화가들에 의해 사용되었다. 

 

Francesco Trombadori(프란체스코 트롬바도리, 1886~1961), Still Life with Basket of Fruit, 1923, oil on canvas
Francesco Trombadori作, Still Life with Basket of Fruit, 1923 [detail]

 

이 정물화는 단순한 자연주의와는 거리가 멀고,

카라바조(Caravaggio)와 베르메르(Vermeer)의 문헌적 인용을 통해 회화 전통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에 해당한다. 비뚤어진 테이블, 풀 먹인 주름이 잡힌 하얀 냅킨, 델프트 도자기 접시가 보이며, 메인 테마인 과일바구니에는 복숭아, 포도, 무화과, 석류 반 개가 담겨있다. 단단하고 반투명하며 완벽해 보이지만 색조의 대비와 형태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선명한 빛은 20세기의 작품임을 보여준다.

 

Felice Casorati(펠리체 카소라티, 1883~1963), Apples on the "Gazzetta del Popolo(인민공보)", c.1928, oil on canvas

 

카소라티(Casorati)라는 이태리화가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고 그의 정물화 역시 히타이트의 눈에는 생경해 보였다. 더군다나 바닥에 깔린 신문지가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인민공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으로 담은 것은 신문지 위에 올려놓은 사과의 모습이 신선해 보였기 때문이다. 위대한 화가라면 몰라봐서 미안한 일이고 유명세 여부를 떠나 처음 접하는 화가의 작품에 마음을 열고 다가가려는 자세는 순례자의 기본 덕목이 아니련가.

 

Antonio Donghi(안토니오 동히, 1897~1963), The Hunter, 1929, oil on canvas

 

안토니오 동히는 마법적 사실주의를 지지했던 이태리 화가였다. 여기에 묘사된 사냥꾼은 초상화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사진 포즈로 강조되어 있다. 아무리 쳐다보아도 이 작품에다 마법을 부린 여부는 파악이 되지 않지만 사실주의 묘사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이 작가의 그림에는 사냥꾼, 어부, 저글러(juggler)와 같은 전형적인 인물이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

 

Alberto Giacometti(1901~1966), Standing WomanⅢ, 1960, bronze / Figura(Femme de Venise Ⅵ), 1960, bronze

 

교과서에 나왔던 조각가 자코메티의 조각 2점을 알현하는 히타이트,

왼쪽의 <Standing Woman Ⅲ>는 자코메티의 가장 큰 조각품으로 뉴욕의 체이스 맨해튼 은행(the Chase Manhattan Bank) 광장을 위해 다른 세 명의 Standing Women과 함께 구상된 것이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작가가 작품과 장소 사이의 관계에 만족하지 못하여 미완성으로 남아있는 조각이다.

오른쪽의 <Figura(Femme de Venise Ⅵ)>에 보는 바와 같이 실모양은 자코메티의 독특한 상징 중 하나이다. 그는 파스티야주 기법(Pastillage Technique)으로 왁스나 금속을 부어 인물을 덮는다. 자코메티는 이처럼 형태를 비물질화하는 경향으로 극도의 가벼운 구조를 만들어낸다.

 

Henry Moore(1898~1986), Recilining Figure: External Form, 1953~1954, bronze

 

오~ 무어 아저씨의 작품도 있네..

이 작품은 무어 조각의 성숙한 단계에 속한다. 형태와 공간의 상호 보완적 특성, 거대한 규모, 엄격한 추상주의와 초현실주의의 일부인 비이성성의 결합을 보여주고 있다.

 

Mimmo Paladino(미모 팔라디노, b.1948), Den, 1993, bronze

 

이 청동 토템에서 팔라디노(Paladino)는 남자와 말의 양식화된 모습을 결합했으며,

원뿔 모양의 받침대에는 제목에서 언급한 굴(Den)을 파 놓았다.

 

남의 의자에 앉아서 잠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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