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미술관 순례

서유럽 여행 - 로마 국립 미술관 (1) / 권투선수 앞에 머물다..

hittite22 2025. 6. 2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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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마지막 날,

히타이트씨는 저녁 6시 20분에 바르셀로나행 라이언 에어 뱅기를 타야 한다. 그래서 낮에 공항으로 가는 길목인 테르미니 역 인근에서 미술관 한 곳을 방문하기로 계획하였다. 기가 막힌 스케줄링이었다. 적어도 히타이트 씨 머리로 생각해 낸 것으로는. 그리하여 히타이트 부녀는 공항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역 인근에 자리 잡은 로마 국립 뮤지엄을 방문하게 되었다.

 

National Roman Museum: the Palazzo Massimo headquarters(국립 로마 박물관: 마시모 궁전 본부)

 

아담하고(?) 단정한 차림새를 갖춘 국립로마뮤지엄은 사실 마미모 궁전 본부건물이었다.

궁전? 그럼 일종의 왕궁이었던 셈이군.

 

Interior of the Baths of Diocletian.

 

국립 로마 박물관은 로마에 본부를 둔 이탈리아 국립 박물관으로 고대 도시의 역사와 문화와 관련된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는 곳이었다. 원래 1889년에 개관한 이 박물관은 디오클레티아누스 욕장과 인접한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에 데이 마르티리 대성당(Basilica of Santa Maria degli Angeli e dei Martiri) 수도원에 위치해 있으면서, 동일한 온천 단지에 속한 구조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와서 박물관은 대대적인 재설계와 재배치의 대상이 되어, 원래 위치와 다른 세 개의 전시 장소에 작품이 분리되었다.

1) 디오클레티아누스 욕장(비문, 선사 및 원시 역사, 대규모 공공 및 장례 기념물 섹션);

2) Palazzo Massimo(고대 예술품, 화폐 및 금세공품 컬렉션 섹션);

3) Palazzo Altemps(르네상스 고고학 컬렉션 섹션);

크립타 발비(지하실 자체로 예시되는 초기 중세 로마 및 도시 고고학의 역사 부분).

 

이 세곳 중에서 히타이트 부녀가 방문한 테르미니 역 인근의 뮤지엄은

Palazzo Massimo였다.

 

Cloister garden(회랑 정원)
로마 국립 로마 박물관 팔라조 마시모(Palazzo Massimo)의 평면도(Ground Floor)

 

이 박물관의 소장품 중에서 유명한 것은 <휴식 중인 복서>, <헬레니즘 왕자>, <부상당한 니오비스>, <자살을 시도하는 갈라티아인>, 그리고 <Ludovisi 컬렉션: 왕좌, 성채 및 대석관>이 있다고 한다.

일단 1층인 Ground Floor 전시실 감상에 나서기로 한다.

 

Stele Funeraria(장례식 비석), roma, Via Prenestina에 있는 Cappelletti 사유지
힐라스와 님프가 있는 로마 빌라의 바닥 모자이크 중앙 패널(기원전 2세기 말 - 제국 시대의 시작) [Ground Floor-Gallery Ⅰ]
Statue of a girl dressed as Artemis(아르테미스 복장을 한 소녀의 조각상), 서기 1세기 [Ground Floor-Room Ⅳ]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린 소녀가 여신 아르테미스(Artemis)로 묘사되어 있는데, 소녀는 짧고 높은 띠의 키톤(튜닉, tunic)과 사냥화를 신고 있다. 여기서 키톤이란 아래위가 잇달린 고대 그리스의 옷으로, 재단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소녀의 동작을 보면 화살통에서 화살을 뽑으면서 동시에 오른팔을 들어올린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녀는 개를 데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의 다리 근처에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하여 히타이트는 흔적을 찾아보았으나 명쾌하게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그의 딸은 조각에 관심이 없는 편이므로 히타이트보다 더욱 무관심한 표정이다. 아... 히타이트는 뮤지엄에 들어선 후 잠시 고민에 빠졌다. 딸이 흥미를 느끼지 못해 지루해하는 사단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뮤지엄 순례를 하는 중이라 해도 또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니까. 

 

"Room V" with some portraits of the Julio-Claudian dynasty in the background and the altar of Mars and Venus in the foreground

 

5번 방에 들어가니 중정으로 연결되는 통창이 있어 환하게 밝은 실내가 히타이트 부녀를 반겨준다.

앞에있는 정사각형 조각그룹은 '마르스와 비너스의 제단'이며, 뒤편 배경으로 서 있는 것들은 율리우스-클라우디우스 왕조의 초상화이다.

 

Altar to Mars and Venus [Ground Floor-Room Ⅴ]
Side with the representation of the origins of Rome, the she-wolf, Romulus and Remus [Ground Floor-Room Ⅴ]

 

트라야누스 시대의 로마 제단인 소위 "Altar to Mars and Venus" 뒷면은 하드리아누스 시대(서기 124년)에 실바누스(Silvanus) 신 동상의 기반으로 재사용되었다. 부조 하단에는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카피톨리누스 늑대와 함께 있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이 작품은 Ostia Antica의 Piazzale delle Corporazioni(코퍼레이션 스퀘어)에 있는 예배당에서 나왔다고 한다.

 

Side with playful erotes playing with Venus' chariot(비너스의 마차를 가지고 노는 장난기 가득한 에로테스) [Ground Floor-Room Ⅴ]

 

사방을 뺑둘러 돌덩이를 회반죽한 것처럼 잘도 빚어 놓았다.

이편에 조각된 부조의 내용은 Mars의 무기와 전차를 가지고 노는 큐피드 그룹을 나타낸 것이다.

 

모서리부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양머리 조각..
밀가루 반죽처럼 주물러진 대리석 조각

 

로마제국의 장인들이 마치 밀가루를 반죽한 듯이 조각해놓은 솜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것은 순전히 히타이트 부녀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주물락 거리며 석상을 제작한 사례를 본 적이 없는 탓이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나오는 돌덩어리(화강암)와 유럽, 특히 이태리에서 나오는 돌덩어리(대리석) 재질이 근본적으로 다르므로 그리된 것이다. 아니, 한국의 미술 평론가들은 그렇게들 말한다.  

 

아우구스투스 동상 앞의 남성 관람객은 뭘하고 있지?

 

음.. 이 장면.

스케치북이 없는 걸 보니 그림을 그리는 건 아니고, 혹시 돌멍 때리는 건가?

젊은 남성관객 옆에 놓여있는 설명서 쪼가리와 핸드폰이 히타이트의 눈에 들어온다. 만약 저 남성이 길거리에 앉아서 저렇게 핸드폰을 옆자리에 놔두고 멍때렸다면 분명 소매치기당했을 것이다. 히타이트의 딸이 그랬던 것처럼..

 

Via Labicana(비아 라비카나), 아우구스투스 폰티펙스 막시무스(Augustus Pontifex Maximus) 동상, marmo, 207cm [Ground Floor-Room Ⅴ]

 

Via Labicana의 Augustus는 의 모습으로 묘사된 대리석 조각상이다. 여기서 '폰티펙스 막시무스(Pontifex Maximus)'는 고대 로마의 국가 사제단(Collegium Pontificum)의 최고 사제를 지칭하는 라틴어 명칭이라고 한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최고 제사장' 또는 '최고 신관'이라는 뜻이다. 이후 가톨릭 교회에서 교황을 지칭하는 칭호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동상 높이 207cm로 로마 라비카나를 경유하는 오피오(Oppio) 언덕 경사면에서 발굴되었다. Via Labicana는 고대 로마 시대의 도로 이름으로, 구체적으로는 로마에서 Praeneste(현재의 팔레스트리나)로 이어지는 도로를 의미한다. Via는 라틴어로 '길' 또는 '도로'를 뜻하며, Labicana는 이 도로가 향하는 지역인 Labici (또는 Labicum)에서 유래했다. 

 

아우구스투스 폰티펙스 막시무스(Augustus Pontifex Maximus) 동상 [detail]

 

머리를 가린 로마제국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는 토가(Toga)를 입은 모습이다. 황제는 정치적 정통성을 부여해 주는 관습법의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로마 신사의 전통 의상인 토가를 입고 공식적인 종교적 의무를 수행하였다고 한다. 황제는 기원전 12년 폰티펙스 막시무스(Pontifex Maximus)라는 직책에 취임하여 기원후 4세기까지 제국의 권력에 대한 신성한 특권을 행사하였다. 

 

Palazzo Altemps의 Ludovisi 왕좌
Base with plane tree branches and bucrania(플라타너스 나뭇가지와 부크라니아가 있는 베이스), 아우구스투스 시대(BC1/AD1)
Base with plane tree branches and bucrania(플라타너스 나뭇가지와 부크라니아가 있는 베이스) [detail]

 

정교하게 만든 받침대는 플라타너스 가지에 돋을새김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부크라니아(소 두개골)가 그 위에 올려져 있다. 받침대 위쪽 표면의 직사각형 세팅은 헤라클레스 동상의 받침대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발견 지역에는 플라타너스 나무가 신성한 영웅에게 바쳐진 야외 성소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측면 View
고양이와 오리 두 마리가 있는 바닥 모자이크의 중앙 패널 [Ground Floor-GalleryⅢ]

 

흰색 테세라(Tesserae)가 있는 이 바닥 모자이크...

히타이트는 석상제작 기술에 있어서 한국인 선조가 돌덩이 재질땜에 유럽인만큼 정교한 조각품을 남기지 못했다는 이유 있는 이유를 듣고 마음을 위안을 얻었더랬다. 하지만 또 다른 작품들을 들여다보고 아니면 스쳐 지나가듯 만나고 어쩔 수 없이 지속적으로 유럽인들의 예술작품에 시선을 강탈당하는 경험을 하면서 비로소 인정하게 된다.

 

'돌덩이 재질차이가 있다하더라도 유럽인의 예술혼이 한국인의 선조들보다 뛰어난 것은 분명해..'

 

두 개의 레지스터로 나뉜 opus vermiculatum(micro tesserae)의 중앙 패널에 묘사된 동물들 모습만 봐도 인정하게 되지 않나? 날아다니는 새를 잡으려는 고양이와 두 마리의 오리를 표현하는데, 그중 하나는 부리에 연꽃을 물고 있다. 모자이크 같은데.. 암튼, 잘 만들었군. 기원전 1세기 1/4분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매우 뛰어난 테크닉이지 않은가.

 

Niobide from the Horti Sallustiani(호르티 살루스티아니의 니오비드) [Ground Floor-Room Ⅵ]

 

1906년 발굴 당시 <호르티 살루스티아니(Horti Sallustiani)의 니오베(Niobe)>는 지상 11미터 아래 칸막이에서 발견되었으며, 아마도 서기 5세기 침략 당시 야만인들의 파괴적인 분노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숨겨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깨뼈 사이에 박힌 화살에 부상을 입은 후 땅에 쓰러지는 모습을 담은 조각상 <Horti Sallustiani의 Niobid>는 전쟁 전리품으로 그리스에서 로마로 가져온 수많은 작품 중 하나일 것으로 여겨진다. 그 후 이 작품은 로마 예술 작품의 취향과 스타일의 진화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등에 화살을 맞은 다친 여성은 전설적인 니오베(Niobe)의 14명의 자녀 중 한 명이다.

신화에 따르면 니오베는 아폴로(Apollo)와 아르테미스(Artemis)의 어머니인 라토(Lato)를 모욕했다.

"평범한 집안의 여성인 라토가 제우스와 아틀라스의 조카딸인 나보다 더 낫겠습니까?"

이 말을 전해듣고 복수심에 가득 찬 라토는 아폴로와 아르테미스에게 화살에 찔린 니오베의 아이들을 죽이라고 명령했던 것이다.

 

바르베리니 광장에서 발견된 페플로스(Peplophoros, 무거운 도리아 의상)를 입은 소녀의 동상(BC 470년의 그리스 원본) [Ground Floor-Room Ⅵ]

 

페플로스(따라서 페플로포루스(Peplophorus)라는 이름이 붙음)를 입은 여성상의 이 조각상은 원래 성소에 놓였으며 신에게 바치기 위해 조각상을 바친 여성을 표현한 것이다.

 

페플로스의 얇고 달라붙는 천은 이오니아 의상의 방식으로 조각되었다. 형태의 선명함과 우아함은 루도비시(Ludovisi) 왕좌의 부조와 비교되며 이 조각상은 아마도 기원전 470~460년경 남부 이탈리아의 작업장에서 조각한 그리스 원본 작품임을 나타낸다.

 

휴식 중인 복서 [Ground Floor-Room Ⅶ]

 

<휴식 중인 권투 선수>는 앉아 있는 나체의 권투 선수가 손싸개인 히만테스(Himantes)를 착용한 모습을 묘사한 헬레니즘 그리스 원본 청동 조각품이다. 여기서 언급된 히만테스(himantes)는 고대 그리스 복싱에서 손과 손가락 관절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가죽 끈을 뜻한다. 이 끈은 3~4미터 길이의 가죽 끈으로, 손과 손목을 여러 번 감싸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권투 경기 후 선수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바위는 고대 원본을 재현한 현대식 추가물이다.

청동 조각상은 기원전 330년에서 50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1885년 로마에서 발굴된 이 조각상은 고대 세계에서 살아남은 청동 조각품 중 가장 훌륭한 사례 중 하나이다.

 

남자의 귀를 보시오
얼굴과 얼굴을 형성하는 부속기관이 험하다..

 

권투선수의 얼굴, 귀, 코는 경기 중에 받은 타격으로 심하게 다쳤다.

고대 권투에서 관행적으로 얼굴이 주요 타깃이 되었기 때문인데, 상대적으로 몸에는 상처가 없는 편이다..

 

작품, Boxer!

 

권투 선수는 허리에 일종의 요추 천(kynodesme)만 두르고 있다. 정교한 가죽 장갑(himantes oxeis)은 손과 팔뚝을 보호하는데 이 장갑은 4개의 손가락을 묶는 두꺼운 가죽 끈으로 구성되어 있어 엄지손가락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희한하게 제작된 장갑이군..'

히타이트 씨는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연식이 생기니 혼자 중얼거리는 경우가 늘어나는 듯..

 

한편, 팔뚝에는 장갑 테두리에 모피 안감이 조각으로 묘사해둔게 보였다.

그래도 보는 건 성실하게...

 

고대 로마제국의 권투선수와 한국에서 온 아가씨..

 

왼쪽 약지 위의 끈에 있는 일련의 표시는 기원전 1세기에 활동했던 네스토르(Nestor)의 아들 아테네 조각가 아폴로니오스(Apollonios)의 서명인 듯하다. 주의 깊게 분석한 결과, 이 표시는 실제로 청동 표면의 부식이다.

 

코도 약간 휘어졌네..

 

권투 선수의 조각상은 전반적인 운동 해부학과 얼굴 특징을 자세히 묘사한 최고의 작품이다.

작가는 분명히 그리스 조각가 리시포스(Lysippus)의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그것을 기원전 1세기의 원래 그리스 청동으로 간주한다.

 

일반적으로 이 시대의 유물은 쉽게 녹여 새로운 물체로 변형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경우가 드물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신체와 젊음에 대한 이상화된 영웅적 묘사에서 벗어나 감정적, 심리적 주제와 더 큰 사실주의를 탐구하는 그리스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기 때문에 살려준 것일까?

 

헬레니즘 미술의 전형이었던 작품!

 

휴식을 취하는 복서를 스케치하는 학생과 그 앞에서 포즈를 취한 히타이트의 딸.

 

'아마도 저 작품이 이 뮤지엄에서 소장한 최고의 예술품인 것 같아.'

히타이트는 무차별적으로 찍어대던 사진질을 마무리하며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뭐, 일종의 코멘트를 남긴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의 딸은 전혀 미련없이 발걸음도 가볍게 그 공간을 떠나는 모습이다..

 

뒤로 Statue of a prince of the Seleucid dynasty이 서 있다. [Ground Floor-Room Ⅶ]
메노판토스의 아프로디테

 

메노판토스의 아프로디테는 여신 비너스의 로마 대리석 조각상이다.

디자인은 다른 조각상인 카피톨리노 비너스(Capitoline Venus)를 기반으로 한 "비너스 푸디카(Venus Pudica)" 형태를 취하고 있다.

 

Aphrodite of Menofanto(메노판토스의 아프로디테) [Ground Floor-Room Ⅷ]

 

로마의 산 그레고리오 알 셀리오(San Gregorio al Celio)의 카말돌레세 수도원(Camaldolese monastery)에서 발견되었는데, 기원전 1세기의 것으로 보이는 그리스 조각가인 메노판토스의 서명이 새겨져 있다.

 

조각상 아프로디테 앞에서

 

Horti Agrippinae의 분수에 속하는 네오 다락방 컵. [Ground Floor-Room Ⅷ]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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