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ald Sohlberg(하랄드 솔베르그) / 2 - 노르웨이 풍경화의 정수
노르웨이의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명인 Harald Sohlberg(1869-1935)는 꽃밭의 부드러움부터 겨울의 혹독한 아름다움까지 북유럽의 거친 자연을 연상시키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Edvard Munch와 마찬가지로 Sohlberg는 다른 현대 예술가의 영향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독창성을 고집한 화가로 유명합니다. 그는 예술적 각성의 기원을 자신의 정신과 노르웨이 땅의 강렬한 이야기 및 신화로 삼았습니다. 그 결과, Sohlberg의 그림은 환상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북유럽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Sohlberg의 작품에서 인간의 부재와 황혼이라는 시각을 설정하였는데 이는 신비로운 분위기 또는 평화롭고 고요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기초가 됩니다. 이 고요함과 '침묵'은 또 다른 스칸디나비아 예술가인 Vilhelm Hammershøi의 그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Sohlberg는 이러한 황혼과 북극광을 강조하는 발광 조명 효과를 만들기 위해 반투명 색상의 레이어를 구축하였습니다. 그가 사용하는 또 다른 트릭은 지배적인 블루스 중 빨간색과 같은 따뜻한 색상의 작은 패치를 사용하여 우리의 눈을 그림의 원경이나 전경으로 안내하는 것입니다. 당시 노르웨이 예술가들에게 야상곡과 음조 작업으로 알려졌던 휘슬러에게서 힌트를 얻은 Sohlberg는 가까운 색조 팔레트를 채택하여 그림의 분위기를 강조하고 작품 제목을 음악 용어로 지정했습니다. <Andante>와 <Midsummer Night : Nordic Theme>는 단일의 파란색에도 불구하고 반짝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작품에서 파란색에 가까운 색조의 하모니는 따뜻하고 전혀 차갑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하며 과도한 우울도 초래하지 않았습니다.
Sohlberg의 가장 극적인 주제는 장엄한 론다네 산을 그린 <Winter Night in the Mountains> 시리즈이며, 그의 예술적 업적은 이 작품으로 귀결된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저는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당신이 넓은 전시실에서 홀로 론다네 연작을 감상하는 기회를 가진다면 어쩌면 신성한 성전에 들어가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될 수도 있겠지요. 진정으로 관조적인 사람이 되거나 힐링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저 역시 그렇게 해보고 싶습니다.
1903년판 <Winter Night in the Mountains>가 노르웨이의 국가 그림으로 선정되었다는 점에 주목하기 바랍니다. 이러한 사실 이면에는 아마도 표현주의 자각 Edvard Munch가 창조해 낸 '근원적 불안'을 능가하는 감흥이 Sohlberg작품에 내재해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하지만 저는 특정한 산이 아닌 그가 그린 노르웨이 풍경화에 깊이 매료되었습니다.
<여름 밤>을 비롯하여 <Evening Glow>, <어부의 오두막집>, <Night(뢰로스 교회)> 그리고 <북쪽의 꽃 들판(Flower meadow in the North)> 등의 작품을 감상해 보십시오. 그러면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풍광에 마음이 힐링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키슈스에서 바라본 오슬로>는 오슬로에 위치한 군사요충지이자 성인 아키슈스에서 그린 작품입니다. 우측에 건물의 일부분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키슈스 성입니다. 지금 이곳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림속 하늘을 보니 태양은 보이지 않고 대기가 온통 노랗게 물들어 있습니다. 바닷물은 노랗다 못해 주황으로 반짝이고 산만 보랏빛을 머금은 푸른색으로 정체성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는 풍경입니다. 그러나 태양의 영향력 때문인지 산은 푸르더라도 투명한 푸름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근경에 있는 나뭇잎은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그림을 보는 이에게 어딘가 익숙한 느낌 혹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듯합니다. 음악으로 치면 되돌이표 같은?
이 그림은 솔베르그가 결혼하기 전에 그린 것이며 1913년 같은 장소에서 그린 작품이 또 있습니다. 1913년의 작품과 비교해서 감상하시면 도움이 될 듯싶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1999년 소더비 경매장에서 약 9억 원에 팔렸다고 합니다. 이거, 솔베르그의 작품이 너무 저평가된 것 아닙니까?
<뢰로스 거리(Street in Roros)>는 솔베르그가 결혼한 이듬해에 그린 작품입니다. 뢰로스 거리는 단순히 노르웨이적인 거리라는 의미를 넘어서 청색 물감을 만드는 재료가 되는 구리광산이 있어 유명한 거리입니다. 거리가 끝나는 저 멀리 군청색 바다가 연이어 펼쳐지고 있으며, 교회의 흰색 종탑은 잿빛 하늘 위로 치솟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형국입니다.
작품 속의 풍경은 광산의 모습인데 종탑 위로 검은 구름이 소용돌이치고 있어 을씨년스럽습니다. 붉은색 건물은 많이 낡았지만 그래도 맞대고 서 있는 노란색 건물과 잘 어울립니다. 저 목조건물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거리가 관광상품화 되었지만 당시의 광산은 구리를 캐내는 것뿐 아니라 제련을 위해 땔감용으로 나무를 베어 사용했으므로 오염이 매우 심했습니다. 인적이 끊기다시피 한 거리풍경은 그런 시대적 분위기를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또한 그림에서 태양은 먹구름에 가리어져 광원이 없는 Magic Hour(일몰로 광원이 되는 태양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그림자가 없는 상태, 혹은 색상이 부드럽고 따뜻하게 빛나는 상태의 시간을 의미)처럼 보입니다.
Sohlberg는 해외에서 공부하고 여행했지만 진정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찾은 곳은 노르웨이의 마을과 자연이었습니다. 노르웨이 중부의 산악 평야에 자리 잡은 작은 광산 마을(Røros Mining Town)과 Circumference 지역은 1980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뢰로스는 구리 채굴의 역사가 짙게 남아 있는 작은 마을이었는데 솔베르그는 1902년부터 1905년까지 아내 Lilli Hennum와 함께 그곳에서 살았습니다. 밝고 하얀 눈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마을의 다채로운 목조 가옥은 겨울의 Røros의 거리(1903)를 비롯한 그의 그림제작 많은 부분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 작품은 폭설이 내린 뒤의 뢰로스 중심가 풍경을 그린 것입니다. 세상이 눈으로 덮여있는데 그림 속의 집 굴뚝에서 나온 듯한 시꺼먼 연기가 마치 오염물질처럼 하늘을 뒤덮고 있습니다. 하늘은 구름이 덮여있다기보다 매연이 끼인 듯합니다.
그가 뢰로스에 살면서 얻었던 또 다른 메리트는 청색을 칠하는 물감의 원료가 되는 구리광산의 역사와 흔적이 그곳에 남아 있었다는 점입니다.
<Night>는 뢰로스에 있는 교회를 그린 작품입니다. 하랄드 솔베르그의 어머니가 1902년에 돌아가시는 데 이 그림이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고 해석하는 평론가도 있습니다. 그림은 매우 중요한 종교적 의미와 노르웨이적 정체성을 담고 있습니다.
그림 가운데 교회가 있고, 교회 안쪽으로 무덤이 있습니다.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이 마주하는 정면은 사실 교회 안에 있는 묘지이며,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은 교회너머 외부(뒤편)에 있는 것이죠. 석양이 비치는 북구의 밤, 이제 막 집집마다 전등을 켜기 시작한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교회 2층 방에도 불이 켜져 있습니다. 밤이지만 하늘은 푸른색입니다. 북구의 밤은 이런 풍경인 모양입니다. 평론가들은 교회 아래쪽이 죽음의 세계이고 위쪽이 삶의 세계라고 해석합니다. 중간지점에서 삶과 죽음을 매개하는 존재 혹은 시설물이 교회입니다. 솔베르그가 자신의 그림에 대하여 코멘트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봄날 저녁에 나는 무덤에서 이 주제를 보았습니다. (중략) 이 묘지가 나에게 얼마나 잊히고 황량하게 보였는지, 그리고 산 자의 집과 죽은 자의 집 사이에 존재하는 교회가 분열 같은 사안에 대해 얼마나 무심한 태도를 보였는지 잊지 않을 것입니다. 일종의 모순을 주기 위해 모든 것이 잊혀지고 버려진 것에 대해 나는 전경에 장미가 있는 새로운 무덤을 놓았습니다."
묘지 위에 놓여있는 분홍색 꽃들이 예쁩니다. 그림 우측으로 강이 하나 흐르고 있는데 뢰로스강입니다. 하늘과 같이 파란색입니다. 이 작품은 국립미술관이 아닌 Trondheim Kunstmuseum(트론하임 쿤스트뮤지엄)에서 소장하고 있습니다.
<시골길(The Country Road)>은 세 번째 긴 말뚝 앞에서 갈라집니다. 보이시나요? 그곳을 기점으로 직선으로 뻗은 좌측길은 재너머 산아래 끝을 알 수 없는 곳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꺾인 길은 나무숲 뒤로 사라져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저 멀리 겹겹이 이어지는 노르웨이의 산은 모두 밝은 군청색입니다. 이렇게 빛나는 산을 본 적이 없는 저는 자꾸 의심이 갑니다. 실제로 노르웨이의 산은 해 질 녘 저런 색으로 칠해지는 걸까? 아니면 솔베르그의 창작물인 걸까... 그 내막을 지금 알아낼 수 없지만 한 가지 시사점이 있는 이야기는, 깨끗하고 강하며 맑은 빛을 띠는 색을 가리켜 노르딕 컬러라 부른다는 것입니다.
이 그림 역시 해가 진 직후에 그려졌습니다. 해진 이후에 그림을 그려도 작업을 마무리하는데 지장이 없었을까? 솔베르그는 해가 진 후의 풍경을 좋아했던 화가인 모양입니다. 아니면 태양이 졌지만 아직 빛의 세력이 남아서 활동하는 그 분위기와 그때 만들어내는 색감에 취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같은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니까 아무래도 작가의 취향이 강하게 작용한 듯합니다.
시골길인데 길가에 전봇대가 세워져 있는 것일까요? 말뚝인지 전봇대인지 분명치 않은 모습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 그림이 그려진 시기를 전후해서 전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하니 그림 중앙의 전봇대를 가리켜 화가가 산업화의 상징을 나타내려 했다는 평론가의 견해에 수긍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뭐,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그냥 그 당시 풍경 속에 저런 막대기 형상이 들어간 것을 보고 그린 것일 뿐, 솔베르그가 정작 그리려고 했던 것은 뢰로스의 경치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림 자체가 아름답고 따스한 느낌이 돋아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쪽의 꽃 들판(Flower meadow in the North)>은 인공으로 조성한듯한 굉장히 풍요로운 꽃밭이 펼쳐진 풍경을 그린 작품입니다. <북쪽의 꽃 초원>의 모티브는 Røros(뢰로스) 근처의 Gullikstad(굴리크스타드)에서 가져왔습니다. 데이지로 추정되는 꽃이 만발한 직사각형 초원과 이미지 중앙에 있는 위치에서 풍경 위로 빛을 비추는 보름달이 있는 분위기의 저녁 이미지입니다. 같은 장소에서 그린 작품으로 <Landeveien(The Country Road, 1905)>이 있는데, 이것은 도로가 그림에서 안쪽으로 구불구불하고, 태양 반사가 여전히 남아 있는 하늘을 배경으로 형성되는 짙은 푸른 산을 향하는 그림입니다.
작품 <북쪽의 꽃 들판(Flower meadow in the North)>에 집중해 봅니다. 그림 속의 달은 이미 하늘 높이 떠있고 해는 완전히 사라졌으나 밤은 아직 오지 않은 상태인데... 들판 가장자리에 자리 잡은 가옥 두 채는 대기에 의해 본래의 색을 유지한 채 서 있습니다. 그림 중앙에서 길이방향으로 융단처럼 펼쳐져 있는 들꽃의 진짜 이름은 메리골드입니다. 일반적으로 주황색과 노란색 메리골드가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흰색 메리골드를 접해보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작품 해설자료에 분명히 메리골드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꽃 들판의 묘사는 앞쪽에서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뒤로 갈수록 부드러워지다가 나중에는 흐릿해집니다. 들판 너머로 냇물이 흘러가고, 그 뒤로는 수평선처럼 낮은 구릉형태의 산이 자연스럽게 놓여 있습니다.
알고 보니 솔베르그는 뢰로스에서 명작을 다수 양산해 냈었군요. 이 작품 역시 <뢰로스의 교회> 그림처럼 좌우대칭형(가운데 달을 기준)으로 그려졌는데, 전형적인 노르웨이의 산과 들을 잘 묘사하였습니다. 노르웨이 사람들이 그를 국민화가로 칭송하는 충분한 이유가 되는 듯합니다. 이 작품은 1906년 크리스티아나 전시회에 출품되어 대단한 호평을 받았습니다.
도움이 될까 싶어서 모네의 그림 한 점을 소개합니다. 솔베르그의 작품이 발표되기 20년 전에 제작된 그림인데 구도가 상당이 비슷하지 않습니까? 아마도 모네의 그림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Courtyard in Slush at Roros> 역시 뢰로스를 떠나기 직전에 그린 작품입니다. 자신이 살던 집 마당에 눈이 녹아 질퍽해진 풍경입니다. 창문에 눈이 녹은 모습이 반사되고 있고, 하늘과 나무와 집 색상이 어울려 따뜻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봄이 오는 길목의 뢰로스 풍경일 수도 있습니다. 지붕에 흙이 있어 잔디가 자라는데 이는 노르웨이 특유의 건축양식에 기인하는 풍경이라고 합니다. 시골이긴 하지만 어딘가 정갈하고 따스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입니다.
<어부의 오두막집(Fisherman's Cottage)>는 솔베르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입니다. 1894년에 그렸던 <Sun Gleam>의 new version입니다. 바닷가 나무 사이로 흰 오두막집이 보입니다. 주변이 어두워서 집안에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면 못 보고 지나쳤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 빛으로 인하여 집 앞에 초록 잔디가 가꾸어져 있음도 알게 됩니다. 하늘에는 별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해가 져서 바다는 시꺼멓게 변색되었습니다. 수평선 혹은 수평선에 걸쳐 있는 섬과 육지의 모습들이 어스름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그 뒤로 다시 바다와 육지가 교차되는 풍경, 이것은 노르웨이에서 일상으로 접할 수 있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바닷가 오두막집은 이제 막 사람이 돌아왔는지 불을 밝히고 있는 데, 밝은 빛이라기보다 따뜻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하루 종일 일하고 돌아가 쉼을 얻는 집이기에 저곳은 아마도 안식처이자 힐링의 공간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꼭 어부의 오두막집이 아니라 하더라도 충분히 아름다운 공간입니다.
<한 여름밤>은 언덕에서 내려다본 바다가 온통 푸른색으로 칠해진 작품입니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 와중에 흰 돛을 단 배 한 척이 육지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까운 숲과 나무들은 어둠에 갇혀있고 저 멀리 해안 절벽은 하얗게 빛나고 있습니다.
달빛이 바다 혹은 호수에 어리며 긴 원통형 궤적을 만들어내는 것! 이 표현법은 제 기억으로 에드바르 뭉크 그림에서 처음 본 것입니다. 그런데 후대의 화가들이 많이 따라 그리는데 솔베르그도 그리한 듯. 얼마 전 국제 갤러리에 가서 보았던 한국의 중견 여류화가의 그림에서도 목격했었죠.
<Andante>는 음악용어로 '느리게'를 의미합니다. 이 작품 속에서 수평선 위로 하늘은 넓게 열려있고 그 위에 떠 있는 흰구름이나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보이시나요?)도 느긋한 모습입니다.
<Oak>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실루엣을 이루고 있는 나무를 그린 작품입니다. 잎사귀 없는 나뭇가지에 불과하지만 불꽃처럼 춤추는 꼬불꼬불한 가지 끝이 살아 있는 듯하여 인상적입니다. 솔베르그는 이 생명체를 활력이 없는 전신주와 대조하여 묘사하였습니다. 오슬로에서 북쪽으로 거의 400km 떨어진 작은 시골 마을 뢰로스에 대해 그가 그린 많은 작품 중 하나입니다.
<Spring Evening, Akershus Fortress>는 <아키슈스에서 바라본 오슬로>의 1913년 버전입니다. Akershus는 Oslo가 속해있는 지역이며, 그림은 황금빛 저녁 하늘과 붉은색 피요르드를 배경으로 거대한 실루엣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13년 전의 작품 보다 분위기가 어둡습니다. 시대적 배경 혹은 작가의 개인사적인 변화 때문이리라 여겨집니다. 이 그림은 그려진 계절 탓인지 나뭇가지만 앙상하게, 그러나 강한 기운은 여전히 살아있는 풍광을 그렸습니다. 석양에 비치는 나뭇가지의 선들이 힘 있고 날카로운 느낌을 불러일으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산의 색감은 실제로 그렇게 보인 것일까요, 아니면 작가의 마음이 반영된 것일까요? 노르웨이의 백야와 해 질 녘 노을이 물드는 풍광을 직접 가서 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그림입니다.
솔베르그의 풍경화는 고요하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사람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푸른 색조가 팔레트를 지배하며, 작가가 전경과 배경 사이에 공간이 없는 듯한 대비를 만들어내는 것도 솔베르그 풍경화의 특징입니다.
Winter night in Rondane
<겨울밤의 산>은 노르웨이에서, 그리고 노르웨이의 가장 유명한 풍경화로 손꼽힙니다. 노르웨이의 때 묻지 않은 자연미를 상징하는 동시에, 이 풍경이 작가의 마음속에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강렬하게 표현합니다. 1899년, Sohlberg가 스키 여행 중 처음 방문했던 론다네 산맥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25년 넘게 그를 사로잡았고, 유화와 수채화 연작의 탄생을 알렸습니다.
1899년 Rondane에서 부활절 스키 투어를 하며 솔베르그는 노르웨이 네오 낭만주의 회화의 걸작인 론데인의 겨울밤 그림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했습니다. 솔베르그는 처음 론데인 산을 마주하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평생 론데인 산을 그릴 대상으로 삼게 됩니다.
완성된 수채화 중 하나인 이 작품은 제작 이후 작가의 가족에게 소장되어 있습니다. 뒤틀리고 바람에 탄 나무들의 검은 실루엣과 랭글럽 계곡(Langglup valley) 너머로 론데슬로테트(Rondeslottet)와 회 그론 덴(Høgronden)의 고요하고 둥근 눈 덮인 봉우리가 솟아 있으며, 그 위로는 외로운 별이 반짝이는 어두운 푸른 하늘이 펼쳐집니다.
Sohlberg는 1901년에 이 작품의 초기 유화를 완성했지만(전시하지는 않았음) 오슬로 국립 박물관에 소장된 더 크고 최종적인 유화 버전 작업도 병행했습니다. 이 작품은 완성되어 1914년 전시에 적합하다고 판단하기 전까지 약 15년 동안 작업했습니다. 이 작품은 오슬로 크리스티아니아에서 열린 노르웨이 헌법 제정 100주년 기념 전시회에 출품되었고, 노르웨이 선주이자 사업가, 수집가인 Jørgen Breder Stang이 10,000 크로네에 구입했습니다. 그는 이 작품을 1915년 샌프란시스코 만국 박람회에 대여했고(이 박람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했습니다), 1918년 국립 박물관에 기증했습니다. 1911년에 그린 이 작품은 작가가 1914년 유화에 대해 품었던 생각과 야망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산속의 겨울밤>은 자칭타칭으로 솔베르그가 그린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림은 산 사이에 빛나는 별과 함께 Rondeslottet와 Høgronden을 보여줍니다. 겨울옷을 입은 massif(단층지괴, 중앙고지)가 달빛을 머금어 푸른빛이 도는 장면입니다. 이미지의 중심축에 별이 있고 전경에 왜곡된 소나무가 대칭으로 구축되어 분위기 있는 겨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림 뒤쪽으로 계곡이 보이고 그 가운데로 반짝이는 밝은 별은 아마도 금성으로 추정됩니다. 양쪽으로는 나무들이 스산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멀리 삼각형 꼭대기를 형성하고 있는 산봉우리에는 반짝이는 십자가 모양이 보입니다. 왼쪽 하늘상단에 북두칠성이 누워있는 모습도 보이시나요?
달빛 아래로 론데인 산이 독야청청 솟아 있는 이 그림을 솔베르그는 약 20여 개의 버전으로 반복해서 그렸습니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유혹했는지는 모릅니다. 저 역시 저 그림이 그렇게 반복해서 그릴만큼 인상 깊고 의미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슬로에 가서 실물 그림을 눈앞에서 감상하면 그 진면목을 알 수 있으려나요?
그의 대작인 <Winter Night in the Mountains> 시리즈에 대한 솔베르그의 코멘트를 소개합니다.
"이 모티프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지금까지 경험한 것보다 더 큰 감정의 부추김에 거의 압도당할 뻔했습니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가 얼마나 고독하고 한심한 원자인지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끝이 없는 우주에서 불안해지기 시작하는 내 심장이 크게 뛰는 소리가 들렸고 마치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에 갑자기 눈을 뜬 것 같았습니다. 내가 서 있는 깊고 긴 황무지는 반쯤 빛과 신비로운 그림자에 잠겨 있었습니다. 나는 변형되고 꼬이고 뒤집힌 나무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자연의 힘, 폭풍의 위력과 분노가 말없이 표현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내 자신의 빠른 호흡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 멀리 내 앞에는 석화된 거인처럼 아름답고 장엄한 산들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 장면은 내가 본 것 중 가장 웅장하고 환상적인 고요함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 Harald Sohlberg 1915.
아마도 Sohlberg가 그린 <Winter Night in the Mountains>의 가장 좋은 버전은 깊고 강렬하며 빛나는 블루스로 충만한 1903년 버전일 것입니다. 이 장면을 그린 그의 서면 증언을 감안할 때, 산봉우리 사이에서 빛나는 별의 존재와 오른쪽 산 꼭대기에 확실히 새겨진 십자가는 종교적이거나 적어도 영적 각성을 암시합니다. Sohlberg는 이것을 부인하고 십자가가 순전히 우연의 일치라고 주장합니다. 그의 형이상학적 신념의 강도를 감안할 때 이것은 믿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