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 Night(여름밤)-Harald Sohlberg
감상의 밑밥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좋아한다면 아마 다음의 대화를 기억하고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영화를 볼 때, 주연 배우의 외모에 반하고,
그 멋진 신체를 가진 남녀의 멋들어진 연기에 매료되고,
때때로 생뚱맞긴 하지만 뜬금없이 사소한 대화 한두 줄에 홀릭하기도 한다.
나는 영화를 내 멋대로 즐기는 특징을 가진 남자로서 어느 한 영상 속의 대화 내용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어떤 여자가 동성친구에게 말한다.
"내가 그만큼 했으니 자기도 알아차렸겠지."
동성 친구가 답한다.
"사람 마음은 말하지 않으면 몰라."
오~ 이런 신박한 대화라니...
젊은 친구들이 자기네 대화 도중에 불쑥 내던지는 말 한마디 속에 섬뜩한 진실이 담겨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때론 나에게 있어서 그림도 그랬다.
그림을 감상하는 어느 순간, <리틀 포레스트>에 나오는 대사가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것은 그래서 부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니었다.
벌써 여러 번 얘기한 듯 한데..
그림은 직접 보고 스스로 느끼는 대로 마음에 담는 것이 최고의 감상법이다.
나의 개똥 미학으로 가끔 그림 얘기가 나오면 입에 거품을 무는 논리설파의 원인을 제공을 하는 근거가 되기도 하는 얘기다. 그렇지만 또 때때로는 작가 혹은 큐레이터의 해설을 통해 그림이 표현하고자 하는 깊은 감동의 세계로 들어가게 경우도 있다. 아니 가끔 있는 게 아니고 실은 많은 경우 그렇게 미술의 나라로 입국하게 된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은 내 멋대로 감상하며 깨달은 미학이 천지를 진동하고 있다. 그게 중요하다.
솔베르그의 여름밤 감상하기
"여름...
금방 옵니다.
저에게는 수시로 오는 존재입니다.
인생 1년차를 살고 있는 손녀딸 이름이 썸머.. 여름이니까요."
솔베르그는 이 그림을 자기 집 난간에서 그렸다.
자신의 여인과 약혼을 자축하였던 테라스... 그곳 풍경을 화폭으로 옮긴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화폭에 담긴 장면은 솔베르그와 그의 약혼녀가 테라스의 탁자에 앉아 와인을 마시고 떠난 순간을 묘사한 것이 틀림없다. 가제트 탐정으로 변신해서 살펴보면 다 나온다. 두 개의 잔이 남아 있고 오른쪽에는 여인이 벗어놓은 장갑이 보인다. 의자의 위치가 떠나간 사람의 동선을 잔영처럼 투시하고 있는 듯 여겨진다.
희고 붉은 꽃들이 점점이 떠다니는 테라스..
아마 화가는 꽃들이 바다와 하늘을 향해 오픈되어 있는 테라스의 메인으로 존재하는 것까지 인식하지 못한 듯싶다. 대신, 나는 하늘을 색다르게 묘사한 화가의 시각에 집중했다. 독특해 보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독특한 것이 아니라 원래 북유럽의 하늘 모습이 저런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경험해 보지 않아서 실물의 하늘이 저렇게 보인 것인지 화가의 시각이 반영된 것인지 팩트체크는 불가하다.
암튼, 어쨌거나, 그림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찬찬히 들여다보니 하늘뿐 아니라 바다의 색도 남다르다.
아니, 바다까지? 하늘 속에 바다가 보이고 바다 역시 하늘과 동맹 맺은 듯 공통분모가 보이는 게 아닌가.
내가 형사로 직업을 삼았다면 잘 해냈을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움터 나오는 순간이다.
아아.. 이곳 북유럽의 대자연은 원래 이런 것일까?
갑자기 노르웨이와 피요르드와 그리고 밤이 되어 오로라가 날아다니기 직전의 하늘을
직접 가서 보고 맛보고 싶어졌다.
나의 내면 들여다 보기
나는 색다른 것에 홀릭 하기 잘한다.
색다른 목소리, 색다른 인상, 색다른 웃음, 색다른 제스처를 가진 여인에게 매력 있다고 고백하는 때가 많다.
이 그림은 분명 화가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표현해 낸 자연 모습이지만, 북유럽의 풍경이 원래 이러하다 해도 나는 그림을 통해 매력을 느꼈다는 마음을 바꿀 이유가 없다. 때론 가장 보편적인 自國의 모습을 가장 자연스럽게 묘사해 내는 것도 <위대함>의 근거가 된다. 화가의 경우에 대해 말하는 거다.
바다는 하늘을 닮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노르웨이의 숲과 동일시되고 있다.
하늘과 바다와 숲이 연인이 머물렀던 테라스를 사정없이 포위하는 형국이다. 여름밤 풍경.
테라스와 주변의 꽃들과 대자연이 한 몸을 이루는 듯한 밤은 서서히 서서히 지상으로 내려앉는 중이다.
멀리 백야의 잔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신선하면서도 낯선 여름밤...
나는 그림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어떤 곳에는 반드시 어떤 색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혹은 진부함을
여지없이 깨어버리는 화가를 만나게 된다.
나는 그런 파격이 좋다.
삶과 생활의 매너리즘에 빠진 인간 남자는... 화가의 작품을 보며 치명적인 매력을 느낀다.
색다른데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아서,
내가 언제 어디선가 본 듯하기도 해서 뻐져드는 것일 수도 있다.
생각해 보면,
화가는 자연을 포획하여 캔버스에 가두어 둘 수 있는 천부의 권한을 허락받은 모양이다.
안목과 손동작이 결합하여 작품을 만들어 내는 화가는
어찌 보면 살아있는 공장일는지도 모르겠다.
생산성이 높은 공장 - 화가...
에게 나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갑자기
한국의 여름밤도 기다려진다.